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 적보산 씨앗숲
글: 권오웅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장
연둣빛 이파리 사이로 살금살금 햇살이 스민다. 한 발자국씩 걷는 길마다 풀내음, 나무내음 자연의 향기가 실려온다. 살랑이는 바람은 더위를 식힌다. 산림청은 잘 가꿔진 우리 숲의 가치를 높이고 국민에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국유림 명품숲을 발표한다. 올해는 가족이 함께 찾아가면 좋을 휴양·복지형 명품숲이 10곳 선정됐다. 이제, 숲의 매력에 빠질 때다. 올 여름에는 숲으로 가자.(편집자 주)
숲이 시작되는 곳, 적보산 씨앗숲
충청북도 충주시 수안보면 수회리 적보산 자락에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가 위치하고 있는데,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는 우수한 종자를 생산하는 씨앗숲에 채종원이 있다.
이 채종원에서는 우수한 형질의 나무인 수형목을 심었기 때문에 일반 숲과는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 적보산 씨앗숲의 특징이다.
적보산 씨앗숲을 방문하면 리기테다 소나무, 낙엽송 등 여러 나무를 볼 수 있다. 이 곳은 또한 산림청 국유림 명품숲으로도 선정된 바 있다.
역사의 숨결을 느끼다
조선시대 문장가 이행의 ‘자연대설’에 적보산 씨앗숲에 관한 구절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다.
“연풍에서 동북쪽으로 한참을 간 거리에 수회리라는 마을이 있으니, 좌우로 오직 큰 산이다. 좌측 봉우리는 산기슭이 완만히 뻗어서 우측으로 돌아서는 깎아지른 벼랑이 되어 물 쪽 시냇물 속으로 빠져들고 시냇물은 콸콸 흘러서 벼랑을 따라서 휘감아 도니 이 마을의 이름은 여기서 얻어진 것이다. 이 벼랑도 모두 삼면이 바위고 높이는 백여 척이며, 위는 평평하고 넓어서 백여 명이 앉을 수 있으며, 늙은 소나무 몇 그루가 있어 그 그늘이 짙다.”
이와 같이 조상들의 글을 보면 오늘날 뿐만 아니라 옛날부터 적보산 자락의 경치가 아름다웠음을 알 수 있다.
적보산 씨앗숲의 전경. |
산과 바람을 맞으며 자연 속으로
먼저 적보산 씨앗숲이 위치한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를 소개하자면, 산림청 1차 소속기관으로서 우리나라 산림자원 백년대계를 위하여 채종원 조성을 통한 우수 산림종자 생산·공급과 신품종 출원심사 및 재배시험, 산림생명자원 수집·보존·이용활성화를 목적으로 설립된 국가기관이다.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의 산림유전자원 저장시설인 GeneBank를 지나 신품종 심사를 위한 재배시험포지와 우수종자를 생산·공급하는 채종원을 거쳐 적보산 씨앗숲을 걷다보면 ‘향림정’이라는 정자가 나오는데 이 정자에서 수회리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구름 갠 전경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보는 경관은 감탄사를 자아낸다.
선조의 발걸음을 따라
적보산 씨앗숲을 걷다보면 영남대로 옛길을 따라 걸을 수 있다. 영남대로 옛길은 조선시대 한양과 동래를 잇던 길로 적보산 자락에 걸쳐 충주시와 수안보를 이어준다. 과거를 보러 가는 선비들이 영남대로를 이용했다고 한다.
적보산 씨앗숲을 찾은 탐방객들. |
적보산 씨앗숲의 영남대로 옛길을 걷다보면 마당바위가 나오는데 영남대로 옛길을 지나가던 선비들이 쉬어가곤 했다고 한다. 이 마당바위가 주막터라는 설도 있다. 마당바위는 적보산 줄기를 뻗어내리다가 석문동천에 닿아 멈춘 곳에 있는 평평한 바위이다.
조선 명종 때 한 지관이 꿈에서 만난 선인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다 천하명당을 발견하고 패랭이를 벗어두고 춤을 추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때문에 이곳은 ‘패랭이번던(언덕)’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때문인지 마당바위 가는 길에는 심심치 않게 옛날 기와 조각도 볼 수 있다.
국민과 함께하는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에서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에 참여 중인 어린이들의 모습. |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는 2016년 4월부터 산림 복지 프로그램인 ‘산림종자아카데미’를 운영하며, 국민들에게 제한적으로 개방한다. 예약제이며, 회당 30명 내외 단체만 참여 가능하다. 프로그램은 하루 1∼2회, 90∼120분 동안 전문 숲해설가가 진행한다. 이와 연계해 적보산 씨앗숲을 방문할 수 있다.
산림과 종자를 보전하기 위해 그동안 출입을 제한하였던 국립산림품종관리센터는 적보산 씨앗숲을 개방해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가려고 한다. 숲이 시작되는 곳, 적보산 씨앗숲으로 여러분을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