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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협동사회경제’란 무엇인가?

양홍관(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생명살림마음문화원장)

1760년대 산업혁명이 시작된 후 자본주의는 국민국가와 결합하면서 식민주의, 군국주의, 지배주의 등의 성격을 심화·확대하면서 여러 형태로 변형됐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 초국적 금융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로 ‘이윤율 저하에 따른 자본의 위기’를 모면하려다가 자본의 총체적 구조조정 위기와 시장주의의 전면적 파탄에 직면했다.

우리는 어떤 자본주의에 살고 있는가?

이렇게 되자 자본주의는 경쟁 사회를 근간으로 하면서도 협조와 협동의 사회 원리를 적정하게 활용해서 체제를 보완토록 복지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자신의 모순을 극복하면서 경쟁과 협동이 배합된 새로운 자본주의 단계로 자기 생존을 모색하고 있다.

다른 한편, 자본의 총체적 위기 속에서 각 나라마다 국민국가의 자주적 요구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세계적으로는 전쟁과 대결에서 친선과 평화로 나아간다. 또, 지역적으로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민족국가 단위에서는 예속과 침략에서 자주로, 그리고 국가 내에서는 중앙집권적 독재에서 지방분권적 공동체 회복과 참여민주로 나아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외로부터 창조적 자유로, 그리고 전 지구적 차원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지속 가능한 공존으로 나아가려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이에 자본주의 세계 체제의 위기를 극복하고 협동 사회적 세계 체제를 만들기 위해 자주(자치), 평등, 생태, 평화, 복지, 공동체, 연대 등의 가치와 호혜, 친선, 평화의 원칙으로 협동적 세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세계 체제의 양극화와 각 나라 안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자연생태와 공존공생의 관계망 속에서 극에 이른 경쟁적 사회관계를 극복하고 공동체적이고 협동적인 사회관계를 창출해야 한다. 우리는 억압과 차별의 승자독식 경쟁 사회를 넘어 자유와 창조, 정의와 공평, 사랑과 공생의 사회로 대전환해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있다.

협동사회경제의 산업 영역, 소유와 운영은? 
 
협동사회경제에서 경제 활동의 목적은 자본의 최대 이윤에 있는 것이 아니라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개인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와 서비스를 적절하게 공급함으로써 그들의 물질적 필요를 충족시키는 데 있다. 그런 의미에서 생산의 목적은 자본의 이윤 극대화가 아닌 생활자들의 필요 수요 충족에 있다. 필요 수요의 충족을 목적으로 하는 생산 체제로서 협동사회경제는 원추형 산업구조를 제시한다. 원추형 산업구조는 하층 부분은 ‘사회공공 영역’이고 중간 부분은 ‘협동 영역’이며, 상층 부분은 ‘자영 영역’의 순으로 구성된다.

먼저, 사회공공 영역은 다른 영역의 근간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분야로 에너지 동력산업, 대규모 식량농림수산산업, 중화학공업, 교통·통신산업, 방송미디어산업, 국방, 교육, 보건 등의 사회기간 부분이다. 이 영역은 사회 전체의 운용과 국민의 일상에서 필요한 물자의 공급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기본적으로 국가와 사회의 소유 아래에 두어야 한다. 다만, 국가와 사회의 운영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 않는 분야와 범위 내에서 회사법인의 소유를 인정할 수 있다.

국가와 사회의 소유라고 하더라도 관료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창의적·헌신적 운영을 위해 정부로부터 독립된 공적 조직에서 운영을 맡아야 한다. 사업의 운영에 있어서 수익성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며, 지속적 운영과 적정한 확대 재생산 비용을 보상하는 수준에서 판매 가격이 책정돼야 한다. 이런 사회공공 영역은 다른 산업의 비용 구조와 운영에 직접적이고 결정적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막대한 자원의 소비와 함께 그에 따른 자연환경의 오염 및 파괴 그리고 기후 변화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영역이므로 사적 소유와 운영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따라서 전 산업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방화, 유연화, 민영화 등은 신자유주의 체제로 가는 최종 지점이기 때문에 사회 전반의 안정성과 지속성, 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 흐름은 중단돼야 한다.

