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참사] 한국공항공사, 지침과 상반된 설계 도면 승인 의혹
지난해 초까지 무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콘크리트 둔덕’ 강화 공사가 설계 단계에서 발생한 오류를 한국공항공사가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공항 운영사인 한국공항공사는 2020년 착륙 유도 시설인 로컬라이저 개량 사업을 진행하며 구조물을 쉽게 파손될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내부 지침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콘크리트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설계를 채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강화된 구조물이 최근 사고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2007년 공항 개항 이후 설치된 로컬라이저의 노후화를 이유로 2020년부터 개량 공사를 시작해 2022년 초 마무리했다. 문제는 기존 콘크리트 둔덕 위에 ‘콘크리트 상판’을 추가하면서 구조물이 이전보다 훨씬 강력해졌다는 점이다. 이로 인해 길이 40m, 폭 4.4m, 높이 0.3m의 대규모 콘크리트 상판이 새로 설치되었다.
하지만 이 콘크리트 상판의 설치 지시를 둘러싸고 한국공항공사, 설계 업체, 시공 업체 간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설계 업체는 “로컬라이저 설계만 했을 뿐, 콘크리트 상판 설계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 반면, 공사는 “부서지기 쉽게 설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해명했다.
2020년에 작성된 설계 도면에는 콘크리트 상판이 명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사의 감리를 맡은 업체는 “설계 도면에 포함된 내용을 바탕으로 시공사가 공사를 진행했고, 그 결과 상판이 추가됐다”고 밝혔다. 공사 역시 설계 도면에 상판이 포함된 사실을 확인하면서, 초기 지침과 설계 채택 과정에서의 불일치를 드러냈다.
한국공항공사는 당시 ‘부서지기 쉬운 구조 확보’를 언급한 지침이 콘크리트 상판이 아니라 둔덕 위에 설치된 구조물에 대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설계 용역 발주와 채택 시 상충되는 기준을 적용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한국공항공사가 설계 지침을 내리고 이를 채택하는 과정에서 위법이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