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복지 로드맵’ 성공 위해 ‘따뜻한 금융 지원’ 필요하다
지난 11월 29일 「사회통합형 주거 사다리 구축을 위한 주거복지 로드맵」이 발표되었다. 국토교통부는 공적 주택 100만호 공급 등 주거복지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해 연평균 29조9천억 원, 현 정부 임기 동안 총 119조4천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거복지 로드맵 정책의 기본 방향과 주요 내용
주거복지 로드맵 정책의 기본 방향은 ‘과거 공급자 중심의 획일적 지원에서 수요자 중심의 종합적 지원과 사회통합형 주거정책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구체적으로 이 정책은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수요자 맞춤형 지원 ▲무주택 서민·실수요자를 위한 주택 공급 확대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과 안정성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생애단계별·소득수준별 맞춤형 지원 방안에는 주거 수요를 반영한 맞춤형 임대주택과 주거지원 프로그램을 개인의 생애단계에 맞춰 패키지로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 여기에서는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청년·신혼·고령 가구에 지원을 집중한 주거 사다리 마련 방안이 중요하다.
무주택 서민 실수요자를 위한 공적 주택 100만호 공급 계획에는 청년임대주택 19만호, 신혼부부 공공임대주택 20만호, 고령자 공공임대주택 5만호, 저소득층 일반가구 41만호, 공공분양주택 15만호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는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가·임대료의 주택을 좋은 입지에 충분히 공급해 주거비 부담을 경감시킬 방안을 담고 있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서민의 주거복지와 주거안정 측면에서 긍정적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이며, 특히 신혼부부, 청년층, 고령가구 등 다양한 계층을 아우르면서도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번 대책은 임대주택 위주로 공급을 확대해 무주택 서민과 주거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주거복지 로드맵’은 청년·신혼부부·노인 등 무주택 서민의 주거안정을 꾀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5년간 청사진이 담겨 있다. 그리고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빠진 임대차 시장의 투명성·안정성 강화 방안, 임대업 등록 유도 방안 등은 추후 발표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정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인 순수 민간 임대차(사적 전월세) 시장에서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균형 잡힌 권리 관계의 형성을 도모할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국민의 주거 사다리 돼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거복지 로드맵’에 대해 “향후 5년간 주거정책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이며 문재인 정부가 국민의 주거 사다리가 되겠다는 약속”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 장관은 “우리 사회에서 사다리가 사라지고 있다. 특히 주거와 일자리에서 이 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숙제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에 이어 한국은행이 6년 5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1.50%로 0.25%포인트 올리는 금리인상을 단행했다. 이로 인해, 이후 강남권 아파트값의 상승세가 주춤하는 등 근래 달아오르던 분위기는 관망세로 돌아서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정부가 한정된 재정과 토지의 한계를 딛고 임기 내 목표한 공적 주택 100만호 물량을 수도권과 주요 도시 등 수요자가 원하는 지역에 공급할 수 있을 지 우려된다. 청년층, 신혼부부, 고령자,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주거 지원 대폭 확대 등 공급량과 내용 면에서는 반기고 있지만, 구체적인 방안이나 세부적인 실행 목표가 부족할 수 있고 무주택 서민들에게 주거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해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청년에 대한 금융 지원, 청년 단독 세대주 기금 대출 수혜 대상의 확대, 신혼부부 전용 대출 도입, 신혼부부 지원 대상과 특별공급 비율 확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런 지원에 해당하는 중산층 신혼부부들이 많지는 않다. 주거복지 부문에서 청년층과 신혼부부도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지원이 당연히 필요하지만, 최우선 지원 대상은 자녀가 있는 저소득층 가정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사회통합형 주거복지 로드맵에서는 취약계층 부분에서 획기적으로 공급이나 혜택을 늘리는 부분이 많지 않아 보인다.
