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대학 청소노동자 비인간적 대우… 야만적인 ‘상아탑’ 부끄럽다”
적립금을 무려 수천억 원씩 쌓아두고 있는 유명 사립대학들이 ‘재정 부담’을 핑계로 청소·경비노동자들을 무차별 해고하거나 인력 증원을 거부해 비인간적 노동 강도로 몰아넣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1일 녹색당에 따르면 연세대는 지난해 말 청소노동자 16명과 경비노동자 15명이 정년퇴직한 자리에 새로 노동자를 충원하지 않았다. 대신 2~3시간짜리 단시간 아르바이트를 고용하거나 기존 노동자들의 특근을 강요해 업무공백을 해결하고 있다.
또 부당하고 열악해진 노동 환경에 항의하며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지난 16일부터 본관 로비에서 농성중이다.
지난 19일 노동자들이 24시간 노숙 농성하고 있는 본관의 온수와 난방을 끊었다가 항의가 빗발치자 23일에야 다시 온수와 난방을 공급했다.
녹색당은 “평소에도 연세대는 청소용 세면대에서는 온수를 쓰지 못하게 온수 수도꼭지를 빼놓는 바람에 청소노동자들이 엄동설한에도 찬물로 손걸레를 빨며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9일 새벽에는 대치하던 연세대 청소노동자와 용역업체 직원이 충돌해 60대 여성 노동자가 바닥에 넘어져 정신을 잃었다가 인대가 늘어난 채로 병원에 입원했다.
녹색당은 “쪽방 같은 휴게실에서 잠시 몸을 누이고 바닥에서 찬 식사를 하며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일하는 대학 청소노동자에게 일말의 예의도 없는 학교 당국의 대우에 분노를 금치 못한다”고 전했다.
이런 사태는 연세대만의 일이 아니다. 홍익대, 덕성여대, 인덕대, 동국대, 숭실대 등이 역시 ‘예산 과다’를 핑계 대며 청소·경비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정년퇴직한 자리에 신규채용을 하지 않고 하청업체를 통해 단시간 아르바이트로 채우거나 아예 방치하며 기존 노동자들이 추가 업무를 하도록 만드는 것.
고려대는 노동자와 학생들이 크게 반발하며 한 달 여 농성을 이어간 오늘에야 단시간 대체 계획을 철회했다.
녹색당은 “적립금을 적게는 3천여억 원 많게는 7천억 원이 넘게 쌓아두고 있는 사립대학들이, 학교에서 가장 낮은 임금을 받고 가장 고된 일을 하는 청소·경비노동자의 목을 졸라 학교 재정을 튼튼히 하겠다는 발상은 그 야만성에 할 말을 잃게 만든다”며 “대학은 ‘지성의 전당’이자 ‘상아탑’이라는 고고한 표현이 무색하고 부끄럽다. 사람을 키우는 학교에서 사람을 이렇게 천대해도 되는 것인가”라며 비난했다.
녹색당은 “연세대를 비롯한 사립대학들은 인간적 도리를 알기 바란다. 학교 적립금을 학교를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권리와 인도적인 업무조건 개선을 위해 쓰지 않으면 어디에 쓰려고 쌓아놓는단 말인가. ‘용역업체의 소관’이라는 변명만 늘어놓으며 책임을 회피하는 대학당국은 당장 노동자들의 정당한 요구에 정중히 응하고 마땅한 예의를 갖추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