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방지’ 혹은 ‘보은성 영입’? 퇴직 검사들의 민간기업 취업
KT, SK 등 수사 받는 기업에 대거 영입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의 공개 자료와 기업의 공시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결과, 2022~2023년 검찰청과 법무부에서 퇴직해 민간기업 임직원으로 취업한 검사 69명의 실명을 확인했다고 21일 밝혔다.

퇴직자 중 실명이 특정된 검사장급 24명을 비롯한 검사 69명과 일반직 고위공무원 1명이 민간기업 88곳에 취업한 것이다.

특히 퇴직 검사장급 24명 중 13명은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사외이사나 감사위원으로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본근 전 인천지검장, 권순범 전 부산지검장, 권익환 전 서울남부지검장, 김기동 전 부산지검장, 김우현 전 서원고검장, 박균택 전 광주고검장, 여환섭 전 법무연수원장,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 이영주 전 사법연수원 부원장, 장영수 전 대구고검장, 조상철 전 서울고검장, 한찬식 전 서울동부지검장이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퇴직 검사 중에는 신영식 전 인천지검 형사2부장, 이준식 전 인천지검 부천지청장, 허태원 전 검사가 2개 이상의 민간기업에 취업했다.

이 중 KT, SK, 한솔케미칼, 쇼박스 등은 수사를 받고 있는 기업으로, 퇴직 검사들이 수사 방지나 보은성 영입을 위해 영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참여연대는 주장했다.

예컨대, KT는 ‘일감 몰아주기’나 ‘보은투자’ 의혹으로 경영진이 배임 혐의 등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 말부터 퇴직 검사들을 대거 영입했다.

이용복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1부장이 지난해 11월 정기 인사 때부터 법무실장(부사장)을 맡게 된 것을 비롯해, 컴플라이언스추진실장(상무)을 맡은 허태원 전 검사와 감사실장을 맡은 추의정 전 검사가 올해부터 KT에서 일을 시작했다.

또한 박철 전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장은 2010~2011년 SK 그룹 오너 일가인 최철원 전 M&M 대표의 ‘맷값 폭행’ 사건 수사를 맡았는데, 당시 피해자로서 1인 시위를 벌인 화물차 운전기사에 대해 업무방해와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기소해 논란이 된 바 있다.

특히 박철 전 검사는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가해기업인 SK케미칼 부사장으로 재직할 때 증거를 인멸하거나 은닉한 혐의로, 2022년 8월 30일 1심에서 징역 2년형을 선고받았는데도 현재까지도 SK디스커버리 사장 보좌역을 맡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수사·기소권력을 가진 검찰의 영향력이 민간기업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검찰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퇴직 검사들의 민간기업 취업이 이해충돌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퇴직 검사들의 취업과 관련한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래는 검찰 · 법무부 출신 검사 등의 퇴직 후 민간기업 취업 현황 조사 결과(자료제공=참여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