바로 이 부분이 서민 주거복지 ‘금융 지원’의 역할이다. 주거 사다리가 제대로 장착되고 주거복지 로드맵의 주요 과제들을 제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민 주거복지 금융 지원 정책이 수반되어야만 한다. 주거복지 로드맵이 꿈을 심어주는 것에 더해 꿈을 이루기 위한 확실한 재원 마련과 실행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금융이라는 버팀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국 10월 24일 발표된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11월 29일 발표된 ‘주거복지 로드맵’은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뚜렷한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금융 위주의 해법 외에 일자리 창출, 주거복지 확충, 사회안전망 강화, 가처분소득 증대 등의 종합적인 매트릭스 정책이 수립돼 책임 있는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를 중심으로 저인망식의 정책 집행이 요구된다. 10.24 가계부채 대책은 그 그물코가 너무 커서 과연 이것이 가계부채 문제의 적확한 해법으로 작동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데 이번 11.29 주거복지 로드맵 발표는 정부가 차근차근 가계부채 대책의 그물코를 촘촘하게 관리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무주택 서민 대상의 주거복지 지원에 대한 구체적인 밑그림을 제대로 언급하고 있다. 그러므로 필자는 이번 주거복지 로드맵을 통해 실행 가능한 정책의 세밀한 집행으로 무주택 상황과 주거비용 부담 및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의 복지 증대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민 주거복지 위해 따뜻한 금융이 필요하다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지원을 말할 때 ‘서민’의 개념과 지원 대상에 대한 구체적 범위를 확정하고 명확하게 정의할 필요가 있다. 서민은 사회적으로 합의된 개념이 아니라 주무부처의 정책 목적에 따라 소득, 신용등급, 복지, 주거안정망, 금융 지원 측면별로 다양하게 정의되고 있다. 국민의식 조사에서 중산층은 소득 5~8분위에, 서민층은 소득 3~6분위에 해당한다고 응답했다. 국민들이 생각하는 ‘서민’은 최하위 소득계층인 소득 1~2분위의 취약계층이 아닌 것이다.
지난 10월 24일 발표된 가계부채 대책은 취약계층에 대한 가계부채 문제의 해결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반면, 서민 주거복지 금융 지원의 대상은 취약계층 보다는 소득분위 3~6분위 가구 중 무주택 가구에 우선 지원하는 것이 지원 정책의 실현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서민 주거복지 금융 지원의 궁극적인 목표는 서민 가구의 주거 안정 및 생활 안정이다.
이를 위해 서민층이 지불 가능하고 예측 가능한 상환 구조가 필요하고, 대출기관과 금융소비자 간의 ‘금융위험 공유’와 ‘패자부활전’이 가능한 금융이어야 한다. 서민주택 금융비용이 가구소득의 일정 수준을 넘을 경우 부채가 부채를 불러일으켜 서민 가구를 고위험군으로 전락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서민층은 주택금융을 통해 강제적 자산 축적과 가계경제 재활 프로그램 역할을 하는 자산 축적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국토부의 주거실태 조사와 한국은행의 가계금융 복지 조사를 활용해 추산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총가구수는 1,911만 가구이다. 이 중에서 소득과 자산, 주택 소유 유무를 고려한 ‘무주택 가구’는 766만 가구이고, ‘무주택 서민 가구’는 275만 가구로 추산된다. 이는 전체 가구의 14.4%이며, 그 중 전세 가구가 37.5%, 월세 가구가 62.5%에 이른다. 무주택 가구의 65%는 주거 안정을 위해 내 집을 꼭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재산 증식이나 노후 생활 자금 활용 등의 이유는 소수에 불과했다.
무주택 서민 가구의 65%가 부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공공주택 공급 못지않게 지속적인 주택금융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다. 국세청 통계를 활용해 소득분위 3~6분위 가구 중 무주택 서민 가구에 한해 서민 주택금융을 지원하고 공공주택 공급을 원하는 가구에게 장기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서민 주택금융 지원 규모를 275만 가구 당 2.5억 원(부동산114 가격 19평 기준)으로 추계해보면 약 688조 원에 달한다.
