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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생활임금도 높아져야

박재영(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 여주시의원)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당선되었다가 대선을 앞두고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할 때쯤 국민의당으로 옮겨간 이언주 국회의원이 최근 정치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그는 지난 6월 30일 민주노총 주도로 파업이 이루어진 데 대해 “미친놈들이야, 완전히. 이렇게 계속 가면 우리나라는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조원들이 살기 좋은 나라가 된다.”고 발언했다. 또한 이언주 의원은 급식 조리 종사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조리사라는 게 별 게 아니다. 그 아줌마들 그냥 동네 아줌마들이다. 옛날 같으면 그냥 조금만 교육시켜서 시키면 되는 거다. 밥하는 아줌마가 왜 정규직화가 되어야 하는 거냐?”라고 말했다. 빗발치는 비난 여론에 이언주 의원이 머리를 숙였지만 노동자들의 분노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지방정부의 생활임금 정치가 중요한 이유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모두가 행복하게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나름 노력하고 있는 지방의 생활 정치가인 나로서는 이언주 의원의 이런 인식과 발언을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저런 인사가 국회의원이라는 중요한 자리에 앉아 있는지, 개탄스러운 마음이 든다. 이건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이런 인식을 가진 국회의원들과 이런 의원들이 소속된 여전히 낙후된 정당정치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발전, 사회적 약자의 지위 향상, 나아가 노동의 가치와 노동자의 존엄성이 지켜지는 정의로운 사회 실현에 걸림돌이 될 것 같아 걱정이다. 
 
사실 나는 여주시의회 의원으로서 생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 “복지는 실질적 보편주의 원칙에 따라 지금보다 더 상향평준화 되어야 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계속해 왔다. 그렇게 하려면 많이 가진 사람들과 덜 가진 사람들 사이에 넓혀진 거리를 좁혀나가는 정책이 집행돼야 한다. 많이 가진 사람들이 기득권을 조금이라도 더 내려놓고 세금도 누진적으로 더 부담하고, 덜 가진 사람들이 좀 더 가질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 두 계층 사이의 간극이 좁혀진다. 
 
그래서 나는 여주시의회 의원으로서 사회적 약자들의 지위 향상을 위해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이 실현될 수 있도록 집행기관과의 협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해왔고, 지금까지 나름대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 그리고 2015년 여주시를 상대로 한 시정 질문에서 나는 이렇게 주장했다. 
 
“최저임금은 그 기준선 이하로 임금 조건을 약화시키지 말라는 하한선을 설정한 것인데, 우리나라는 어느 순간부터 최저임금이 목적임금이 되고 말았습니다. 여주시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또한 여주시민의 행복한 삶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최하한선인 최저임금으로 계약을 맺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주시민의 행복을 구현할 사람들이 최소한의 인간적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생활임금제도를 즉시 실현함으로써 이들이 자긍심을 가지고 시민을 위한 봉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합니다.” 
 
여주시는 2016년 초 의회에서 생활임금 조례가 통과되자마자 즉시 생활임금제도를 실현시키기 위한 ‘생활임금위원회’를 구성했고, 나는 심의위원으로 참가하여 여주시의 무기 계약직 노동자와 기간제 노동자의 생활임금을 높이기 위한 협상에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2016년 최저임금이 6,030원일 때 생활임금을 6,470원으로 결정했고, 2017년 최저임금이 6,470원일 때 생활임금을 7,250원으로 결정해 집행토록 했다. 
 
경기도 끄트머리의 이름도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여주라는 작은 도시에서 노동자들의 인간적 삶을 유지하기 위해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하고, 생활임금액을 높이기 위한 생활정치 활동이 여주시의 산하기관은 물론이고 출연기관, 그리고 지역 전체의 민간기업 등으로 파급되어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모두가 함께 행복한 복지여주를 건설하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현재 정부가 주도하는 최저임금심의위원회에서는 2018년도 최저임금 시급 1만 원을 요구하는 노동계와 급격한 인상을 반대하는 사용자측의 대립으로 갈등을 겪고 있다. 이런 갈등은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기에 전혀 낯설지가 않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최저임금 인상에 목표를 두고 있는 정부의 전향적 자세가 결국에는 최저임금의 상향 조정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이런 추세는 여주시의 생활임금액 결정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경기도가 앞장서서 최저임금을 넘어서는 생활임금제도를 도입할 것을 각 지자체에 권고하고 독려했다. 그런데 많은 지자체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여주시를 비롯한 상당수의 지자체는 복지의 상향평준화를 위해 생활임금제도를 적극 도입하고 실행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가운데 촛불시민혁명에 의해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고, 문재인 정부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까지 인상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최저임금 1만 원은 노동자들이 인간적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 조건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는 주 40시간 기준의 월 소득 209만 원으로 1인 가구 노동자의 표준생계비에 근접한 수준이다. 
 
지난 5월 여주시의회 정례회 시정 질문에서 “문재인 정부의 출범으로 대한민국의 최저임금이 2020년까지 1만원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에 비례해서 생활임금도 상향 조정됨이 타당하다는 생각입니다. 따라서 생활임금 인상 계획에 대한 여주시의 입장을 명확히 제시해주기 바랍니다.”라고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여주시는 “2018년도 생활임금을 경기도의 모든 지자체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화답함으로써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확고한 배려의 의지를 확인해 주었다.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을 위해 최저임금제를 도입한 것은 ‘최저조건의 임금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더 나은 생활임금 조건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되 국가에서 정한 최저선 이하로 노동자의 임금이 내려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기업과 고용주들은 마치 최저임금만 보장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는 식의 태도를 보인다. 변화무쌍한 세상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우리 기업들의 ‘반 노동자적 사고’가 안타까울 뿐이다. 
 
