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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 보고서 조작’ 서울대 교수 2심 무죄… 시민단체 “항소심 판결 이해안돼”

4월27일 환경부 주최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시행령 공청회가 열리는 명동의 서울중앙우체국 앞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회원들이 대선 정책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뉴스필드] ‘옥시 보고서 조작’으로 구속기소된 서울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풀려나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이 사법부를 규탄하고 나섰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과 가습기살균제참사전국네트워크, 민변의 변호사들은 30일 “우리는 이번 항소심 판결을 이해할 수 없고 받아들일 수도 없다. 검찰은 즉각 상고해 대법원에서 적어도 1심과 같은 내용의 판결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 고 밝혔다.

이들 단체 등에 따르면 옥시레킷벤키저(옥시·현 RB코리아)로부터 뒷돈을 받고 가습기 살균제의 유해성이 불분명하다는 보고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서울대 조 모 교수(58)가 지난 28일 열린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고 11개월 만에 풀려났다.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4부는 증거위조와 수뢰후 부정처사 혐의로 기소된 조 교수에게 징역 2년형과 벌금 2500만 원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 교수가 옥시 보고서의 일부 시험 결과를 삭제한 것이 연구자의 재량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옥시로부터 연구비와 별도로 받은 1200만 원도 단순 자문비라 판단해 사실상 옥시 사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는 게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연구자로서 독성실험을 하고 그것이 가습기 살균제에 쓰인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당연히 실험 결과를 모두 확인하고 보고서를 제출했어야 한다”며 “흡입독성 실험과 달리 생식독성실험 결과는 옥시에만 넘기고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점은 실험 결과가 드러나지 않게 해 결국 옥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사실을 왜곡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1심 재판부도 그렇게 판단했다”며 “그럼에도 항소심 재판부는 이를 허용 가능한 행위로 봤다. 게다가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단 증거와 다른 새로운 증거를 토대로 판단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8일 나온 항소심 판결은 ‘연구자가 의뢰기업의 요구대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옥시 사건의 경우 동물 실험을 의뢰 받은 서울대 교수가 실험 결과 중 중요한 독성 결과 내용을 삭제해 달라는 살인기업 옥시의 요구를 받아들이고, 자문료 명목으로 연구비와 별도로 거액을 받은 일이 부정한 게 아니라는 말이 된다”며 “한 마디로 ‘청부과학은 정당하다’는 시각에 다름 아니다”고 지적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자 측은 “게다가 불과 열흘 전인 지난 4월19일 옥시 사건에서 서울대 조 교수와 거의 같은 죄목으로 구속된 호서대 유 모 교수의 항소심 판결은 1심 판결을 그대로 유지해 피고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다”며 “열흘 차이로 거의 같은 내용의 사건에 대해 법원이 정반대의 판결을 내놓고 말았다”고 밝혔다

호서대 유 교수(61)는 옥시로 부터 돈을 받고 실험결과를 유리하게 조작해 1심에서 징역 1년 4개월과 추징금 2400만 원을 선고 받았다.

한편 가습기 살균제 사건은 1994년 제품이 처음 출시돼 2011년까지 18년 동안 최소 24개의 제품이 최소 719만 개 가량이 판매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 4월21일까지 정부에 신고된 피해자가 5,561명에 이르고, 이 중 21%인 1,181명이 사망자다. 사망자 대다수는 태아와 영유아, 산모들, 60~70대 노인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