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 “재벌 차명계좌=범죄자금, 국가가 몰수하라”
노동당은 최근 정부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4조4천억 원 상당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1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명계좌를 활용한 대기업의 은닉자금을 몰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등에 따르면 삼성 외에도 차명계좌로 검찰, 국세청, 금융당국 등의 조사를 받은 기업은 씨제이(CJ), 신세계, 동부건설, 빙그레, 한국콜마, 한국철강, 천일고속 등 10여 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벌 대기업에서 불법적으로 활용하는 차명계좌에 은닉된 재산은 탈세 목적으로 조성됐거나 횡령·배임에 따른 범죄자금일 수밖에 없다는 게 노동당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취지 발언에 나선 이갑용 노동당 대표는 “대한민국 재벌들은 비자금 만들기에 모든 수단을 동원해 왔다. 노동자를 쥐어짜서 마련한 이 비자금이 국고로 환수돼 국민들에게 돌아오도록 정상화만 된다면, 이제 재벌들이 그런 짓을 못 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번 기회에 법도 만들고 제도도 정착시켜서 재벌들이 불법으로 조성하는 비자금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삼성 이건희와 그 외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차명계좌 범죄재산은 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불법으로 쥐어짰던 돈이니 어떤 방법으로든 100%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고 재벌의 차명계좌 불법 비자금의 전액 환수를 주장했다.
이갑용 대표는 “문재인 정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노동자를 보호하는 법, 노동자를 탄압하는 재벌을 차단할 수 있는 법을 만드는 데 앞장서는 것”이라고 당부하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허영구 평등노동자회 대표는 “삼성 이건희 일가가 차명계좌 불법 비자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청와대가 몰랐겠습니까? 국정원이 몰랐겠습니까? 검찰이 몰랐겠습니까? 법원이 몰랐겠습니까? 국회의원들이 몰랐겠습니까? 모두가 알고 있었던 사실입니다”라는 말로 발언을 시작했다.
허영구 대표는 “삼성 일가의 비자금과 차명계좌에 들어간 돈을 국고 환수해야 할 뿐 아니라, 이것을 묵인하고 직무를 유기한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세청, 검찰 그 당시 관련자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허 대표는 “공모자인 그들을 먼저 처벌하고 현행법으로 국고로 환수하고 이건희와 이재용 일가가 차명으로 빼돌린 돈은 불법상속증여에 해당하기 때문에 강력한 상속세와 증여세를 부과해야 한다. 불법으로 조성된 돈은 즉각 국고로 환수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기자회견문 발표에 나선 정상훈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은 “2008년 삼성 특검이 1천1백여 개 삼성 관련 차명계좌를 적발하고도 계좌 내 비자금 조성 경위를 밝혀내지 못하고 관련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으며, 금융위원회는 차명계좌가 실명전환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해 삼성에 특혜를 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행 금융실명법과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은 애초 입법의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중대한 범죄로 얻은 재산이 시효 문제나 다른 사법체계와의 법리 적용 문제로 환수할 수 없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현행 금융실명법은 금융실명제 시행 이후 계좌가 개설된 금융자산에 대해서는 실명전환 의무와 과징금 징수 규정이 없다.
따라서 재벌 대기업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한 차명계좌를 활용해 탈세를 저지르고 비자금을 은닉하더라도 그 자체에 대해서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없고 다만 차명계좌에서 발생한 이자 및 배당소득에 대해서만 소득세 90%를 부과하는 것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한, 지난 2001년에 제정되고 최근 세월호 사건의 정당한 처리를 위해 개정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이 특정범죄행위로부터 연유한 범죄수익의 은닉과 수수를 금지하고 범죄수익 등을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그 한계 또한 분명하다.
횡령, 배임 등 재산에 관한 범죄에 관해 범죄의 피해자가 존재하는 경우 범죄수익 등을 범죄피해재산으로 규정해 몰수의 범위를 일부 제한하고 있는 등 규율의 전체적인 구조가 미흡하고 애초 입법의 취지와는 달리 현실적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미국은 형사적 사법행정이 주법에 따라 집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범죄수익의 환수 등에 관해서는 연방 차원의 규정을 도입·시행 중이다.
또한, 영국과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국가들은 범죄수익 등의 환수를 위한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고 매우 다양하고 정교한 절차를 시행 중이다.
이러한 특별법의 제정 이유는 중대한 범죄로 얻은 재산이 시효 문제나 다른 사법체계와의 법리 적용 문제로 환수할 수 없게 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이와 함께 노동당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특정재산범죄 수익 등의 환수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안(일명 ‘이재용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했다.
이 법안은 재벌이 불법적인 과정으로 취득한 재산 등 재산범죄수익을 국가가 민사소송을 통해 환수하기 위한 특별법으로 발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