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서비스 종사자 임금, 왜 늘 제자리걸음인가
공공운수노조가 26일 서울에서 ‘사회복지·돌봄임금은 어떻게 결정되는가’를 주제로 사회서비스 최저임금 토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복지·돌봄노동자의 임금 구조를 심층 분석하고, 이들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됐다고 노조는 설명했다. 엄길용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사회복지·돌봄현장은 정부 가이드라인과 수가 체계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며, 현장교섭이나 노동자 참여가 어려운 구조적 한계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번 토론회를 통해 임금결정 구조를 분석하고, 노동자의 현실과 요구를 제도에 반영하기 위한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엄 위원장은 또한 “돌봄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서비스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 민간위탁 중심 구조, 저임금 고착화 주범 지목돼
첫 번째 발제를 맡은 문용필 조선대학교 교수는 장기요양시설 요양보호사의 임금결정 구조를 실증적 분석을 바탕으로 설명했다. 그는 “장기요양시설 종사자의 임금은 대부분 최저임금 수준에 머무르며, 특히 개인시설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일수록 처우가 더욱 열악하다”고 밝혀 현장의 열악한 실태를 여실히 드러냈다. 장기요양보험의 수가 체계에 따라 임금이 정해지며, 시설의 규모나 지역, 운영주체에 따라 임금격차가 발생한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문 교수는 “시설의 인건비 지출비율이 높을수록 요양보호사의 임금도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며 “공공기관 중심의 서비스 제공 확대와 인건비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정책적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윤정향 일하는시민연구소 연구위원은 사회복지·돌봄노동자의 저임금 구조에 대해 제도적 한계를 날카롭게 지적했다. 윤 연구위원은 “이들의 임금은 시장 논리보다 정부 예산 편성에 따라 일방적으로 정해지고 있으며,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회서비스 공급구조가 민간위탁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인건비 절감을 통한 기관 이윤 확보가 우선되는 구조가 형성됐다고 설명하며 구조적인 문제를 꼬집었다. 윤 연구위원은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법제도 개선과 함께 사회서비스의 공공성 확대, 직무가치 평가와 경력 반영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다각적인 접근을 주문했다.
■ 현장 목소리 터져 나와…정부, 개선 의지 밝혀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다양한 현장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박대진 의료연대본부 장애인활동지원지부장은 “정부의 예산 논리로 사회복지·돌봄노동자의 임금은 항상 후순위로 밀리고 있다”며 “민간 위탁 구조 속에서 임금은 갈수록 깎이고, 서비스 질도 저하된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라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장은 “노동자의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공공성 확대 없이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주장해 현장의 절박함을 전달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돌봄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여전히 가족 내 무보수 노동처럼 여겨지고 있어, 직무 가치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고 언급하며 사회적 인식 개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 측에서도 입장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서민수 과장은 “현장의 다양한 처우와 교대 형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다”며 “인건비 지출비율 고시 및 재무회계 규칙 강화를 통해 인건비가 실제 노동자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박정현 과장도 “최저임금 이상의 생활임금을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며 정부의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토론회에서 요양보호사를 포함한 사회서비스 노동자들의 임금 결정 구조가 민간위탁–보험수가–정부예산이라는 복합적이고 비효율적인 구조에 갇혀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참석자들은 서비스의 공공성 강화를 위한 공공기관 확대, 임금 구조 투명화, 노동자 참여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정부가 적극적으로 적정임금 보장을 위한 법적·제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듭 제기됐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사회서비스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는 사회서비스 종사자들의 열악한 처우 개선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촉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체적인 제도 개선과 예산 확보 방안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단순한 논의에 그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