그러므로 서민 주거복지를 위한 금융 지원 시 대출 특성에 따른 LTV 차등 적용,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중도금 대출 지원, 서민층의 라이프 사이클에 맞는 장기고정금리 및 원리금 분할상환 방식 위주의 대출상품 개발, 신용회복 지원 및 추가 소득 장기저축 유인 개발 등 가처분 소득의 증대를 위한 다양한 금융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청년부터 노인까지 ‘집 걱정 없는’ 복지국가 만들어야
우선, 서민 주거복지 지원을 위한 개념 및 대상이 각 기관마다 다르게 사용되고 있는 점을 개선해야 한다. 정부의 책임 있는 기관을 서민 주거복지 지원을 위한 컨트롤 타워(Control Tower)로 지정하고, 각 연도 말 통계자료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하겠다. 또, 서민 주거복지 지원 제도 및 금융에 대한 홍보 부족으로 일반 서민들은 어디에 가서 상담을 받고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 혼란스러운 점을 감안해 책임 있는 중심 기관의 일관된 홍보가 필요하다.
또한 여러 공공기관과 일반 금융기관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금융 상품들을 한데 모아 취급하기 위해서는 현행 각 기구들의 서민 주거복지 지원 기능을 일원화할 필요가 있다. 기관의 통폐합이 어렵다면 최소한 서민 주거복지 지원 기능별로 일원화를 함으로써 책임지는 부처나 컨트롤하는 기관은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서민계층의 주택 공급 및 주거 안정과 소득 증대 및 일자리 창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점을 감안해 금융 공공기관 산하에 그런 기구를 두는 것도 검토할 만하다.
아울러 총 688조 원에 이르는 소요 자금의 충당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며, 이는 주택금융공사 등의 선진 금융기법에 의한 자금 조달로 갈음할 수 있다고 본다. 서민계층의 65%가 가계부채를 지고 있는 상황에서 면밀한 부채 관리와 위험 관리가 절실하며, 여기에는 책임 있는 기관의 정밀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필수적이라 하겠다. 또한, 부채 가구의 신용회복 지원과 일자리 창출, 금융비용 부담 경감으로 서민의 가처분소득을 증대시켜 나가는 입체적이고 종합적인 지원 방안이 아쉬운 상황이다.
전반적으로 서민금융 지원이 서민 주거복지 지원의 전부는 아니지만 공공주택 공급 및 민영주택의 서민 공공주택 지원 유인을 강화해 내실 있는 주거를 공급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11월 29일 주거복지 로드맵은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왔다고 본다.
한편, 이번 발표에서 시장의 큰 관심이 쏠렸던 ‘주택 임대사업 등록자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과 ‘세입자 보호 방안’이 빠진 데 대해서도 타이밍을 놓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공급하는 임대주택만으로는 임대차 시장을 안정화시키기에 한계가 있으므로 서구 사회에서 일반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임대차 안정화 정책을 우리도 시도해야 할 것이다. 그것의 핵심 내용은 ‘계약갱신 청구권’과 ‘전·월세 인상률 상한제’로 임대인과 임차인이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다.
임대사업자 등록 유도 방안은 임대소득세나 보유세 감면 정책 등으로는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본다. 지금도 다주택자는 거의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감면해주겠다는 것만으로는 실효성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일정 정도 임대사업자 등록을 의무화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임대소득세나 보유세를 강하게 부과하는 등의 다양한 방식이 나와야 한다. 조만간 이 부분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의사결정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향후 5년간 주거복지 계획의 큰 그림을 담은 ‘주거복지 로드맵’은 서민들이 낮은 부담으로 거주할 수 있는 공적 주택 100만호를 공급하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주거 지원을 강화해 청년부터 노인까지 집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핵심 골자이다. 사각지대 없는 촘촘한 주거복지 안전망이 구축되어 무주택 서민과 실수요자,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와 저소득 취약계층에게 따뜻한 보금자리, 그리고 따뜻한 금융이 지원되어 보통사람들의 주거복지가 실현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게 바로 복지국가의 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