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스토아 매각·노조 반발 ‘시험대’
SK텔레콤이 해킹·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후 판사 출신 정재헌 대외협력 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했지만, 취임과 동시에 SK스토아 매각 논란이 최대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인수자 재무건전성 논란과 노조의 총파업까지 이어지며, 법조인 특유의 ‘원칙 중심 리더십’이 실질적인 해결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정 신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법원행정처 전산정보국장 등을 지낸 후 2021년 SK스퀘어 창립 멤버로 합류해 투자지원센터장과 SK수펙스추구협의회 거버넌스위원장을 맡아온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해킹과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유영상 전 대표가 자리에서 물러난 직후 이뤄진 조치다.
그러나 정 신임 대표는 내년 3월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선임이 확정될 예정으로, 공식 취임하기도 전에 SK스토아 매각 논란이라는 ‘비통신 리스크’를 첫 시험대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 재무·체급 차이 논란

SK스토아 매각 논란의 중심에는 재무와 체급 차이가 자리한다.
SK스토아(피인수 기업)는 지난해 매출 3,023억 원, 올 상반기 순이익 73억 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유지하는 데이터홈쇼핑 업계 1위 기업이다.
라포랩스(인수 기업)는 지난해 매출 711억 원, 영업손실 80억 원을 기록한 적자 스타트업 회사다.
매출 규모가 4배 이상 차이 나고 수익 구조가 정반대인 상황에서, 예상 인수가는 1,000억~1,100억 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격”이라고 표현한다.
라포랩스는 4050 여성을 타깃으로 한 ‘퀸잇’ MAU가 약 270만 명에 달하며, SK스토아 인수를 통해 모바일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그러나 SK스토아 연평균 MAU 역시 3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돼, ‘모바일 역량 보강’ 논리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 노조, ‘헐값 매각’ 규탄 총파업

SK브로드밴드노동조합 SK스토아지부는 매각에 반발하며 조합원 211명 전원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 18일 서울 마포구 KGIT센터 앞에서 매각 반대 집회를 열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는 매각가 자체가 비정상적이라고 주장한다. 업계 3위 상장사 KT알파 시가총액(2,970억 원)과 2위 신세계TV쇼핑 지분 가치(2,200억 원) 대비, 업계 1위 SK스토아가 1,000억 원대에 팔리는 것은 ‘헐값 매각’이라는 것이다.
또한, 라포랩스의 기업신용도 B+와 최하위권 현금흐름등급 CR6를 지적하며, 인수 자금 상당 부분이 외부 투자·인수금융 형태라 향후 이자 부담이 SK스토아 재무 안정성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최종 관문, 방통위 승인과 공익성 심사
라포랩스 측은 현금성 자산 650억 원과 기존 투자자 400억 원 투자 확약, 추가 900억 원 수준의 투자 의향을 통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퀸잇의 모바일 역량과 SK스토아의 상품기획 역량이 상호 보완적”이라며 분리 경영 유지와 고용·처우 보장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제기된 IPO 추진설에 대해서도 “논의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최종 성사 여부는 SK텔레콤 이사회 의결 이후 남아있는 정부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에 달려 있다. SK스토아는 데이터홈쇼핑 사업자로 중소기업 제품 편성 비율 70% 규제를 적용받는 공공적 채널이어서, 방송통신위원회 심사에서 재무 안정성과 사업 지속 가능성을 엄격히 판단할 전망이다.
노조는 다음 주부터 국회와 방통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공공 채널 안정성 훼손을 논리로 대정부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통업 M&A 실패 사례를 고려하면, 정부 판단이 최종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