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기계부품연구원 비리 의혹, 수사 지지부진… 대구시 고위직 연루 의혹은?
대구기계부품연구원(DMI)은 공공기관의 기계부품 관련 연구개발(R&D) 사업을 수행하는 재단법인으로, 대구시장이 임명하는 경제부시장이 당연직 이사장을 맡아 연구원장에 대한 임면권을 행사하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시장이 사실상의 지배권을 행사하면서도 정부와 대구시 의회의 감사에서 면제를 받아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DMI 내부자들은 2023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총 15건의 비리를 신고했으며, 권익위는 지난해 11월 대구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현재까지 수사는 답보 상태에 있으며, 특히 대구시 고위직 연루 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용혜인 의원은 “비리 의혹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수사가 이렇게까지 장기화되는 것이 납득하기 어렵다”며, “대구시 고위직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지 않는 것은 경찰이 대구시 토착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용 의원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DMI 비리 의혹에 대한 조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할 계획이다.
DMI 관계자가 용혜인 의원실에 제보한 내용에 따르면, 연구개발 지원 공적자금을 고위직들이 횡령한 방법은 다양하다. 이 비리는 2014년부터 시작된 것으로, DMI 고위직 내부자가 연구개발 장비 구입처를 담합하여 낙찰을 받게 하고 금품을 수수하는 등의 의혹이 포함되어 있다.
특히, DMI의 운영적립금은 2022년 말 기준으로 123억 원에 이르며, 제보자들은 연구개발 인건비를 조작해 이 자금을 축적했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고시에 따르면 연구개발비 인건비는 실제 투입되는 비율 기준으로 산정해야 하며, 100%를 초과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제보된 자료에 따르면 DMI의 인건비 계상률은 110~130%에 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한 이후, DMI는 원래 계획에 없던 연구용역을 수행하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대구시 고위직이 사전 지정한 업체가 낙찰받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 연구용역은 ‘대구 서비스로봇산업 육성전략 수립’이라는 명칭으로, DMI가 아닌 대구시가 발주해야 할 사업으로 보인다.
더불어, 대구시 고위 공직자가 유관기관인 DMI에 취업한 뒤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해 DMI에 300억 원 상당의 사업을 몰아주었다는 제보도 있다.
용혜인 의원은 “제보된 DMI 비리 의혹의 구체성과 신빙성을 고려할 때, 수사가 장기화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경찰이 대구시의 유력한 토착 권력 앞에 정상적인 수사를 포기한 것 아닌지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