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2.94%, 어떻게 볼 것인가?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이 올해에 비해 2.94% 인상됐다. 지난 7월 30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된 것이다. 일반인들에게 익숙하지 않은 이 기구는 ‘선별적 복지’ 정책과 행정에선 매우 중요한 곳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준 중위소득’의 결정 등 기초생활보장의 주요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정부 위원회인데, 보건복지부장관이 위원장이고, 16명으로 구성돼 있다. 위원으로 차관이 5명인데, 기획재정부, 교육부, 행정안전부,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차관이 여기에 해당하고, 공공부조 관련 교수나 연구원 등 전문가 5명, 공익을 대표하는 5명이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기준 중위소득’이란 무엇인가?
보통 선별적 복지 정책에선 평균소득 개념을 사용하지 않는다. 소득의 불평등이 심할 경우 전체의 소득분포와 무관하게 진실이 은폐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위소득이 사용된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중위소득’이 아니고 ‘기준 중위소득’이다. 언론의 보도에는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으로 올해 461만3500원 대비 2.94% 인상된 474만9200원으로 결정되었다.”라고 보도됐다. 중위소득은 모든 가구를 소득에 따라 일렬로 세웠을 때 딱 가운데 위치한 가구의 연간 소득을 말한다. 그리고 이 수치는 통계청에서 표본조사를 통해 매년 발표한다.
그런데 ‘기준 중위소득’은 통계청의 표본조사를 통해 발표되는 수치가 아니다. 이것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급여 종류별 선정기준 등에 활용하기 위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중위소득이다. 그러니까, ‘기준 중위소득’은 정부의 각종 선별적 복지 정책을 집행하는 데 꼭 필요한 선정의 기준선인데,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매년 정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 값이다. 현재 ‘기준 중위소득’은 중앙정부 12개 부처 78개 복지사업의 수급자 선정기준 등으로 활용되고 있다.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이 2019년 대비 2.94% 인상됐다. 그럼 구체적으로 내년도 ‘기준 중위소득’은 얼마나 되는 것일까? 이는 가구원의 수에 따라 달라진다. 가구원 수에 따라 달리 정한 것이다. 1인 가구의 경우 기준 중위소득이 올해 170만7천 원에서 2020년엔 175만7천 원으로 인상된다. 2인 가구는 올해 290만6천 원에서 2020년 299만2천 원으로 오른다. 또 4인 가구의 경우에는 올해 461만3천 원에서 내년엔 474만9천 원으로 인상된다.
<표 1> 가구원 수에 따른 2019년 및 2020년의 ‘기준 중위소득’ (단위: 원/월)
국민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의 2020년 선정기준과 보장수준
지금까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결정한 2020년 ‘기준 중위소득’을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이번에는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확정한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급여별 ‘2020년 대상자 선정기준’을 알아보자.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중요한 급여에는 4가지가 있다. 생계급여, 의료급여, 주거급여, 교육급여가 그것이다. 주거급여를 제외하면 대상자 선정기준은 올해와 같다. 즉,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는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 의료급여는 40% 이하, 그리고 교육급여는 50% 이하이면 수급 대상으로 선정될 수 있다. 주거급여는 올해 기준 중위소득의 44% 이하면 수급자로 선정됐는데, 2020년엔 이게 45% 이하로 확대된다.
그럼 국민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의 ‘2020년 선정기준’이 구체적으로 얼마인지, 알아보자. 생계급여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라야 받을 수 있는데, 2020년 1인 가구의 선정기준은 52만7천 원이고, 4인 가구의 선정기준은 142만5천 원이다. 의료급여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0% 이하라야 받을 수 있는데, 2020년 1인 가구의 선정기준은 70만3천 원이고, 4인 가구의 선정기준은 189만9천 원이다. 그리고 주거급여는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45%이하면 받을 수 있는데, 2020년 1인 가구의 선정기준은 79만 원이고, 4인 가구는 213만7천 원이다. 마지막으로 교육급여는 1인 가구와 4인 가구의 선정기준이 각각 87만8천 원과 237만4천 원이다.
<표 2> 국민기초생활보장 4대 급여의 2019년 및 2020년 선정기준 (단위: 원/월)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생계급여는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기준 중위소득’의 30% 이하라야 수급 대상자로 선정된다는 것인데, 그럼 생계급여로 얼마를 받게 되는 것일까? 법률에 따라 생계급여는 ‘선정기준’ 금액이 국가의 최저보장 수준이 되도록 했다. 그러니까 2020년 기준으로 1인 가구의 경우 52만7천 원까지 국가가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1인 가구의 소득인정액이 0원이라면, 이 가구는 매달 52만7천 원의 생계급여비를 수령하게 된다. 소득인정액이 20만 원이라면, 이 1인 가구는 매달 52만7천 원에서 20만 원을 뺀 금액인 32만7천 원을 수령하게 되는 것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의료급여는 1종과 2종으로 구분된다. 기본적으로 가난한 분들이기 때문에 국가가 의료서비스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한다. 입원의 경우를 보면, 1종은 무료이고 2종은 10%의 본인부담을 지운다. 외래의 경우, 1차, 2차, 3차 의료기관에 대해 1종은 각각 1000원, 1500원, 2000원의 본인부담을 지우고, 2종은 각각 1000원, 15%, 15%의 본인부담을 지도록 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의 표를 참고하면 될 것이다.
