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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시민사회 및 노동단체 성명 잇따라

[뉴스필드] 지난해 10월 tvN(CJ E&M 소속) 드라마 ‘혼술남녀’ 조연출 故 이한빛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부동노동행위 의혹에 대한 시민사회 단체 성명이 잇따르고, 고용당국이 내사에 착수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청년유니온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노동위원회 등의 단체에 따르면 ‘혼술남녀’가 종영한 다음날인 지난해 10월26일, 故 이 PD는 입사한지 9개월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가 ‘혼술남녀’ 제작부서에 배치된 지 6개월이 조금 넘은 시점이었다.

고인은 SNS에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촬영을 마치고 좀비가 되어 돌아오니…”, “페북에다 일 얘기는 절대 안하려 했는데 일 빼면 잠 뿐인 삶, 일 빼면 할 말도 없구나” 등 열악한 근무상황을 토로했다.

고인이 남긴 유서에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 세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노동자를 불러내고 우리가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떠밀고 제가 가장 경멸했던 삶이기에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고 남겨져 있다.

이런 가운데 수개월 간 유가족은 사건 진상규명과 유사 사건 재발 방지를 CJ E&M측에 요구했으나, 유가족 측은 “(CJ E&M측)사건을 은폐하거나 고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태도로 일관했다”며 지난 18일 tvN ‘혼술남녀’ 신입 조연출 사망사건 대책위원회가 유가족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공론화에 나섰다.

대책위원회가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故 이 PD는 촬영이 있는 날에는 촬영현장에서, 촬영이 없는 날에는 회사에서 노동을 하며 막내신입 PD이자 중간관리자로서 선임들과 비정규직 스탭들을 조율하며 자신에게 부과된 업무를 촬영기간인 지난해 8월27일부터 지난해 10월20일까지 55일 동안 온 몸으로 겪었다.

이에 대해 청년유니온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지난 6개월 동안 CJ E&M은 제대로 협의에 임하지 않았다”며 “유가족 측의 객관적인 자료 요구를 거부한 채, ‘해당 제작현장의 노동강도가 특별히 높은 편이 아니’고 오히려 ‘한빛 PD의 근태불량으로 사측에 피해가 발생했다’고 말해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4월 18일, 대책위 입장이 기사화 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CJ E&M은 공식입장을 밝혔다”며 “그마저도 유가족과 대책위는 CJ E&M이 아니라 언론을 통해 알게 됐다. 내용도 유가족의 요구는 또다시 외면한 채, 기존의 입장을 반복했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故 이한빛 PD의 명예 회복과 방송 콘텐츠 제작 노동 환경의 개선을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며 “CJ E&M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할 필요성과 요건은 차고 넘친다. 초과근로와 휴게시간에 대한 근로기준법상 규정이 적법하게 지켜졌는지 직장 내 괴롭힘은 없었는지 철저히 조사해 책임자에겐 법적 책임을 묻고 경영진으로 하여금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게 지도하고 관리 감독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민변)는 “유가족의 진상 조사 요구는 故 이한빛 PD가 과중한 노동을 했는지, 업무에서 폭력적이거나 모욕이 있었는지를 확인해달라는 매우 단순한 요구였다”며 “그러나 CJ E&M이 보인 태도는 ‘원래 방송계는 다 그렇다, 막내 PD는 다 그렇다’라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민변은 “CJ E&M은 故 이한빛 PD가 죽음을 통해 알린 드라마 제작환경 노동자들의 열악함을 경찰이나 공적 기관 조사를 운운하며,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대책위원회가 6개월 간 조사해 발표한 진상조사보고서를 겸허한 마음으로 수용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방지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CJ E&M 측은 지난 18일 공식입장을 통해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한 이한빛님에 대해 큰 슬픔을 표한다”, “어떠한 말도 닿을 수 없는 유가족의 아픔에도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하면서 “사망에 대한 경찰의 조사 이후 그동안 유가족과 원인 규명의 절차와 방식에 대해 협의를 해왔지만 오늘(18일)과 같은 상황이 생겨 매우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서울서부노동지청은 21일 이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CJ E&M의 법 위반사항 등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내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