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하나금융 ‘만 70세 정년 규정 완화’ 조사 착수… 함영주 회장 연임 꼼수 의혹 확산
하나금융지주가 ‘만 70세 정년 제한’ 규정을 완화하면서 함영주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조치가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내규 개정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위배되는지 검토에 착수했으며, 위배 사실이 확인되면 시정조치 등 후속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특히 함 회장이 여전히 채용비리 혐의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조치가 금융권 내외부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함영주 회장 연임 위해 13년 만에 ‘만 70세 룰’ 완화?
앞서 하나금융 이사회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함 회장을 비롯한 이사의 재임 가능성을 확대하기 위해 ‘지배구조 내부 규범’을 개정했다. 기존 규범에서는 ‘재임 중 만 70세에 도달하면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종료된다’는 규정이 있었으나, 이번 개정을 통해 임기 중 만 70세가 넘어도 현재 임기를 보장받을 수 있게 됐다.
이 개정으로 인해 현재 만 68세인 함 회장은 2028년 3월까지 3년 임기를 채울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임기 종료의 기준 시점을 ‘해당 일’에서 ‘해당 임기’로 바뀌면서 임기 중 70세가 넘어서도 주어진 임기를 채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규범 완화는 하나금융이 2011년 금융권 최초로 도입한 ‘만 70세 룰’을 13년 만에 변경한 것이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규준 위배 검토 중
하나금융은 “이번 개정은 사업의 연속성과 안정성을 위한 조치”라며 특정인을 위한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금융권 내에서는 이를 함 회장의 연임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이번 개정이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위배되는지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지난 5월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발표하며 CEO 승계절차의 투명성과 합리적 운영을 강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규범 개정이 회장 개인을 위한 조치인지, 지배구조 모범원칙을 준수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19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배구조 모범사례와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며, 위배 사실이 확인되면 시정조치 등 후속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이복현 금감원장은 금융지주 회장들의 장기 집권 문제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온 만큼, 이번 사안에 대한 입장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함영주 회장’ 성비조작 채용비리 의혹과 대법원 판결
함 회장은 2018년 하나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혐의로 기소되어 현재 대법원의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그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으나, 2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의 심리 속도가 더딘 탓에 판결이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내년 초에 결론이 나올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재판 내용에 따르면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으로 재임했던 2015년부터 2016년 하반기까지 진행된 신입사원 공개채용 과정에서 인사청탁을 받고 서류 전형, 합숙 면접, 임원 면접 등 채용 절차에 개입해 특정 지원자들에게 특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2013년부터 2016년까지 신입 행원의 남녀 비율을 사전에 정해놓는 방식으로 채용을 진행해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했다는 추가 혐의도 제기됐다.
2심 재판부는 해당 부정청탁이 은행의 공정한 채용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정당히 합격해야할 지원자가 탈락했다는 것이다.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함 회장은 판결에 불복해 상고했고,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확정될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에 따라 함 회장은 회장직을 유지할 수 없다. 금융권에서는 “대법원이 판결을 뒤집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와 함께, 신뢰 회복을 위해 함 회장이 자진 사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나금융의 이번 규범 개정은 사업 연속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지만, 경영권 독점과 장기 집권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채용비리 의혹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연임 추진은 금융사의 신뢰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과 사회적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나금융은 이번 개정의 정당성을 입증하고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제시해야 한다. 금융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함 회장의 연임 추진 과정이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