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 ‘용산 대통령실’ 등장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29일 조지호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진행했다. 이날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이 주요 쟁점이 됐다.
세관 마약 수사 과정에서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한 백해룡 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현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경정)이 상관인 경찰서장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해당 의혹을 처음 제기한 백 전 과장은 증인으로 출석해 “필로폰 밀매 사건 수사 중 세관이 개입한 것에 대해 발표하지 말라는 영등포서 서장과 조병노 경무관(전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의 전화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수사 외압 의혹의 당사자인 조 경무관에 대해선 인사조치가 없는 반면, 해당 의혹을 제기한 백 전 과장이 감찰과 좌천성 인사 대상이 됐다고 지적하면서 “제2의 채 상병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백 과장이 조 경무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을 당시 세관과 영등포서장도 압력성 전화를 넣었다. 용산 대통령실이 아니면 이들을 모두 누가 움직이겠냐”며 “기관장(서울청장)으로서 무슨 내용의 전화를 받았는지 물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물었다.
조 후보자는 “백 경정에 대한 인사는 감찰에서 보고누락 관련한 내용만 보고를 받아 조치한 것”이라며 “외압 의혹에 대해선 알지 못했다”고 답했다. 조 경무관이 백 경정에게 전화를 한 지난해 10월에 조 후보자는 경찰청 차장으로 근무 중이었다.
그러면서 조 후보자는 “외압 폭로와는 무관한 인사였다”며 “내가 용산 등으로부터 압력을 받았어야 하는데 그런 일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한편 백해룡 경정은 지난해 9월, 말레이시아 마약 밀매 조직원들을 검거하며 27.8kg의 필로폰을 압수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 마약의 양은 92만 6천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규모로, 약 83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 경정은 수사 과정에서 지난해 1월 27일, 말레이시아 마약조직원 6명이 필로폰 4~6kg을 몸에 숨기고 인천국제공항을 통과했다는 사실과, 이 과정에서 세관 직원들의 협조가 있었다는 증언을 확보하여 수사를 확대해 나갔다.
이러한 성과는 지난해 9월 13일 윤희근 경찰청장에게 보고되었고, 윤 청장은 “아주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소기의 성과가 대내외에 제대로 알려질 수 있도록 세심하게 챙겨라”라고 격려했다.
그러나 일주일 후, 당시 영등포경찰서 서장이었던 A 총경이 “용산에서 사건에 대해 알고 있으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어 서울경찰청 지휘부는 백 경정에게 관세청 관련 내용을 삭제하라는 압박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백 경정은 최근 서울 강서경찰서 소속 지구대로 발령받으며 수사에서 배제되었고, 일각에서는 그의 인사가 좌천성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