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통위원장 임명, 시민사회단체 반발… 방문진 이사들 기피 신청 제출
윤석열 대통령이 31일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을 임명했다. 이날 오전, 대통령은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 상임위원의 임명안을 승인했다. 전날 윤 대통령은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국회에 재송부해 이날 임명을 서둘렀다.
이 위원장과 김 상임위원은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에 대한 의결을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 위원장이 이사 선임을 의결하게 되면 탄핵 소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들은 이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을 제출했다. 강중묵, 박선아, 윤능호 등 야권 소속 이사들은 이날 방통위에 이진숙 위원장에 대한 기피신청서를 제출하며, 이 위원장이 방문진 이사 선임 관련 심의에서 공정성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원에게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경우 기피신청이 가능하며, 위원회가 이를 결정해야 한다. 야권 이사들은 기피신청서에서 “방문진은 MBC의 관리감독기구로서 공영방송의 공정성과 독립성을 보장할 책임이 있다”며, 이 위원장이 과거 공정성을 훼손한 책임이 있음을 언급했다.
이진숙 위원장은 MBC 기획홍보본부장 재직 시절 불법적인 사찰 프로그램을 묵인한 사실이 문제로 지적되었으며, 야권 이사들은 이 위원장이 과거 MBC 민영화 방안을 논의한 것도 공영방송의 정체성을 부정한 행위로 간주하고 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은 MBC 임원으로서 공영방송의 민영화를 시도했으며, 이는 공정한 심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또한, 2인 체제의 방통위 운영에 대한 위법성도 지적되었다. 야권 이사들은 이 위원장이 법원에서 위법으로 지적된 2인 체제를 밀실에서 졸속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방문진 이사 선임은 공영방송의 공정성을 실현하는 데 중요한 사안”이라며, 이를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강행 처리하는 것은 공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국회 소통관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후보 임명 철회를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이 열렸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이 위원장이 과거 MBC 재직 시절 보도 공정성을 파괴하고 노조를 탄압한 경력이 방송통신위원장으로서의 자격을 결여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 위원장이 법인카드를 유용한 의혹과 관련해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방송통신위원회가 과거 공영방송 장악과 극우 성향의 인사로 가득 차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는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유가족협의회가 참여하며 이진숙 위원장을 단호히 거부할 것임을 밝혔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위원장의 임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