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유족 “故정성수 노동자 죽음 책임 포스코에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은 31일 국회 정문 앞에서 ‘포스코 포항제철소 故정성수 노동자 유족 입장 발표 기자회견’을 열고 “故정성수 노동자 죽음의 책임은 포스코에 있다”며 “포스코는 즉각 유족에게 사과하고, 국회는 10만 국민 청원 동의를 얻어 발의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을 통과시켜라”고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12월 23일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 원료항만부두 옆 도로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출근하던 정씨가 작업을 위해 이동하던 25톤 덤프트럭에 깔려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됐다.
고인은 포스코 외주하청업체인 ㈜한진에 소속돼 17년 동안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일했고, 사망한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하던 중 포스코 내 도로에서 참변을 당했다.
아직까지 유족들은 사고의 정확한 원인과 사고 이후 상황을 알지 못하고 있다.
정씨가 사망한 뒤 포스코와 한진에서는 단 한 번도 빈소를 찾아오지 않았고, 사고 내용을 설명해주지 않았다.
유족들은 답답한 마음에 포스코 콜센터로 전화를 하고, 사고현장을 봐야겠다고 무작정 회사를 찾아갔지만, 포스코와 한진의 책임자 그 누구도 유족들을 만나지 않았다.
유족들이 12월 27일 포스코를 찾아갔을 때 현장은 사고 흔적을 제대로 확인하기는 어려운 상태로 훼손돼 있었다.
가로등 하나 없이 어두웠던 도로에는 LED 조명이 환하게 켜져 있었고 사고가 발생했던 바닥 표시는 지워져 있었다.
고인이 타고 있던 오토바이는 길가로 치워져 천으로 덮여있던 상태였다. 찢어진 운동화와 깨진 오토바이 파편만이 그 날 사고 흔적으로 남아있었다.
경찰서를 찾아가고, 노동부를 찾아가도 누구 하나 사고 상황을 제대로 얘기해주지 않았다.
경찰은 사고 당시 현장에 설치돼 있던 CCTV 영상을 확인시켜 달라는 유족에게 단 30초짜리 영상만 보여줬다.
주변 목격자에 따르면 정씨는 사고 당시 의식도 있었고 주변 사람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하고 1시간 10여 분 후 병원에서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고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사고가 난 뒤에 어떤 조치가 있었는지 알아야겠다고 요구했지만 고용노동부 포항지청은 사고 발생 8일이 지난 12월 30일까지도 ‘조사 중인 사건이라 조사가 끝나면 이야기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수시로 대형차량이 오가고 노동자들이 출퇴근과 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곳이었지만 노동자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기본적인 조치가 매우 부족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속노조는 “고 정성수 노동자가 사고를 당한 도로는 노동자들이 수시로 오토바이와 자전거를 이용하거나 걸어서 출퇴근과 작업을 위해 이동하는 곳으로, 제철소 특성상 대형 차량도 수시로 오가는 곳이었다”먀 “하지만 사고현장 바닥의 차선은 거의 지워져 보이지 않는 상태였고, 사람이 안전하게 보행할 통로도 구분돼 있지 않았다. 어두운 도로를 비출 가로등도 제대로 설치돼 있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미 수차례 포스코 사내 도로에서 차량 충돌, 협착 사고가 있었지만 신호등과 신호수 등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법적 조치는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며 “사업장 내 시설물에 대한 안전조치 책임이 있는 포스코가 필요한 사전조치를 했다면 정성수 노동자가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성수 노동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지고 또 다른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온전한 재발방지대책을 수립하는 것 모두 포스코의 역할이라는 것은 너무나 명백한 사실이다”고 강조했다.
금속노조는 “유족들의 요구는 너무나 소박하다. 포스코와 한진이 고 정성수 노동자 죽음에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아버지의 억울함을 풀고 장례를 치러드리고 싶다는 아들의 요구는 결국 해를 넘기게 됐다. 포스코는 즉각 유족들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명백한 포스코에 의한 노동자 살인이다. 포스코가 책임져라”며 “포스코는 유족에게 즉각 사죄하고, 온전하게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즉각 제정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