다음으로 협동 영역은 중소부품기계공업, 서비스용역사업, 소비재 산업, 경공업, 중대농업, 중대임업, 중대수산업 등을 포함하며, 생산 현장과 지역의 주민들이 노동생산자협동조합, 농업생산자협동조합, 임업생산자협동조합, 어업생산자협동조합,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신용협동조합 등을 만들어 경영과 노동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영역이다. 공동으로 소유하고 민주적으로 관리하는 사업을 통해 구성원들의 공통된 경제적·문화적·정치적 필요성과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뭉친 노동들의 자율적인 협회인 협동조합은 ‘원칙으로 운영되는 참여자치 공동체’인 것이다.

협동 영역의 성공을 위해 단위 협동조합이 고립된 활동을 해서는 안 되고 계통적·지역적 협동조합 간의 협력과 연대가 필요하다. 또 협동조합의 운영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위한 금융, 경영기술 지원 시스템, 재화와 서비스의 공동 구매와 판매, 신상품의 연구개발, 협동조합 교육과 훈련, 홍보와 연계 서비스 등을 구축하고 협동조합 활동의 근거라고 할 수 있는 지역과 부문의 결속력을 강화하는 원칙과 조건을 바로 세워야 한다. 협동 영역은 사회공공 영역보다 창조적이며 자주적인 분야이고, 자영 영역보다 안정적이며 다수의 일자리를 창출한다. 따라서 협동 영역은 협동사회경제에서 중추적인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는 분야라고 할 수 있다.

끝으로 자영 영역은 소규모의 가족사업, 개인사업, 음식점, 소매상, 수공예품점, 예술가, 개인발명가, 소규모 동업, 가족농업,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을 대상으로 한다. 이는 개인들의 창발성과 생산성을 보장하여 스스로 노동에 대한 자기실현과 생활에 필요한 재화와 서비스의 공급 또는 부의 축적을 위한 사업 동기를 부여한다. 자영 영역은 주로 상업과 개인 서비스 사업으로서 자유 경쟁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분야와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 노동 집약적 분야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자유 경쟁이 이루어지므로 자원은 최적의 배분이 되며, 이윤도 정상 이윤에 그쳐 협동사회경제의 원리인 필요 소비 수요를 위한 생산을 하게 된다.

자영 영역에서 제기되는 문제는 개별 사업의 규모인데, 매출과 고용인원이 많아져서 협동 영역의 규모로 커질 때는 개별 사업을 분화하거나 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을 법제화함으로써 지나친 부의 개인적 축적을 지양하도록 한다.

특히, 자영 영역에서 중요한 분야는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 등이다. 많은 국가들이 비교우위 이론에 따라 특정 산업 분야에 치중함으로써 농림수산업이 위축되어 산업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고용안정, 지역균형발전, 환경보존 등 사회 운용의 전략적 가치들을 상실하고, 이것이 다시 실업, 도시의 슬럼화, 환경오염, 범죄, 빈부격차, 공동체의 해체 등 사회의 많은 측면을 불건강하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사회를 쇠퇴시키고 위험사회를 만든다.

농림수산 부문은 각 분야의 기계 산업과 가공 산업 등 관련 산업을 포함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이런 광의의 농림수산 부문은 고용 안정 효과가 크고 필요 소비 수요가 안정되어 있어서 경제 불황으로 인한 실업과 경기 침체에 영향을 덜 받으므로 사회를 안정적으로 유지·발전시키는 안전대의 역할을 한다. 또한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은 자연 친화적인 유기농업, 산림체험 치유, 생태어업 등을 통해 안전하고 환경 친화적인 먹을거리와 도시민의 쉼터, 환경 배움터 등의 역할을 한다.

협동사회경제의 원천적 기반은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다! 
 
협동사회경제의 운용과 활성화를 위한 선행 요건으로 토지의 공개념화가 필요한데, 즉 토지를 원칙적으로 사회 공공 소유나 지역 풀뿌리 협동조합의 공동 소유로 해야 한다. 국가·사회·공동체와 그 구성원의 부의 원천은 토지 자체와 그 토지에서 산출된다. 토지가 사회 공공 소유나 지역공동체의 협동적 소유가 돼야 하는 이유는 토지의 생성 근원과 토지 생산물의 활용 내지 효용가치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토지가 가지고 있는 생성적 가치는 인간이 창조한 것이 아니어서 어떤 개인의 사적 소유 재산으로 인정하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는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낳는다. 우선 투기를 목적으로 한 토지의 취득이나 개발 이익을 독점할 여지가 없으므로 국가, 사회, 공동체 등에 의한 토지의 확보가 용이하여 사회의 장기적인 확대·발전이 가능하다. 또, 외부인에 의한 토지 관련 착취로부터 사회 구성원들이 보호되며 협동 사회 의식이 강화된다. 그리고 토지가 없거나 소득이 적은 귀농, 영농 희망자들에게 장기적으로 토지를 경작할 기회를 줌으로써 이들에게 경제적 안정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

