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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의 진실: 189쪽 보고서에 담긴 환경 파괴와 노동 착취 논란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내부 고발자 폭로 "베트남 공장서 화학물질 부실 관리로 심각 환경오염"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 내부 고발자 폭로 “베트남 공장서 화학물질 부실 관리로 심각 환경오염”

“삼성전자, 베트남서 환경 범죄 저질렀다”… 내부 자료 기반 실태 보고서 공개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 휴대폰과 가전제품을 생산하면서 부실한 화학물질 관리로 인한 심각한 환경오염 문제를 발생시켰다는 사실이 삼성 내부 고발과 내부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국내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지키는 반올림, 베트남 공익단체 젠더가족환경개발연구센터(CGFED), 국제단체 국제오염물질추방네트워크(IPEN)는 10일 189쪽에 달하는 ‘삼성 내부 자료로 확인된 베트남 공장의 화학물질 부실 관리와 환경오염 실태 보고서’를 공동 발표했다.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삼성과 그 협력업체들이 전자제품 제조 과정에서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하면서,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가스를 적절한 통제 없이 배출하고 폐수와 오수를 지역에 불법적으로 방류해 베트남 노동자와 주변 지역 사회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부 고발자 강 모 씨는 “저는 삼성에서 41년간 환경안전보건 담당자로 근무했다. 삼성전자 본사 환경안전보건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에서 6년 넘게 일하며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에도 참여했다. 삼성전자 환경안전부문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삼성에 큰 자부심을 가지기도 했다”며 “2012년 12월 베트남 출장으로 박닌 공장의 환경문제가 심각함을 알게 됐다. 베트남 사업장 책임자와 본사 경영진에 보고했고 일부 문제는 개선되었지만 핵심 문제였던 ‘악취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2016년 1월 삼성 베트남 공장에서 제가 환경안전 업무를 시작할 때까지도 ‘악취’는 변하지 않았고, 공장 주변 주민들에게까지 피해를 주고 있었다. 환경문제를 대하는 삼성의 ‘지속 불가능한’ 태도를 보게 되었고 삼성에 대한 자부심은 사라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환경안전보건 담당자로 6년 넘게 일하며 삼성과 협력회사의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나, 삼성의 해외 공장들은 아직도 관리가 부실하고 너무 위험하다. 저는 이제 은퇴했지만 삼성과 협력회사 노동자들이 유해하고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지 않고 안전하고 쾌적한 작업 환경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제가 공익 제보자로 나서게 된 이유다. 이 보고서가 그 변화의 시발점이 되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삼성전자 베트남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베트남 삼성 휴대폰 공장 여성 노동자들의 경험

2016년 9월, 삼성 타이응우옌 휴대폰 공장에서 일하던 22세 여성 노동자 르우티타인떰 씨가 클린룸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했다.

4개월 전 삼성에서 실시한 건강검진에 따르면 떰 씨는 건강 상태가 매우 좋았고, 삼성 공장에서 일하기 전에는 심각한 질병도 없었다. 떰 씨가 사망한 후 가족 중 병원에 처음 도착한 사람은 그녀의 오빠였다. 그는 “삼성과 경찰이 부검 얘기부터 꺼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족은 부검을 시신에 대한 모독으로 여겼기 때문에 거부했다.

그러나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부검은 진행됐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어떤 물질을 측정’한 것인지는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떰 씨의 장기 샘플에서 ‘독성 물질’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부검이 끝나고 30분 뒤 삼성 직원이 관을 사 왔다. 떰의 죽음은 그 관을 판매한 장의사로부터 알려졌다. 장례식에서 경찰은 가족에게 떰 씨의 죽음이 ‘공장과 관계없다’라고 알렸다.

2017년에는 45명의 여성 노동자가 아래와 같이 삼성 박닌과 타이응우옌 휴대폰 공장의 노동 환경에 대한 문제를 밝혔다.

•  45명의 여성 모두 근무 중 실신하거나 어지러움을 느낀 적이 있다고 했다. 이런 증상들은 교대 근무에 따른 일상적인 결과라고들 했다. 유산도 “젊은 여성이라면 매우 일상적”이라고 했다. 그 밖에도 눈과 시력 손상, 코피, 붓는 다리, 외모 변화, 복부나 뼈와 관절의 통증 등의 문제들이 알려졌다.

