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영등포구(구청장 조유진)가 구의회가 예산을 끊은 영등포구스포츠클럽에 구립 대림운동장 운영을 경쟁 입찰 없이 3년간 맡기려다 구의회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 단체는 회장이 사직서를 내 부회장이 권한대행을 맡고 있다.
4일 영등포구의회에 따르면 행정위원회는 지난달 26일 열린 제272회 임시회 제1차 회의에서 구청장이 제출한 ‘대림운동장 운영 민간위탁 동의안’을 전자투표에 부쳤다. 결과는 출석위원 8명 중 찬성 4명, 반대 4명이었고, 가부동수면 부결로 보는 회의규칙에 따라 부결됐다.
동의안은 2027년 1월부터 2029년 12월까지 3년 동안 축구장, 테니스장, 농구장이 있는 대림운동장의 운영과 시설 안전관리를 스포츠클럽에 맡기는 내용이다. 업체를 공개 모집하지 않고 수의계약으로 정했다.
구청은 스포츠클럽법상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지정스포츠클럽에는 체육시설을 수의계약으로 위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형민 체육진흥과장은 지금 시설관리공단 직원 2명이 야외 체육시설 전체를 관리해 평일 오후에만 10타임 넘게 빈다며, 위탁하면 연 2억7000만원인 대림운동장 적자가 1억9000만원 수준으로 줄 것이라고 했다.
반대 측은 절차를 문제 삼았다. 이규선 의원은 “단지 잘하는 곳이라는 사유만으로 수의계약을 진행하는 것은 특혜 시비 및 공정 경쟁 제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공개 모집으로도 스포츠클럽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다고 했다.
정선희 의원은 수의계약 조항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임의규정이라며 “구청장이 바뀌었다고 해서 스포츠클럽이 다시 이거 뭐 어떻게 해 보겠다고 오는 거, 이거 있을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구청이 수의계약을 당연하다는 듯 설명하자 “짜고 치는 고스톱이에요?”라고도 했다.
■ 8년 전 약속한 시설 위탁, 의회는 두 번 부결하고 추경도 막아
영등포구스포츠클럽은 2018년 구청이 시설 3곳을 위탁하겠다고 약속하고 출범했다. 구청은 2019년과 2020년 위탁을 추진했지만 의회에서 부결됐다. 김 과장은 그 뒤 문체부로부터 다섯 차례 위탁 이행 요구를 받았다고 밝혔다.
구는 스포츠클럽에 해마다 약 3억원씩 인건비를 지원하다 2024년을 끝으로 끊었다. 구청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에서 지원 재개를 시도했지만 이 예산도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김 과장은 위탁이나 운영비 지원이 없으면 클럽이 “존립 위기”라고 했다.
단체 운영도 흔들리고 있다. 김 과장은 이날 나형철 회장이 사직서를 제출해 부회장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확인했다.
찬성 측은 기회를 한 번은 줘야 한다고 맞섰다. 오지연 의원은 “위탁을 한 번이라도 준 다음에 얘기를 해야 되지 않을까”라고 했다. 김태현 의원은 U12 축구단에서 여자 U15 국가대표 1명과 프로 입단 선수 5명이 나왔고, 회비도 월 30만원으로 주변 50만~70만원보다 싸다는 점을 들었다.
조유진 구청장은 지난 7월 1일 민선9기 영등포구청장으로 취임했다. 이번 동의안은 취임 넉 달 만에 구청장 이름으로 의회에 올라왔고, 김 과장은 지원 재개를 두고 “결단”이라고 표현했다.
구청은 위탁하더라도 1년에 한 번 이상 보조금 사용을 점검하고, 의원들이 원하면 계약에 관리 조항을 더 넣겠다고 했다. 이번 부결로 2018년 출범 때 약속한 시설 위탁은 8년째 한 건도 이뤄지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