<표 3> 국민기초생활보장 의료급여의 본인부담 비용 (단위: %, 원)
이번엔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주거급여 보장 내용을 살펴보자. 주거급여는 법률에 따라 정부가 주거비를 지급하는 건데, 값싼 곳에서 월세를 살고 있는 수급자들에게 정부가 기준임대료를 지급한다. 기준임대료가 지역에 따라 2020년엔 2019년에 비해 7.5~14.3% 인상됐다. 2020년 기준임대료는 서울의 경우 1인 가구는 26만6천 원이고, 4인 가구는 41만5천 원이다. 지방의 경우에는 1인 가구는 15만8천 원이고, 4인 가구는 23만9천 원이다.
<표 4> 국민기초생활보장의 2020년 임차가구 기준임대료 (단위: 만 원/월)
* 괄호는 2019년 대비 증가액임.
* 가구원 수가 7인 이상인 경우 가구원 2인 증가할 때마다 기준임대료 10% 증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의 교육급여도 내년에는 일부 증액됐다. 교육급여는 그동안 중학교와 같은 금액으로 지원하던 고등학교의 부교재비를 2020년엔 60%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고등학교의 부교재비가 중학교에 비해 약 1.6배가 더 소요되는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고등학생을 기준으로 2020년 연간 교육급여를 살펴보면, 부교재비로 33만9천2백 원, 학용품비로 8만3천 원, 그리고 교과서 대금 전액, 수업료와 입학금 전액을 지급하게 된다.
<표 5> 국민기초생활보장 교육급여의 지급기준 및 지원내역 (단위: %, 원)
‘재정적 보수주의’ 벗어날 정치사회적 공론 형성해야!
지금까지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 내역과 그 의미를 짚어봤다.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2020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 2.94%로 결정됐다는 것인데, 이는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월 생계급여비가 1만5천 원이 높아지는 데 그친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2017년 이후 3번 이루어진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은 각각 1.16%, 2.09%, 그리고 2.94%이다. 이 수치는 2000년 국민기초생활보장 제도가 시행된 이래 가장 낮은 인상률이라는 게 참여연대 등 관련 시민단체들의 비판이다.
그러니까 문재인 정부 3년간 평균 인상률 2.06%는 박근혜 정부 때의 평균인상률 3.38%보다 낮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논평의 서두에 “포용적 복지국가를 천명한 문재인 정부는 이 참담한 사실 앞에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할 것이다.”라고 썼다. 그런데 제1야당은 더 참담하다. 올해 저소득계층에 대한 추가 지원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신청했던 추경예산에서 자유한국당은 의료급여 경상보조 762억7천만 원, 생계급여 54억5천만 원을 각각 삭감했다.
문재인 정부 3년간 ‘기준 중위소득’의 평균 인상률이 2.06%인데, 이것은 실질 경제성장률 평균치인 2.9%에도 못 미치는 것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 시민사회의 주장이다. 그동안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서는 고소득자들의 누락 때문에 ‘기준 중위소득’이 소득분포의 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년부터는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활용하기로 했고, 이번에 가계금융복지조사의 결과를 일부만 반영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서도 시민사회단체들은 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보편적 복지만으로는 부족한 사람들이 많다. 그래서 제도적으로 선별적 복지인 공공부조가 존재한다. 우리나라의 공공부조 제도인 국민기초생활보장이 저소득계층의 인간다운 삶을 제대로 보장하기 위해서는 장차 ‘국가 적정’ 수준의 보장으로 나아가야 하겠으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찬반 논란이 많다. 하지만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은 저소득계층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가능하도록 하는 ‘국가 최저’에 충분히 도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이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근본적으로 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야박하고,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재정적 보수주의’가 널리 확산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사회에서는 정부 당국의 ‘재정적 보수주의’를 집중적으로 비판한다. 우리나라에서 빈곤층의 생존이 걸린 문제와 관련해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매년 반복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보수주의에 갇힌 관료주의 탓이 크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이런 틀에서 자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현재 16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보건복지부장관을 비롯한 정부 측 위원이 9명이나 되는데, 재정 권력을 보유한 기획재정부의 입김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게 시민사회의 비판 요지이다.
인간 존엄의 헌법 정신에 따라 모두를 포용할 수 있는 국민행복의 역동적 복지국가로 나아가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반의 복지에 대한 왜곡되고 야박한 인식을 걷어내고 의사결정 구조의 ‘재정적 보수주의’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당장 선별적 복지를 위한 잣대인 ‘기준 중위소득’ 결정의 논의 과정에서 재정적 보수주의를 벗어나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조건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시민사회의 주장은 완전히 옳은 것이다. 결국 핵심은 국민기초생활보장을 위한 정부재정의 크기인데, 이에 대한 우리 사회 전반의 정치사회적 공론 형성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