•  이 노동자들은 4일 동안 주야간 교대 근무, 9~12시간 내내 서서 일하는 점, 베트남의 법적 한도를 일상적으로 초과하는 높은 소음 수준 등 고된 노동 환경 실태를 알렸다. 임신한 경우 휴식이 허락되기는 하나 이들도 근무 시간 내내 서서 일해야 했다.

•  이 여성 노동자들 중 세척제에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나 공장 내 다른 곳에서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노출될 수 있다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휴대폰 공장에서는 화학물질이 포함된 페인트, 잉크, 세척제를 사용하는 작업이 있다. 또한, 가열, 금속 코팅, 도장, 레이저 조각, 절단 등의 생산 공정에서도 화학물질이 방출될 가능성이 있다.

•  여성 노동자의 절반 이상은 회사에 입사하기 전에 결혼하여 자녀를 낳았다. 그러나 이들은 보육시설의 부족, 의료 문제, 그리고 지속적으로 변하는 주야 교대 일정 때문에 자녀들과 함께 회사 기숙사에서 살 수 없었다. 여성 노동자 자녀들은 다른 마을이나 도시에서 조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가 흔했다.

이후 삼성 휴대폰 공장에 대해 노동보훈사회부(MOLISA)가 약식 조사를 했고, 그 결과가 공개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짧은 웹 게시물로 소개되었다. 노동보훈사회부의 조사로 과도한 노동 시간, 근로 계약 위반, 안전 교육 미실시 등 앞서 소개한 2017년 연구 결과들이 재확인되었다. 다만 노동보훈사회부의 조사에서는 과도한 소음 수준, 불충분한 휴식 시간, 건강 문제, 화학물질 사용 및 모니터링에 대한 조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성 공익 제보자들에 대한 삼성의 반응

삼성은 여성 노동자들이 제공한 보고서 내용을 강력히 부인했다. 당시 삼성전자 베트남의 방현우 부사장은 이 보고서에 “많은 근거 없는 비난”과 “거짓되고 부정확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삼성은 베트남 언론 기자들에게 이 보고서가 “삼성 베트남의 위신에 영향을 미치고 손상을 입혔다”고 말했다.

2017년 11월, 삼성 베트남은 베트남 공익단체 젠더가족환경개발연구센터(CGFED)에 서한을 보내어 “위와 같이 부정확한 내용이 많은 보고서 때문에 SEV(Samsung Electronics Vietnam), 특히 베트남의 SEVT(Samsung Electronics Vietnam Thai Nguyen) 및 삼성 한국 법인 전반의 명성, 평판, 생산 및 사업 활동 상황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같은 달 CGFED는 삼성 베트남에 답신을 보내어 보고서의 어떤 내용이 틀렸거나 부정확한지 밝혀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삼성은 지금까지도 답하지 않고 있다.

보고서에 대한 삼성의 공격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 유엔 인권 관계자들이 삼성과 베트남 정부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기에 이르렀다. 바스쿳 툰작(Baskut Tuncak), 아니타 라마사스트리(Anita Ramasastry), 데이비드 케이(David Kaye) 유엔 특별 보고관들은 베트남에 대한 성명을 내고 다음과 같이 베트남 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보고서 내용을 평가하려면 해당 기관들의 답변이 필요하지만, 불건강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노동 조건을 보고한 연구자나 노동자가 민간 또는 공무원으로부터 협박을 받는 일은 용납할 수 없다.”

삼성 박닌 공장의 대기 오염 제어 시설의 필요 용량(왼쪽)과 실제 시설 용량(오른쪽). 뉴스타파 유튜브 화면 캡처.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의 근본적인 설계 결함 방치

삼성의 박닌 공장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은 공장에서 나오는 공기를 처리하기에는 용량이 부족하다는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 있었다. 이 심각한 결함은 공익 제보자가 박닌 공장을 점검한 후 본사에 제출한 내부 보고서에 기록되어 있다. 놀랍게도 삼성전자는 박닌 공장의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을 설계, 설치함에 있어서 대형 전자제품 공장의 환경보건안전 경험이 있는 업체를 고용하지 않았다. 대신 페인트 도장 시스템 설치 회사를 고용했다. 이 놀랍도록 무능한 경영상의 결정 때문에 수년간 베트남 환경을 화학물질로 심각하게 오염시켰던 근본적인 설계 결함이 초래된 것이다.