노동에 대한 저열한 인식 극복해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국민의 선택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만 ‘인수위원회’도 꾸리지 못한 상태에서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여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제시했던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 추진을 분명하게 선언함으로써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생존과 직결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양산과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발을 내딛었다. 대한민국 1,700만 명의 임금 노동자 중 절반에 해당하는 870만 명이 비정규직 노동자이고, 그 중에서 44.1%인 380만 명의 노동자가 최저임금 언저리의 저임금에 혹사당함으로써 차별과 착취가 만연된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 설사 비정규직이 존재하더라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고, 그래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고 노동자가 주인이 되는 세상, 세상 모든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 냄새가 나는 세상으로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그래서 나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즉 직업 안정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11개월짜리 기간제 노동자들 중 상시적 고용이 필요한 직종에 한해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을 촉구했고, 여주시도 이에 호응하여 2016년부터 단계적으로 기간제 노동자를 무기 계약직 노동자로 전환하고 있으며, 2017년에도 180여 명의 기간제 노동자들 중 상당수를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 중이다. 
 
세계 경제 교역 규모로 살펴본 대한민국의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권이고, 1인당 국민소득은 3만 불에 육박하며, 1년의 예산총액은 400조 원을 넘어섰다. 우리나라는 아직 선진국은 아니지만 선진국의 목전에서 선진국으로의 진입을 위해 ‘발버둥치고’ 있다. 하지만 사회안전망을 비롯한 복지 투자가 부실해서 우리 국민의 삶의 질 수준은 선진국에 진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 사회는 ‘가치’를 창조하는 노동을 천박하게 여기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경원시하는 경향이 너무 강하다. 이런 저열한 사회적 의식 수준으로는 선진국 진입이 어렵다. 특히, 우리 정부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줄 의무를 이행하기 보다는 ‘노동시장의 유연성’만을 강조한다. 한심스러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이제 ‘고용 없는 성장’의 단계에 진입해 있고, 하루에도 어쩌면 수십 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고 고용을 창출하는 것을 본연의 임무로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면 언제 또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인지로 밤잠을 설치게 되는 기간제 또는 시간제 등의 계약직 노동자들의 삶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이 작금의 시대적 과제다.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망과 지혜를 모아낼 때다 
 
그런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정치사회적 과제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일부 ‘상대적 상실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 기간제 노동자와 시간제 노동자를 무기 계약직 노동자로 전환시키는 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흔쾌히 동의한다. 하지만, 무기 계약직 노동자를 정규직 노동자로 전환하는 데 대해서는 일단 고개를 가로젓는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정규직이 되기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서 정규직 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은 비정규직 노동자를 조건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그러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우리가 노력한 것은 어쩌고!”라며 상대적 상실감을 공공연하게 표출하기도 한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동일노동-동일임금’의 원칙이다.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든 같은 수준의 일을 한다면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다른 일을 한다면 다른 일들의 직무상 성격에 따라 달리 대우하면 된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가 임금과 복지의 격차여선 안 된다. 이 둘은 단지 직업의 안정성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시민들 각자의 개인적 필요에 따라 같은 일이라도 시간제 비정규직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다고 같은 일을 하는 정규직과 어떤 차별도 없다. 제도의 변혁과 함께 인식의 변화도 필요한 것이다.     
 
비정규직이 없는 세상, 차이는 있어도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 패자부활전이 언제나 가능하도록 사회안전망이 잘 제도화된 세상을 건설하는 데 ‘감당할 수 없는 재정’이 요구된다는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저임금을 1만 원으로 인상하려는 노력에 대해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고, 왜곡된 근거에 기초한 과장된 재정난을 이유로 정의로운 사회로 거듭나는 일을 멈추어서는 안 된다. 대기업들의 일방적 이윤 극대화로 인해 중소기업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이 설 자리를 빼앗겼던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공정한 거래 질서의 확립이 실현돼야 한다. 이를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불안 심리를 해소시키려는 노력이 동반돼야 한다. 
 
수십 년 간의 노력으로 오늘의 복지국가를 이룩한 스웨덴은 먼저 든든한 사회안전망을 확충하기 위해 노력했고, 노동자들의 저임금 구조에 의존하는 경쟁력 떨어지는 기업들을 일회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통해 정리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강한 경제의 토대를 다져간 역사적 경험은 우리에게도 큰 교훈이 된다. 
 
나는 우리 사회가 이제는 ‘경쟁 지상주의’를 넘어 사회적 약자는 물론이고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나보다 어려운 처지의 사람들로 인해 빚어지는 사회적 갈등이 결국에는 나의 삶도 평안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따라서 모두의 평화롭고 윤택한 삶을 위해 복지의 상향평준화가 필요한 것처럼 지금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넘어 이웃에 대한 사랑과 배려를 바탕으로 노동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람 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이런 역동적 복지국가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열망과 지혜를 모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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