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외근무수당 제대로 지급하는 병원 13.63%뿐
병원들이 시간외근무시간을 제대로 인정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간외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아 시간외근무를 하고도 임금을 받지 못하는 공짜노동이 횡행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4일 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4월 2개월간 44개 병원에 대해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기준과 시간외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시간외근무수당을 1분 단위로 지급하는 곳은 6곳(13.65%)뿐이었고, 5분(1곳), 10분(1곳), 30분(18곳), 40분(1곳), 45분(1곳), 1시간(9곳)으로 30분 이후부터와 1시간 이후부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곳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심지어는 2시간 이후부터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는 곳(1곳)도 있었고, 부서장의 사전 승인과 동의를 받지 않은 시간외근무수당은 인정하지 않는 곳(2곳), 시간외근무수당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곳(1곳)도 있었다.
한 병원은 통상근무자에게는 초과시간만큼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하고, 병동 3교대 근무자 중 낮번에는 시간외근무수당 청구 불가, 저녁번에는 초과시간만큼 청구, 밤번에는 기본 1시간 인정 등 근무형태별·근무조별 시간외근무수당 적용 기준이 다 달랐다.
시간외근무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는 28곳(63.63%)이 아예 없었고, 있다고 응답한 병원 현황은 컴퓨터 로그인-로그아웃(2곳), 출퇴근 펀치(1곳), 지문인식기(5곳), 지정맥 인식기(1곳), 직원카드(4곳), 관리자 관리(1곳) 등이었다.
근로기준법과 단체협약에는 하루 8시간, 주40시간제를 초과하는 시간외근무시간에 대해서는 수당을 지급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위 조사결과를 보면, 실제 병원에서는 근로계약서와 단체협약에 명시된 출퇴근시간이 준수되지 않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출퇴근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장치나 임금계산의 기초가 되는 근로시간 관리대장조차 없어 공짜노동이 만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2018년 병원업종에 대한 근로조건 자율개선 지도사업을 시행한 결과 점검대상 50개 병원 중 근로시간 위반 7곳(14%), 연장근로 위반 14곳(28%), 휴게시간 위반 21곳(42%) 등 법위반 사항이 적발되었고 개선조치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병원현장의 공짜노동은 심각한 상황이다.
보건의료노조는 병원내 장시간노동과 공짜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출퇴근시간을 객관적으로 기록할 수 있는 장치 마련 ▲객관적으로 기록된 출퇴근 시간에 근거해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교육, 회의, 행사 등을 근무시간 내에 진행하되 불가피하게 근무시간 외에 진행한 경우 시간외수당 지급 ▲노사합의로 시간외근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 마련 등을 올해 교섭요구안으로 확정했다.
보건의료노조는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일하는 병원이 더 이상 근로시간 사각지대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근로계약서와 단체협약에 명시된 출퇴근시간은 준수되어야 하고, 노사간 이견과 갈등 예방을 위해 출퇴근시간은 객관적으로 기록·관리돼야 하며, 임금계산의 기초가 되는 근로시간 관리대장도 체계적으로 관리·보존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진료 및 업무 준비를 위한 조기출근과 인수인계에 따른 늦은 퇴근, 비자발적인 교육·회의·행사로 인한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시간외근무수당이 지급돼야 한다”며 “연장근로에 대한 시간외근무수당을 30분 이상 또는 1시간 이상만 신청 가능하도록 한 시간외근무수당 청구 시스템과 부서장에게 눈치가 보여 시간외근무수당을 청구조차 하지 못하는 관행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