도장 시스템 회사에서 설치한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의 용량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단 며칠 만에 필터가 먼지로 가득 차 막혀버렸다. 필터가 너무 심하게 막혀 공기가 전혀 통과할 수 없었다. 생산 라인을 자주 멈추고 필터를 교체하거나, 더 근본적으로는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의 용량을 늘려야 했으나, 삼성은 그 대신 아래 사진과 같이 필터와 활성탄을 옆으로 치워서 오염된 공기가 막힘없이 바로 환경으로 배출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하면 오염된 공기가 필터나 활성탄으로 정화될 수 없기 때문에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필터와 활성탄이 있는 설비를 개방해보지 않는 한 이 문제는 눈에 띄지 않았다. 때문에 외부에서 감사를 나온 사람들은 공장 가동 중단 권한이 없었으므로 박닌 공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다.

오염된 공기는 대기 오염 제어 시설의 필터와 활성탄을 통과하면서 정화된다(왼쪽 위). 그러나 삼성 박닌 공장에서는 먼지가 필터를 완전히 막아서 공기가 통하지 않자, 필터를 교체하는 대신 옆으로 치워서 오염된 공기를 통과시켰고(왼쪽 아래), 이 때문에 활성탄에도 먼지가 가득 쌓여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오른쪽 위). 그 결과 먼지가 제거되지 않아 대기 오염 방지 시설 주변에 두꺼운 먼지 층이 남았다(오른쪽 아래).

인근 주민들은 심한 냄새가 시작된 것은 삼성 공장이 가동을 개시했을 때부터라고 했다. 주민들은 그 끔찍한 냄새는 고문과도 같았으며, 공장에서 배출되는 공기를 호흡한 결과 기침과 잦은 병치레를 겪었다고 했다.

오염된 공기의 배출을 방지하려면 박닌 공장의 대기 오염 방지 시설 용량을 늘리기 위한 삼성의 투자가 필요했다. 그러나 삼성은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박닌 공장 설비 개선 비용을 부담하지 않았다. 대신 삼성은 2017년과 2018년에 오염 공기 배출량이 많은 도금, 도장, 인쇄 공정 등 독성 화학물질 집약 공정들을 협력업체에 외주화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협력업체들은 삼성전자에 비해 환경보건안전 인프라와 인식 수준이 훨씬 낮다. 결국 삼성은 ‘박닌 공장’의 대기 오염 문제 일부를 해결했을 뿐, 베트남 대기를 오염시키는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아니었다. 휴대폰 생산에 필요한 오염 공정들은 협력업체들에서 계속 가동되었다.

삼성이 유해 공정들을 협력업체로 외주화시킨 결과가 무엇인지는 박닌 지역에 있는 한국 기업이자 삼성 협력업체인 SIT Vina의 대기 오염 문제가 잘 보여준다. 이 회사는 삼성 휴대폰에 쓰이는 부품을 제조하는데, 이 과정에는 스프레이 도장 공정이 있다. 도장 공정은 발암물질 등 독성 화학 물질을 집중적으로 사용하며, 삼성 박닌 공장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력업체로 외주화했던 유해 공정 중 하나이다. SIT Vina 공장 굴뚝으로 페인트 분진이 배출되고 있었는데, 이는 공장의 대기 오염 방지 시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삼성 박닌 공장에서처럼 도장 공정의 페인트 입자와 독성 가스가 필터와 활성탄을 거치지 않은 채 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2022년 VTC 뉴스와 인터뷰했던 반두옹구(Van Duong Ward) 보건소의 응웬 반 투옌(Nguyen Van Thuyen) 박사는 “최근 몇 년간 인후통, 비염, 알레르기, 흉부 답답함, 호흡 곤란 등 호흡기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 주민들이 증가하고 있고, 암 환자도 증가하고 있는데 주로 폐암”이라며, “2022년 초부터 우리 병동에 암 환자가 10명 정도 있었지만, 드러나지 않은 환자들이 더 많을 수 있다”라고 밝혔다.

