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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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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티던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하루 2억8천만 원 간접강제금 부담 가능성↑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사진=교보생명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사모펀드(PEF) 측으로부터 ‘시간 끌기’라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줄곧 이행을 미루며 평행선을 달려온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이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국제상업회의소(ICC)의 간접강제금 명령이 무효라는 신 회장 측 주장을 항소심 법원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감정평가 절차 이행 여부에 따라 하루 약 2억8천만 원 규모의 간접강제금 부담 가능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1일 법조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24일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사모펀드 IMM PE·EQT 간 풋옵션 분쟁에서 사모펀드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부과한 간접강제금 명령의 효력이 인정된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1심에서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의 간접강제금 명령에 집행권을 부여할 수 없다고 본 판단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해당 명령의 효력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분쟁의 방향이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항소심은 1심과 달리 ICC 중재가 부과한 간접강제금 명령의 효력을 인정하면서 신 회장의 의무 이행 부담이 커졌다는 판단을 내렸다.

■ 발단은 ‘지키지 못한 약속’… 최소 1조 2천억 원의 ‘외통수’ 족쇄

이번 항소심 판단은 단순한 절차적 권한 논쟁을 넘어, 신 회장이 수년간 이행을 미뤄온 풋옵션 약정을 사실상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 사태의 시작은 14년 전인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했던 교보생명 지분 24%(492만 주)가 매물로 나오자, 신 회장은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IMM PE 등 재무적 투자자(FI)들을 끌어들였다. 당시 투자 금액은 총 1조 2,054억 원(주당 24만 5,000원) 규모였다.

당시 신 회장은 투자자들에게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을 상장(IPO)시키겠다”고 약속하며,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투자자들이 ‘공정시장가치(FMV)와 매입가격 중 큰 금액’으로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약속한 시점까지 상장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2018년 투자자들이 주당 40만 9,912원에 주식을 되사라며 풋옵션을 행사하면서 분쟁이 본격화됐다. 신 회장은 투자자들이 제시한 가격이 과도하다며 거부했지만, 계약서상 ‘매입가(24만 5,000원)’ 보장 조항 때문에 신 회장이 원하는 대로 주당 가치가 20만 원 미만으로 결정되더라도 최소 1조 2,000억 원 이상의 자금 조달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 “평가사 없어서 못 했다?”… 법원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그간 신 회장 측은 주주 간 계약에 따른 감정평가 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 이유로, “선임했던 회계법인들이 중도 사임해 어쩔 수 없었다”는 논리를 내세워 왔다. 특히 평가기관이 풋옵션 행사 가격을 부풀렸다고 주장하며 검찰 고발까지 진행했으나, 관련 회계사들이 1·2·3심에서 모두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해당 주장의 설득력은 약화됐다.

실제로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2023년 11월 29일,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딜로이트안진 회계법인 임직원 A씨 등 5명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안진회계법인은 2018년 투자자 측이 선임한 풋옵션 가격 평가기관으로, 교보생명 주식의 1주당 가치를 41만 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형사재판에서 “회계사들이 전문가적 판단 없이 투자자 측의 일방적 지시에 따라 평가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볼 객관적 증거가 없고, 부정한 청탁이나 금품 수수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며 1·2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가격 부풀리기’를 이유로 평가 절차 자체의 정당성을 문제 삼아 온 주장은 형사사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편 이번 풋옵션 분쟁의 민사 항소심을 심리한 서울고등법원 판결로 국제상업회의소(ICC) 중재판정부가 내린 간접강제금 명령의 효력이 인정되면서, 감정평가 절차가 이행되지 않을 경우 매일 20만 달러(약 2억 8천만 원)의 간접강제금 부담 가능성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당 명령은 신 회장이 감정평가인을 선임해 가격 산정 절차를 이행할 때까지 일정 금액을 지급하도록 한 내용이다.

앞서 1심에서는 ICC 중재판정부의 간접강제금 명령에 대해 법원이 권한이 없다고 본 판단이 있었지만, 항소심에서는 그 효력이 인정됐다는 점에서 분쟁의 흐름에 변화가 생겼다. 다만 이번 판결만으로 즉각적인 금전 부담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향후 ICC의 후속 중재 절차와 대법원 판단에 따라 실제 부과 여부와 규모가 정해질 가능성이 남아 있다.

교보생명 측은 이번 판결에 대해 “당장 금전 지급을 명령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만 열어둔 판단”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아울러 “지배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며 대법원 상고를 통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항소심에서 국제중재 판단의 효력이 인정된 만큼, 상고심과는 별도로 감정평가 절차 이행 여부와 이에 따른 재무적 부담 가능성은 계속해서 주요 변수로 남게 됐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풋옵션 분쟁을 둘러싼 신창재 회장의 선택과 대응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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