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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업 기획청산 의혹 속 LG디스플레이 청산 전 물량 문의 논란

일본 기업 기획청산 의혹 속 LG디스플레이 청산 전 물량 문의 논란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20일 오전 11시 LG디스플레이 본사가 위치한 여의도 LG트윈타워 앞에서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급망 책임자 LG디스플레이, 국제 인권 지침 이행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금속노조는 “LG디스플레이가 한국옵티칼하이테크의 위장 폐업과 대량 해고 사태에 공범이다”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금속노조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칼로부터 LCD 편광 필름을 납품받다가 해당 기업이 폐업하자, 한국니토옵티칼로부터 기존 물량을 공급받았다. 두 기업은 일본 기업 닛토덴코가 100% 지분을 가진 LCD 패널에 부착하는 편광 필름 제조업체로, 금속노조는 청산 결정이 “사전 교감 없이 이러한 일이 발생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옵티칼은 닛토덴코가 총 220억 원을 투자해 2004년 문을 연 이후 18년이 지난 2021년까지 총 7조 710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세후 이익은 1천983억 원이다. 닛토덴코가 가져간 배당금만 해도 1천734억 원에 이른다. 투자 금액 대비 연평균 세후 수익률이 무려 50%다.

그런데 닛토덴코는 2022년 10월 4일 한국옵티칼 구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폐업 후 청산하고 구미 공장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한국니토옵티칼 평택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193명을 희망 퇴직시키고, 17명을 정리 해고했다.

이와 관련해 1300억 원의 화재 보상금만 수령하고 한 달 만에 회사를 청산하면서 위장 폐업 의혹이 일었다. 이에 반해 한국옵티칼 물량을 가져간 한국니토옵티칼은 매출이 17% 증가했고, 영업 이익도 16% 늘었다.

금속노조는 애초 ‘한국옵티칼 구미 공장’에 금속노조가 설립되자 닛토덴코의 노조 혐오에 따라 기획 청산을 자행한 것이란 의심을 제기하고 있다. ‘한국니토옵티칼의 평택 공장’에는 금속노조가 현재 기준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특히 청산 결정에 LG디스플레이의 영향도 크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납품업체의 생산 과정은 고객사(원청사)의 양해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현환 금속노조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지회장은 “중앙노동위원회를 통해 LG디스플레이가 구미 공장 화재 직후 닛토덴코의 평택 공장인 한국니토옵티칼을 통해 LCD 편광 필름을 생산·납품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고 확인했다”고 밝혔다.일본 기업 기획청산 의혹 속 LG디스플레이 청산 전 물량 문의 논란

사진은 지난해 7월 중앙노동위원회 ‘한국니토옵티칼 부당 해고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재심 사건 심문회의’에서 한국니토옵티칼 측 대리인 A 노무사 발언 중 일부.

실제 지난해 7월 중앙노동위원회 ‘한국니토옵티칼 부당 해고 및 부당 노동 행위 구제 재심 사건 심문회의’ 속기록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측 관계자가 2022년 10월 4일 한국옵티칼 구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한국니토옵티칼(평택 공장) 이 모 대표에게 연락해 “작업이 가능하냐”고 문의한다. 이런 사실은 한국니토옵티칼 측 대리인이 확인해 준다.

최 지회장은 “이것이 사실이라면 LG디스플레이는 한국옵티칼하이테크 위장 폐업과 대량 해고의 실질적인 공범이 되는 것”이라며, “지난 1년 8개월간 닛토덴코가 자행한 노동 탄압에 대해 LG디스플레이는 무엇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상섭 금속노조 수석 부위원장도 “닛토덴코가 생산 물량을 평택 공장으로 이전하면서도 노동자의 고용 승계를 거부하며, 노동자를 향한 손해배상·가압류와 노조 사무실 강제 철거 등 탄압을 자행할 수 있었던 것은 LG디스플레이의 방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일본 기업 기획청산 의혹 속 LG디스플레이 청산 전 물량 문의 논란

정호영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사진)는 “협력사들의 인권 경영 구축 및 인권 침해 예방을 위한 정기적인 모니터링과 개선 활동을 지원하겠다”는 메시지를 발표했지만, 금속노조는 그가 지난 1년 10개월 동안 한국옵티칼에서 자행된 노동 탄압을 외면해 온 점을 지적하며 이 발언이 대국민 사기라는 주장을 했다.

LG디스플레이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UN 인권 선언, ILO 협약, OECD 다국적 기업 가이드라인 등 인권 관련 기준을 준수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금속노조는 한국옵티칼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개선 활동이 없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2023년 LG디스플레이 ESG 리포트’에 한국옵티칼 관련 내용이 전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LG디스플레이의 인권 경영이 실질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금속노조는 LG디스플레이에 대해 다음과 같은 요구를 했다. 첫째, 2016년 이후 닛토덴코에 대한 인권 실사의 구체적인 평가 기준, 방법, 결과를 제공할 것. 둘째, ‘유엔 글로벌 콤팩트’의 기업과 인권 지침서에 따라 닛토덴코의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위한 직접 대화와 구제책을 마련할 것. 만약 LG디스플레이가 이 요구에 응하지 않는다면, OECD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진정 등 합당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금속노조는 “하늘 아래 드러나지 않는 진실은 없다”며 LG디스플레이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뉴스필드는 LG디스플레이 측에 협력업체 기획청산 의혹과 관련, 청산 관여 여부 및 닛토덴코에 대한 인권실사 정보 공개 여부 등에 대해 질의했지만 답변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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