SIT Vina는 삼성의 2차 협력업체라 할 수 있다. 공익 제보자는 “2차 협력업체에 방문했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SIT Vina와 같은 사례가 드물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삼성의 공급망에서 2차 이하의 협력업체가 삼성 휴대폰에 기여하는 부분이 상당하지만, 삼성은 이들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도 않고 있다. 게다가 삼성의 협력업체 환경안전보건에 대한 관리도 1차 협력업체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2차 이하의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사실상 관리를 방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유류 및 화학물질의 환경 유출

화학물질이나 지정 폐기물을 보관하는 장소와 화학물질이 누출될 위험이 있는 시설에는 유출 방지 장치 등 화학물질의 확산을 방지하는 시설을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설을 갖추지 않은 협력업체가 많다. 지정 폐기물 저장소나 유류 저장소에 배수로나 누유 방지턱 등 집수 설비가 없어 누출 시 확산을 막을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보관 장소에 지붕이 없이 노출되어 있는 경우도 많았다. 발전기, 공기 압축기 등에서는 유류를 함유한 폐수가 누출되는 경우가 흔한데, 이런 경우 폐수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아래 사진들은 삼성의 협력업체에 예방 시스템이 없어 유류 및 화학물질이 환경으로 누출된 사례를 삼성 박닌 공장 EHS(Environmental Health and Safety)팀에서 기록한 것이다.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에 누유방지턱 등 유출 방지 시설이 없어 폐기물 보관소에서 나온 폐수가 야외로 누출되고 있다.
유해물질 누출을 방지하는 배수로나 누유방지턱을 만들지 않은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모습. 흘러나온 오염물질이 옥외로 확산될 수 있다.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의 유류 저장고에 유출 방지 시설이 설치되어 있지 않아 환경으로 누출되고 있다.
한 삼성전자 협력업체에서 누유방지턱이나 라벨도 없이 인화성 유기 용제를 다량 사용하고 있다.
옥외에 보관 중인 폐수처리장 슬러지가 누출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없이 운영하는 삼성 협력업체들

삼성의 자체 조사 결과, 삼성 베트남 협력업체들은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폐수 처리장을 새로 짓고 최소 6개월 동안 허가 없이 운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이들 삼성 협력업체들은 폐수를 적법하게 처리하지 않고 방류한 것이다. 폐수 측정 결과가 법적 기준을 초과하는 협력업체도 많았다. 폐수 배출로 인해 베트남 정부로부터 처벌을 받은 협력사도 있지만, 협력사가 삼성전자에 알리지 않는 한 삼성전자가 이 사실을 알기는 어렵다. 삼성이 협력사의 규제 위반과 처벌 사실을 알게 된 경우도 있기는 하나, 이는 협력사와의 소통이 아니라 다른 경로를 통해 알게 된 것이었다. 아래 사진은 삼성 박닌 공장 EHS팀이 적발한 삼성 협력업체의 폐수 처리 관련 주요 위반 사항들을 보여주고 있다.

베트남 내 삼성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 점검 중 발견된 주요 위반사항 중 폐수 처리에 관련된 내용.
베트남 내 삼성 협력업체에 대한 정기 점검 중 발견된 주요 위반사항 중 환경 측정에 관련된 내용.
환경 모니터링에서 암모니아 2.9배, 생물학적 산소 요구량 1.06배로 법적 기준을 초과하는 주요 위반이 확인되어 삼성으로부터 부적합 판정을 받은 협력업체.

이번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심각한 대기 및 수질 오염: 삼성 베트남 공장들에서는 독성 폐수 처리 시설 미비, 대기 오염 제어 설계 및 운영 부실로 인해 수년간 오염이 발생했다. 삼성이 대기 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에 가장 유독한 공정들을 협력업체에 아웃소싱한 결과, 지금도 다른 지역사회에서 심각한 오염이 계속되고 있다.

•노동자들의 유해 화학물질 노출: 베트남 최대 외국인 직접 투자 공장으로 유명한 삼성전자 박닌 공장은 독성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여러 구역에 국소배기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 노동자들이 일상적으로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었다.

•해외 사업장과 국내 사업장에 대한 이중 잣대: 삼성은 한국에서는 법에 따라 오염물질 배출 및 이전 등록(PRTR) 시스템을 통해 수백 가지 물질을 공개적으로 보고하고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화학물질 배출을 공개적으로 보고하지 않고 있다.

•경영진의 무관심: 공익 제보자는 2012년 삼성 베트남 박닌 공장의 심각한 대기 및 수질 오염 문제에 대해 자세히 보고했지만, 본사 고위 관리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내부 은폐: 삼성 본사의 글로벌 환경안전센터는 박닌 공장에서 광범위한 사내 규정 위반을 발견했으면서도 일상 점검 보고서에서는 대기 오염 관리와 폐수 처리 시설에 최고 점수를 부여했다. 이 모순은 삼성의 자체 점검에서 드러난 문제를 무시하면서까지 공장 관리가 잘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글로벌 환경안전센터의 역할임을 시사한다.

