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섬식품노조 엔씨소프트지회 출범
대한민국 게임업계 대표적 기업인 엔씨소프트의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설립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지회(지회장 송가람)는 4월 10일 출범 선언문을 발표하며, 출범을 공식화했다. 엔씨소프트지회의 별칭은 ‘우주정복’이다.
지회는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도전정신, 열정, 진정성이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적, 관료적 문화’로 훼손되었다”며 임원중심의 관료적 조직문화와 만연한 불법 연장근로, 권고사직과 대기발령 등의 문제를 꼬집었다.
지회는 사측에 ▲고용 안정 ▲수평적인 조직문화 ▲투명한 평가 및 보상체계 등을 요구했다. 송가람 지회장은 “우리의 권리를 보호하고, 목소리를 회사에 잘 전달하고자 노조를 설립하게 되었다”며 “많은 분이 믿음을 가지고 계속해서 응원해 주신만큼 지회와 함께 엔씨를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날 화섬식품노조 수도권지부 IT위원회는 지지를 표명했다. “노동조합의 시작은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며 엔씨소프트 직원들에게 노동조합에 함께할 것을 부탁했다. IT위원회는 네이버지회, 카카오지회, 넥슨지회, 스마일게이트지회, 웹젠지회, 한글과컴퓨터지회, 포스코ICT지회, LIG넥스원지회 등이 함께 하고 있다.
화섬식품노조는 “엔씨소프트지회의 출범이 장시간 노동시간과 권고사직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을 개선해 갈 견인차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엔씨소프트는 업력 27년차의 대표적 게임개발사로, 온라인, 모바일 게임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을 하는 회사다. 대표작으로 MMORPG 장르인 리니지, 리니지2, 길드워시리즈 아이온, 블레이드 앤 소울 등이 있으며, 미국, 일본 등의 해외로도 진출했다.
화섬식품노조는 2004년 10월 출범한 한국의 대표적 산업별 노동조합으로, LG화학/LG에너지솔루션지회 등 화학산업, 서울봉제인지회 등 섬유산업, 파리바게뜨지회 등 식품산업, 네이버지회 등 ICT산업, SK하이닉스기술사무직지회 등 반도체 관련 산업, 한국에보트지회 등 제약∙바이오 산업, 제지산업, 폐기물∙환경재생 관련 산업, 협동조합, 문화산업에 이르는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는 노동자 4만여명으로 구성돼있다.
이하 출범선언문 전문
[ 설립 선언문 ]
노동조합 혈맹원을 모집합니다
대한민국 게임산업의 산증인이자 역사인 엔씨소프트의 사우 여러분
평소처럼 안부를 묻기가 조심스럽습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말하는 ‘위기’이니까요.
무엇이 우리의 위기입니까?
회계 위기 이면에 숨은 진짜 위기
우리의 핵심 가치 3가지(도전정신, 열정, 진정성)가 훼손되었습니다.
가족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 관료적 문화는 실패와 악덕을 덮었고, 그 책임과 피해를 사우에게 전가하였습니다. 고질적인 ‘상후하박’의 조직문화가 회사의 핵심 가치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 즐거운 세상을 만들기 위한 끊임없는 도전 ]
사우들의 도전 끝엔 권고사직과 대기발령이라는 슬픈 엔딩이 존재합니다. 우리는 엔씨소프트에 고용된 직원이지만 TO 하나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도전합니다.
마치 프로젝트에 고용된 ‘한시적 정규직’ 같습니다. 반면, 불투명한 평가는 임원들의
끝없는 임기를 보장하며 진정한 변화와 성장을 어렵게 만듭니다.
[ 헌신과 열정 ]
사우들의 헌신은 런칭과 업데이트를 볼모로 불법적인 연장근로에 동원되며 임원 승진과 보수를 위한 ‘아인하사드’로 소모되고 말았습니다. 또한, 빛나는 열정은 여기 이 선언문에 담기도 부끄러운 수준의 상명하복 조직문화, 사내 정치 안에서 시들어가고 있습니다.
[ 진정성 ]
2021년 낮은 자세로 사우들의 걱정과 제안을 듣겠다던 무거운 책임감은 진정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였습니다. 폐쇄적 평가 및 보상제도는 영원한 영업비밀이 되었고, ‘하후상박’의 원칙은 임금 격차 1등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소통 없는 통보, 말과 행동의 불일치, ‘진정성’마저 사우들의 몫입니다.
우리의 기본 권리와 핵심 가치가 지켜질 때, 비로소 뛰어오를 수 있으며,
즐거운 상상을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 함께 변화를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낮은 곳에서 함께 NC를 성찰해주시고, 변화할 NC를 향해 숨죽였던 목소리를 모아주십시오.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었던 것들. 고쳐야 하지만, 고쳐지지 않는 것들. 우리가 주인 되어 정상적인 모습으로 복구합시다.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 서로를 지켜줄 수 있는 엔씨소프트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되어주십시오.
2023년 4월 10일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엔씨소프트 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