특히, 토지의 협동 사회적 소유는 경제 위기가 도래할 때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계층의 생존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다. 그리고 토지 소유의 집중 및 부재지주의 토지 소유를 실질적으로 배제하여 지역 주민의 토지 사용 지분이 좀 더 균등해지도록 한다. 또한 장기적으로 생태적 공동체가 형성될 수 있는 여지를 키우며 공동체 정신의 함양을 통해 협업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유기농업을 확산시킬 수 있다. 나아가 농민생산자협동조합의 형성 및 도시지역 소비자협동조합과의 연계를 통해 시장 경제로 인한 가격과 수급의 불안 및 농림수산물 공급의 비효율성 등을 극복할 수 있다. 더불어, 공동체 의식과 활동의 강화로 풀뿌리 자치 협동 사회적 민주주의의 기반을 형성하고 강화할 수 있게 된다.

협동사회경제를 위한 기본 정책 
 
첫째는 에너지·자원 정책으로 태양열, 풍력, 지열, 소수력 등 지역 분산 형 신재생에너지 단지의 기초지자체별 설립, 마을 단위의 빗물 관리와 생활하수 재사용 등 에코시스템의 구축, 지역 순환 형 자원 재활용 사회적 기업의 육성, 쓰레기 제로 및 에너지원으로 활용하는 시스템, 지역 자원의 지역 내 활용을 기본으로 하고 외부 유출은 여유분의 범위 내에서 반출, 에너지 절약형 설비 지원 등이 여기에 속한다.

둘째는 식량 정책으로 친환경 가족소농, 가족임업, 가족어업을 육성·지원(농업을 친환경 공공 산업으로 전환)하고, 생산과 유통을 지역 농림수산협동조합과 지자체 책임제로 전환하고, 지역 농림수산물 우선의 무상 학교급식을 시행한다. 또, 공공기관 및 지역 기업의 단체급식과 지역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귀촌 및 자영농림수산의 육성과 지원, 식량 자급률 높이기, 토종종자 보존은행 설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는 주택·교통 정책으로 에너지 및 물 자급 형 친환경 주택 보급, 주택 소유 정책에서 임대 정책으로의 전환, 다주택 보유 누진세 도입, 자전거 및 대중교통 연계 시스템의 구축, 녹지축 연계 안전 보도 도로망 구축 등이 여기에 속한다.

넷째는 교육·문화 정책으로 무상 평생 교육(유치·초등·중등·고등·평생) 체계의 확립, 보육의 평생 무상 교육 체계 편입, 다양한 교육기관의 설립 및 자율 교육 제도의 강화, 생활권별 복합행정문화센터 건립, 토착 및 다문화 발굴과 공동체 문화 활성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다섯째는 복지·의료 정책으로 의료보험·산재보험·고용보험·연금보험·상해보험 등의 공공성·보장성 강화. 사회적 일자리 확대, 사회안전망 확충,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권리 보장, 긴급구호 시설 및 기금의 설립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여섯째는 중소기업과 지역사회 기업을 육성하여 내수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호 연관뿐만 아니라 역할 분담에 따른 중소기업의 내수시장에서의 주도성을 높여야 한다. 또한 지역에서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사회 기업을 육성하고 협동적 관계망을 구축하여 지역의 재원이 지역 안에서 확대 재생산되도록 한다.

일곱째는 협동조합과 협동기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협동은행과 협동경영기술지원센터 등을 설립하는 것이다. 사회공공사업체와 협동조합의 상호 연관뿐만 아니라 역할 분담에 따른 협동조합의 내수시장에서의 주도성을 높여야 한다. 협동사회경제기업법을 제정하여 설립 자금을 지원하고 세제 혜택을 주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협동조합과 협동기업 상호간 협동적 살림망을 구축하고 지역사회 경제를 주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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