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00억 베팅한 ‘그린에너지’, 비싼 단가에 살 사람 없어 사업 좌초 위기
파트너사 회장 “경제성 없어 수소 실현 불가능”… 수주 절벽 현실화 우려
(뉴스필드) 진용준 기자 = SK에코플랜트가 미래 핵심 먹거리로 공언해온 6조 5천억 원 규모의 캐나다 ‘그린수소 프로젝트(뉴지오호닉)’가 재무적으로 중대 기로에 섰다. 현지 파트너사가 “경제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사실상 수소 사업 포기를 선언한 가운데, SK에코플랜트의 재무제표에는 이미 수백억 원대 손실이 기록되며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13일 금융감독원 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캐나다 현지 파트너 법인인 ‘World Energy GH2 Limited Partnership(이하 WEGH2)’의 투자 가치는 이미 상당 부분 훼손된 상태다.
■ “구매자 없다” 파트너사의 고백… 207억 원 증발의 배경
이번 사업의 균열은 현지에서 먼저 감지됐다. 최근 WEGH2의 존 리슬리 회장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정 수소 사업은 경제적으로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녹색수소 사업을 포기하고 풍력 발전 사업으로 방향을 틀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위기 징후는 SK에코플랜트의 공시 자료에 고스란히 숫자로 나타나 있다. SK에코플랜트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한 취득원가는 총 692억 824만 6,000원이다. 하지만 2025년 3분기 말 현재 장부금액은 484억 5,436만 6,000원에 불과하다. 투자 초기 대비 약 207억 5,388만 원(약 30%)의 자본이 이미 재무제표상에서 사라진 셈이다.
특히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발생한 지분법 손익은 -38억 3,062만 5,000원으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매달 평균 4억 2천만 원 이상의 적자를 떠안고 있었다. 회사가 3분기 보고서에서 선제적으로 자산 가치를 깎아낸 배경에는 ‘높은 원가 구조’와 ‘수요처 미확보’라는 냉혹한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2024년 환경영향평가(EIS) 통과와 캐나다-독일 간 수소 터미널 MOU 등 대외적인 호재에도 불구하고, 실제 ‘비싼 수소를 사줄 확실한 구매자(Off-taker)’를 찾지 못한 것이 결정적 패착이 됐다.
■ ‘에너지 디벨로퍼’ 전략의 배신… 6.5조 수주 잔고 ‘신기루’ 되나
이번 사태는 SK에코플랜트가 표방해온 ‘에너지 디벨로퍼’ 전략의 한계를 노출했다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는 단순히 시공만 하는 건설사 모델을 넘어, 직접 자금을 투자해 주주로서 기본설계(FEED), 수전해기 공급, 녹색 암모니아 플랜트 시공(EPC) 등 전체 밸류체인을 독점하려 했다.
하지만 사업의 핵심인 ‘수소 생산’이 무산되면서, 이와 연계된 조 단위 공사 물량은 사실상 증발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장부에 남아있는 484억 원의 잔액 역시 잠재적 리스크 덩어리다. 이 가치는 수소 사업의 성공을 전제로 산정된 것이기 때문이다. 파트너사가 풍력 발전으로 사업을 축소 전환할 경우, 기존 수전해 설비나 암모니아 플랜트를 전제로 한 투자 자산은 향후 결산 공시에서 추가적으로 대규모 ‘손상차손’ 처리가 불가피해 보인다.
■ IPO 앞둔 밸류에이션 재조정 불가피
2026년 상장(IPO)을 목표로 하는 SK에코플랜트에게 이번 프로젝트 리스크는 뼈아픈 부담이다. 그간 증권가에서는 SK에코플랜트의 건설사 멀티플을 넘어서는 기업가치를 산정할 때, 캐나다 수소 프로젝트를 핵심 성장 근거로 평가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우려되는 지점은 투자자 소통 방식이다. SK에코플랜트는 국가 간 MOU 체결과 환경영향평가(EIS) 통과 등 외부 홍보성 호재는 대대적으로 알렸지만, 정작 사업의 핵심인 구매자 확보 실패와 이로 인한 수백억 원대 자산 감액은 재무제표 주석에만 반영했다. 상장을 앞둔 기업이 핵심 사업의 부실 가능성을 투자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기보다, 숫자의 행간에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형태라는 비판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들은 이미 사라진 207억 원 투자금의 실체와, 향후 잠재적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484억 원 잔액 처리 과정을 예의 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에코플랜트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월드 에너지 GH2를 비롯해 친환경 사업 분야에서 투자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는 해도 당기손익에 유의미하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지는 않다”며 “아직은 매각을 논할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