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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8년, 건보 고객센터 ‘경력 삭제’ 전환안에 분노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 소속 조합원들은 26일 수요일 오후 2시,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전 조합원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고 정규직 전환 합의 이행을 재차 요구했다.

이들은 2017년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 약속과 2021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소속기관 전환’ 합의가 4년이 지나도록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 ‘근속 0년’ 전환안에 베테랑 상담사들 절망

지부는 최근 노사전협의체 논의 과정에서 공단 측이 제시한 전환안이 노동자들의 오랜 경력과 숙련도를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금영 지부장은 2017년 약속 이후 8년, 공단과 합의한 지 4년이 지났지만, “상담사 단 한 명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며 현 실태를 꼬집었다. 특히 공단이 수십 년간 근무한 숙련 노동자들을 ‘신입 사원’과 동일하게 취급하여 수습 기간을 적용하고, 20년에 달하는 경력을 인정하지 않은 채 ‘근속 0년’에서 다시 시작하라고 요구한 것이 이번 총파업의 도화선이 되었다.

이러한 공단의 방침은 고용 형태의 불안정성을 해소하기는커녕 더욱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 지부장은 전환 이후에도 해고 가능성을 열어두는 ‘수습’ 임용안에 대해 “이것은 고용 안정이 아니라 불안정의 연장이며, 공공서비스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나쁜 일자리 모델”이라고 규정했다.

■ 연차 미인정, 평가 중심 임금 체계 등 처우 후퇴 비판

경인지회 심보라 지회장은 공단이 주장하는 수습 기간 적용의 논리적 허점을 반박했다. 심 지회장은 “우리는 기존에도 동일한 업무를 장기간 지속해왔고, 심지어 과거 용역업체가 변경되는 과정에서도 근속 연수가 모두 인정되어 업무의 연속성이 확고히 유지되었다”고 강조했다. 민간 위탁 시절에도 인정받았던 숙련도를 공공기관 직접 고용 과정에서 오히려 부정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본부지회 권수현 지회장은 공단이 제시한 임금 체계와 평가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공단안은 장기 근속에 따른 자연스러운 임금 상승을 보장하지 않고, 평가 중심의 승급제를 도입해 임금이 정체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권 지회장은 “상담사로 입사해 정년까지 같은 직급으로 남아 임금이 정체되는 현실은 과거 도급업체 시절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하며, 이전 도급업체 시절보다 처우가 후퇴한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연차 휴가 문제에서도 과거 경력을 환산하지 않아, 20년 경력자도 신규 입사자와 동일하게 ‘한 달 만근 시 월차 하루 부여’되는 상황에 놓인다고 전했다.

부산지회 김기영 부지회장은 전환 정원(TO) 문제의 심각성을 제기했다. 공단이 제시한 정원 1,615명은 지부가 요구하는 최소 정원 1,633명보다 적은 수치다. 김 부지회장은 “고작 18명처럼 보이는 이 차이는 그저 숫자의 차이가 아니라 앞으로의 삶이 뒤집히는 동지들의 수”라며, 정원이 부족하면 현재 일하는 동료 중 일부가 탈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를 강조했다.

결의대회 이후 국민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고 선언했다. 지부는 향후 선전전과 토론회, 연대 활동 등을 통해 정규직 전환의 필요성을 시민들에게 지속적으로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총파업 결의는 단순한 임금 인상 요구를 넘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책의 후퇴와 노동자의 숙련에 대한 공공기관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되묻고 있다. 공단과 정부는 4년 전의 합의 정신을 되살려 노동자의 경력을 존중하고 고용을 안정시키는 책임 있는 방안을 신속히 제시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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