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천여 명의 라이더 및 자영업자가 배달의민족(배민)의 새 시스템 ‘로드러너’ 도입 반대 집회를 열고, “로드러너가 노동자와 자영업자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배민 측에 즉각적인 시스템 폐기를 강력히 촉구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라이더유니온지부와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등 라이더 및 자영업자 단체들은 25일 오후 3시, 서울 송파구 몽촌토성역 인근 배달의민족 본사 앞에서 ‘배민 로드러너 도입저지 공동투쟁 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배민이 도입을 추진 중인 새 배달 시스템 로드러너가 라이더의 노동 조건 악화와 상점주의 부담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라이더유니온지부 구교현 지부장은 마이크를 잡고 사측의 로드러너 도입 추진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연간 1천억 원이 넘는 이용료를 내면서 왜 라이더와 상점주 모두가 반대하는, 낭떠러지를 향해 무작정 진격하는 시스템을 써야 하느냐”고 사측을 성토했다. 구 지부장은 로드러너의 핵심 문제로 ‘8단계 등급제’를 지목하며 “등급이 높아야 스케줄을 잡을 수 있는데 그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결국 무턱대고 과속하고 회사에 충성하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똑같이 5km를 달려도 어제는 4천 원, 오늘은 3천 원인 이유를 알 수 없고, 업데이트 때마다 배달료는 삭감될 뿐”이라며 데이터 뒤에 숨은 사측의 통제를 꼬집었다.
상점주 단체의 반발 역시 거셌다. 공정한플랫폼을위한사장협회 김준형 의장은 이날 모인 인파를 “생계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온, 그 자체로 하나의 역사”라고 규정하며 연대를 강조했다. 김 의장은 “배민은 효율과 혁신을 말하지만, 누군가의 희생을 기반으로 한 효율은 결코 진짜 혁신이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그는 로드러너 도입이 업주에게는 배달 사고와 지연 책임을 전가하고, 라이더에게는 안전보다 속도를 강요하며, 소비자에게는 서비스 저하를 불러오는 ‘비용 떠넘기기’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겨울 90일간의 천막 농성으로 증명했듯, 우리는 절대 무력한 존재가 아니다”라며 “배민이 로드러너를 끝까지 밀어붙인다면 우리도 끝까지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 독과점 구조 개편 위한 법적 규제 촉구
참가자들은 배민의 로드러너 도입이 경쟁사인 쿠팡이츠의 더 강력한 노동 조건 악화로 이어지는 ‘플랫폼 착취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구교현 지부장은 “배민이 로드러너를 도입하면 쿠팡은 더 센 착취로 따라올 것”이라며 “두 독점 기업이 손잡고 지옥으로 뻗친 길을 달리는 형국이 되면 우리는 빠져나갈 길이 없다”고 호소했다.
결국 이들은 플랫폼의 일방적 행태를 막기 위해 ‘법적 규제’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라이더 산재 사망이나 상점주의 과도한 수수료 부담에 대해 플랫폼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에 계류 중인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온플법)’ 제정과 노동법 확대 적용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발언에 나선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역시 구 지부장과 뜻을 같이하며 “이제는 착취의 플랫폼에서 벗어나 상생과 연대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말로 투쟁의 목표를 분명히 밝혔다.
집회를 마친 참가자들은 “배민 로드러너 폐기하라”, “라이더 안전운임 보장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배민 본사를 출발해 루터회관, 쿠팡 본사, 롯데월드타워를 거쳐 다시 배민 본사로 돌아오는 대규모 행진을 벌였다. 이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8시까지 전국적인 ‘콜 흘리기(주문 거절)’ 행동을 병행하며 사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번 집회는 배달 플랫폼의 새로운 시스템 도입에 대해 노동자와 자영업자가 공동으로 생존권 위협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플랫폼의 일방적 의사결정 방식과 데이터 기반의 노동 통제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