•외부 은폐: 삼성은 자체 조사 결과를 숨기기 위해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를 활용했다. 예를 들어, 삼성은 모든 사업장 폐수를 사내 처리 시설에서 처리한 후에만 배출한다고 대외적으로 밝혔지만, 박닌 공장에서는 수년간 폐수 처리 시설조차 갖추지 않고 폐수를 방류했다. 삼성의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에는 협력업체에 대한 긍정적인 외부 감사 결과만 언급되어 있지만, 4년 동안 삼성의 자체 조사 결과 베트남 협력업체에서 약 13,000건의 규정 위반이 확인된 사실은 숨겼다.

•협력업체 관리 부실: 2023년 삼성 베트남 협력업체에서 37명의 노동자가 메탄올에 중독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삼성이 자사 공장과 협력업체에서 사용을 금지하고 있는 화학물질은 단 2종이며, 부분적으로나마 규제하고 있는 물질은 메탄올 등 23종에 불과하다. 삼성은 협력업체 화학물질 관리에 대한 평가를 협력업체 자가 보고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들이 금지된 화학물질의 사용을 숨겨 좋은 점수를 받으면 더 많은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취약한 화학물질 관리를 한층 더 약화시키고 있다.

•알 권리 훼손: 베트남에서는 공장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이나 규제 기관의 조사 결과 정보가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지 않다. 삼성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노동자들은 자신이 어떤 물질을 사용하고 있는지 또는 그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 삼성은 안전보건에 대한 정보 공개를 막고자 갖은 노력을 기울였으며, 결국 작업장 내 잠재적 유해 위험성에 관한 정보의 공개와 사용에 광범위한 제약을 가하는 산업기술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반올림의 상임활동가 이상수 씨는 “삼성의 화려한 대외 이미지 뒤에는 환경과 노동안전을 파괴하는 공해 기업이 감추어져 있다. 삼성은 자체 환경안전보건 점검에서 드러난 부정적인 결과를 방치한 채 낙관적인 내용의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로 이를 은폐해 왔다. 우리는 더 많은 공익 제보자들이 나서 주기를 바라지만, 기업 운영의 진실을 밝히는 데 이분들의 용기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이 때문에라도 기업에 대한 인권 및 환경 실사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IPEN 특별 고문 조 디간지 박사는 “삼성의 내부 조사에 따르면 삼성 경영진은 공공 인권에 대한 약속을 이행할 의지가 없거나 이행할 능력이 없다. 정책 입안자, 규제 당국, 건강 옹호자들은 한국 전자 산업의 공해, 직업병, 사망의 암울한 역사가 베트남,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또는 다른 어떤 나라에서도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CGFED 활동가 팜티민항 씨는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은 자신의 생활과 노동 조건에 대해 이야기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으며, 자신의 목소리를 낼 자격이 있다. 삼성이 공장 운영과 노동 조건에 대해 자신있다면, 노동자들이 언론 및 시민단체와 노동 조건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할 수 있다는 공식 입장을 베트남 정부와 함께 공개적으로 발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팜티민항 씨는 “삼성과 그 협력업체들은 베트남의 환경과 노동자들을 심하게 무시해왔다. 삼성은 안전하고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를 충족시켜야 하며, 베트남이 ILO 협약 87호 비준을 막기 위한 로비가 아니라 이를 지지함으로써 독립적인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를 지원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지적들은 삼성전자가 베트남에서의 책임 있는 기업 운영을 위해 더욱 투명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취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책 입안자들과 규제 당국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 대한 감시와 규제를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전자는 “공익제보자 강씨가 현지 공장을 점검했던 시기는 2012년으로 10년도 더 전이고, 당시는 공장이 설립된 초기여서 여러 문제가 있었을 수 있지만 현재는 개선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한 “삼성전자는 베트남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모든 사업장의 오염물질 배출 관련 데이터 총량을 당사의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대중에게 공개하고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 PRTR제도가 없어 오염물질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지적은 사실이 아니”라며 “베트남 현지에서 위법으로 판단된 사례는 한 건도 없다. 삼성전자는 ‘환경안전이 경영의 제1원칙’이라는 기조 아래 각국의 환경기준보다 엄격한 자체 기준을 적용하고 있으며, 환경안전 관련 인프라·인력·교육·협력사 지원 등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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