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바게뜨 자회사, 제빵 기사들 초과 근무시간 조작 정황 나타나
파리바게뜨 제빵 및 카페 기사들에 대한 불법파견과 연장꺽기로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후, 상생기업으로 탄생된 ㈜파리크라상의 자회사 ㈜피비파트너즈에서 관리자들의 근로자 불법 근무시간 조작 정황이 나타났다.
예를 들어 제과·제빵 기사들의 퇴근 시간이 20분 초과될 경우 출근 시간을 20분 늦춰지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기사는 과중된 업무를 하면서도 월급이 줄었고 연장청구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또한 기사들의 근무시간이 초과될 경우 점포 측이 크림류 충전, 철판 닦기 등을 도와주기로 했지만 이 마저도 도와주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는 6일 서초구 양재동 SPC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10월 초 피비파트너즈 남부사업부 소속 조합원의 고충상담 중 관리자가 근무시간을 조작한다는 사실을 접하게 됐고, 11월초 피해 조합원의 전산자료를 통해 담당 관리자가 조합원의 퇴근 시간을 조작했다는 다수의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해당 조합원 뿐만 아니라 다른 기사들의 근태자료를 확인해보니 퇴근시간 조작과 주 52시간을 맞추기 위해 근무시간을 자른 기록들이 발견됐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지회에 따르면 2017년 파리바게뜨는 11개의 협력업체 소속 5300여명의 제빵 및 카페 기사들에 대한 불법파견과 연장꺽기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약 90억원의 체불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2017년 불법파견 및 임금체불 논란 이후 사회적 합의를 통해 SPC그룹 파리크라상이 100% 지분을 투자해 자회사 피비파트너즈를 설립했다.
이 곳에서 5300여명의 제빵 카페 기사들이 파리바게뜨의 전국 각 매장에서 빵과 샌드위치, 음료등을 생산하고 있다.
피비파트너즈는 그동안 관리자들에게 지속적으로 주 52시간을 넘기지 않도록 근무시간(전산)을 관리하라는 업무지시를 해왔다.
문제는 관리자들이 담당 제빵 기사들에게 연장근무를 달지 못하게 하거나 퇴근을 찍고 근무하라는 요구를 하고, 나아가 근무시간까지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파리바게뜨지회는 11월 24일 회사에 관리자의 근태조작 건으로 공문을 보내 철저한 조사와 관련자 징계를 요구했고, 피해기사들과 함께 회사를 만나 피해사실을 진술하고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이후 회사 자체 조사 과정에서 파리바게뜨지회에서 문제제기 한 관리자의 조작건 외에도 다수의 추가 조작 정황이 나타나고 있다.
파리바게뜨지회가 회사에 정보공개 요구와 징계위원회 개최 시기 여부를 질의하자, 회사는 12월 27일에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고 징계 결과가 나오는 대로 조작 자료를 지회에 공개하고 피해자들을 구제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징계위 개최여부에 대해서 공개하지 않고 있다.
파리바게뜨지회는 “피비파트너즈는 2개월 이상의 근태자료를 회사차원에서 삭제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근무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까지 막아버렸다”고 주장했다.
지회는 “회사측의 이러한 태도는 근무시간 조작이라는 불법행위가 관리자 한 두명의 일탈이 아니라 회사의 지시, 또는 묵인아래 전국적으로 진행된 것이 아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따라서 우리 화섬식품노조는 이번 근무시간 조작과 관련하여 전 지역 전수조사를 실시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SPC 그룹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근무시간 조작을 지시한 사실은 없다”며 “점포에서 코로나 등 어려운 시기에서 관리자 개인적인 차원에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경위를 파악중이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