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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집배원 과로사 책임을 묻기 위해 법정에 선 집배노동자들

최승묵 (전국집배노동조합 위원장)

직장에서 상사를 고발하는 상상을 해 본 적 있는가. 상상은 하루에 골백번도 더 할 수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다. 상급자에 대한 반항을 넘어 대대적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집배원들이 반복되는 과로사에 대하여 책임을 묻기 위해 지난 6월 28일 중앙지방검찰청 앞에서 관계자들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뒤 고발장을 접수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들은 우정사업본부장과 연이은 과로사가 발생한 경인지역, 충청지역 청장, 우정사업본부의 책임자인 미래부장관, 마지막으로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고용노동부장관을 고발했다. 고발에 대한 사회적인 파장과 내부의 놀람도 컸다. 혹자는 “에이 그래도 고발은 좀 심하지 않나.”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번 고발은 관계기간이 집배원과로사해결에 대한 의지박약으로 상황이 더 이상 나아질 거란 기대를 할 수 없어 마지막으로 선택한 선택지다. 그만큼 허무하게 동료를 잃기 싫은 절박한 마음이기도 하다.

안타깝게 교통사고, 과로, 자살로 떠나보낸 집배원 동료만 작년부터 올해까지 15명. 작년 이맘때쯤인 2016년 7월 4일 우리는 경북청송현동우체국 故배00집배원을 억수 같이 쏟아지던 폭우 속에서 안타깝게 교통사고로 보내야했다. 며칠 전이 1주기였기에 사람들은 1년 동안 꾹꾹 눌러놨던 추모의 마음을 하나 둘 씩 풀어냈다.

비가 그렇게 쏟아짐에도 배달을 했던 사명감에 대한 존경, 지켜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 1년이 지나도 바뀌지 않은 현실에 대한 실망 등이 마구 뒤섞여 서로를 옭아맸다. 다른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어떨까. 억울한 죽음 이후 집단우울로 명절 때조차 다 같이 모이는 걸 포기했다는 가족, 아들을 허무하게 보낸 노모가 극도의 우울감과 죄책감에 시달려 가족이 거의 붕괴했다는 가족, 우체국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노조와의 전화도 괴롭다는 가족 등 이들의 사연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왜 열심히 일한 사람은 죽고 아무 죄 없는 가족과 동료들이 평생 아픔을 짊어지고 가야 하는가.

아픈 마음을 추스르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면 돌아오는 대답은 더욱 황당했다. 고인에 대한 명예훼손과 비난이 우리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었다. 지난 3월 22일 KBS 추적60분은 연속기획으로 <죽음을 부르는 배달전쟁>을 방영했다. 열악한 배달노동자의 근무형태 중 하나로 집배원의 잇따르는 과로사 문제도 다뤄졌다. 방송 중 취재팀은 우정사업본부측의 입장을 듣기위해 우편집배과장을 인터뷰했고 그 자리에서 취재팀이 “(집배원이) 이유 없이 일찍 나오나요?”라고 질문한 것에 대하여 “그런 경우도 있다”고 답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과로사한 집배원들도 하는 일 없이 괜히 일찍 나와서 사망했다는 것이다. 망언은 이어진다. 지난 4월 25일 충청아산우체국 故곽00집배원이 출근날 일어나지 못한 채 그대로 사망했다. 집배원 과로사의 전형적인 형태였다. 이에 MBC 뉴스에서는 집배원 과로사 문제를 취재하러 관계자를 만난다.

그 자리에서 관계자는 고인에 대하여 “업무량이 평균보다 좀 낮은 것으로 나타나있고, ‘내 몫을 한다’ 이럴 때 거기보다 좀 떨어지는 수준….” 이라는 믿을 수 없는 발언을 한다. 우정사업본부의 입장은 한결같다. 현재 집배인력은 약 100여명 정도 남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집배원 과로사를 개인질병사로 호도한다.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조차 업무와의 연계를 인정받아 공상처리가 되었지만 우정사업본부만 유독 이들의 죽음을 폄하한다. 우정사업본부가 스스로 집배원들의 과로사를 막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기대할 수 없는 이유이자 사법기관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유이다.

다행히 우정사업본부과 관계기관을 제외하면 집배원의 노동조건 향상이 필요하다는 여론은 압도적이다. 18년간 고객만족도 1위 기업으로 고객과 소통하고 성실하게 일했던 집배원들의 진심이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전달된 결과라고 생각한다. 지난 5월 15일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전국집배노동조합과의 기자회견 후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주된 내용은 장시간 노동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과로사 및 정신질환으로 노동자가 사망하는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정부와 사업주의 예방조치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이다.

또한, 6월 16일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은 “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집배원들의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이 사실로 밝혀졌는데, 권고조치 만으로는 집배원의 과로사를 막을 수 없다“며 일명 집배원 과로사 방지법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상 특례업종으로 포함되는 우편업을 특례업종에서 빼는 법안이다. 이 법안 통과된다면 우편업은 근로기준법상 법정노동시간을 초과하여 일을 할 수 없게 된다. 이 외에도 일상적이고 열광적인 국민들의 지지와 성원이 있기에 그나마 집배원들이 지치지 않고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싸울 수 있는 것이다.

전국공공운수노조 전국집배노동조합은 정규집배인력 4,500명 증원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집배원의 노동시간은 1년 약 2,900여 시간인데 이를 2,200시간대로 떨어트리기 위해서 필요한 최소인력이다. 사회적으로 장시간노동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광범위한 동의가 있다. 노동시간을 낮추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적정인력충원이다. 하루 빨리 노동시간단축과 인력충원에 대한 사회적 동의로 최소한 과로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일을 없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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