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하청노동자 “2600여명 105억원 임금체불 사태 검찰 수사해야”
현대중공업 21개 사내하청 업체 대표들이 7월 기성금(공사대금) 세금계산서 발행 서명을 거부하면서, 11일 현재 하청노동자 2천6백여명, 105억원 규모의 임금체불 및 4대보험체납 사태가 발생됐다.
건조부 업체들의 경우 기성금이 4천만원에서 1억2천만원 가량이 부족하고, 도장부 업체들의 경우 전반적으로 4천만원에서 5천만원 가량 부족한 상태다.
오는 21일이 지나면 다시 8월 기성금의 집행마감 기간이 되므로 두 달 치 기성금을 같이 정산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된다.
하청 노동자들은 임금 체불의 원인은 원청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2월 현대중공업에 과징금 208억원을 부과한 사례를 살펴보면, 하도급업체가 구체적인 작업 내용과 대금을 모르는 상태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사후에 현대중공업이 일방적으로 정한 대금을 받아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게다가 현중은 하도급 업체에 단가 10% 감축을 압박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노조는 현중에 대한 검찰 수사를 요구하고 있다.[편집자 주]
현대중공업 원·하청 노동조합은 11일 “건조와 도장 작업을 맡고 있는 21개 업체 하청노동자 2천6백여명은 105억원의 임금이 체불됐다”며 “원청이 책임지고 직접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이날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불안정한 생계의 고통이 다람쥐 쳇바퀴처럼 계속됐고, 밥 먹듯이 벌어졌던 20%, 30% 임금체불은 마침내 100%가 돼버렸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임금체불은 지난달 31일 휴가 전 21개 사내하청 업체 대표들이 7월 공사대금에 대한 세금계산서 발행 서명을 거부하면서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체불과 4대보험체납 사태가 발생했다.
이는 조선업종 불황으로 2016년~2017년 하청업체 전반에 구조조정과 임금삭감이 이뤄지면서 폐업에 따른 체불, 체당금 처리 급증, 원청 지원금 중간착불 등으로 만성화된 상황이다.
노조는 “하청업체의 체불·체납 원인은 매번 똑같다. 기성금이 부족하다는 게 한결같은 이유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청이 문제를 봉합하는 방법도 항상 똑같다. 4대보험 체납하도록 안내하고, 빌려준 상생지원금 상환기한 연장해주고, 업체가 맡겨둔 영업보증금 빼서 돌려막고, 업체한테는 정부나 금융권에 대출금 받아오게 한다”며 “그러나 업체 대표들 빚더미만 키워왔던 도돌이표 임시방편도 이제는 한계에 봉착했다”고 밝혔다.
노조는 “현중 자본과 경영진은 근본대책을 수립할 생각이 전혀 없다”며 “주주들에게 안정적으로 고액배당을 이어가고 수익을 남기는 데는 문제가 없고, 생산의 리스크와 손실은 손쉽게 하청에게 떠넘기면 그만이기 때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어 “2020년 8월에 발생한 임금 체불은 19년 공정거래위의 과징금 부과 이후에도 현대중공업이 전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전형적인 원청의 갑질이고 현대중공업에 대한 즉각적인 검찰 수사가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공사대금은 상호 합의된 계약에 따라 정상 지급되고 있으며, 장기간의 조선업 불황으로 인해 일부 협력사가 경영상 어려움을 겪으며 발생한 문제인 것으로 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간 해온 제도개선 노력에 더해 협력사와 상생할 수 있는 지원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협력사의 경영 안정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