
기존 ‘고용승계 의무’에서 ‘고용유지 노력’으로 변경…임금체불·4대보험 미납 해결 촉구
경기 부천시(시장 조용익)가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의 새 운영기관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 고용승계 조건을 완화해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수탁기관의 33억원대 자금 유출 문제로 위탁계약이 해지된 데 이어 고용안정마저 불확실해지자 노동조합이 부천시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하고 나섰다.
5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부천지역본부에 따르면 노조는 이날 오후 5시 부천시청 시의회 방면 출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승계 보장과 체불임금 해결, 조용익 부천시장과의 공식 면담을 요구할 예정이다.
논란의 핵심은 위탁운영 조건의 변경이다. 노조에 따르면 기존 협약에는 직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전원 고용을 승계하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지만, 임시수탁기관과의 협약에서는 본인 동의를 전제로 우선 재채용 절차를 진행해 고용유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내용으로 바뀌었다.
노조는 이러한 변경이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하던 의무를 사실상 노력 수준으로 낮춘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은 2010년 개원한 노인성 질환과 치매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공공병원이다.
부천시는 개원 이후 민간위탁 방식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으며, 대인의료재단과 혜원의료재단, 대성재단을 거쳐 현재 솔트의료재단이 임시 운영을 맡고 있다. 시는 2027년 1월부터 병원과 노인전문요양원을 운영할 새 수탁기관을 선정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모집 재공고를 냈다.
■ 병원·요양원 자금 33억3804만원 외부 이체…고용불안까지 확산
앞서 부천시의회 윤단비 의원이 공개한 부천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대성재단이 운영하던 병원에서 12차례 18억4300만원, 요양원에서 18차례 14억9504만원 등 총 33억3804만원이 시설 밖으로 이체됐다.
이 가운데 6억1494만원은 감사 당시까지 회수되지 않았다. 다만 외부로 이체된 자금 전체가 최종 손실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부천시는 대성재단과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했으며, 대성재단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노조는 대성재단의 기업회생 신청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임금체불과 4대보험료 미납, 퇴직연금 미적립 등의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부천시가 수탁기관의 운영 문제를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고, 노동자 피해 해결에도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 부천시 “채무·고용승계 분리 위한 조정”…노조 “고용보장 명문화해야”
고용승계 조건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 9월에도 불거졌다. 당시 부천시 측은 기존 고용승계와 재채용 절차 사이에 실질적인 차이가 크지 않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2027년 정식 위탁계약 과정에서 직원 고용안정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노조는 새 수탁기관 선정 과정에서 고용승계가 명확하게 보장되지 않으면 노동자들이 다시 고용불안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노조는 이번 기자회견에서 부천시의 관리·감독 부실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 미정산 퇴직금·4대보험료·체불임금 해결, 병원과 요양원 노동자의 고용안정 확약, 공공병원 운영을 위한 재정·정책 지원 강화를 요구할 계획이다.
기자회견에는 오명심 보건의료노조 인천부천지역본부장과 홍보옥 부천시립노인전문병원지부장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노조는 수탁기관이 여러 차례 바뀌는 동안 노동자들이 고용불안에 시달려왔다며, 환자 안전과 진료의 연속성을 위해 부천시가 고용승계를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부천시는 공식 답변에서 대성재단의 미지급 채무와 고용승계 문제를 구분하기 위해 협약 문구를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임시 운영기관인 솔트의료재단은 기존 직원 121명 중 119명(98.3%)을 재채용했으며, 부천시는 2027년 새 수탁기관 선정 과정에서도 고용안정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