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 내몬 금싸라기 땅 2만평…수협 개발 계획 속내는?
어업인, 수산물가공업자의 경제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설립된 공직유관단체 수산업협동조합이 ‘시장 현대화사업’을 이유로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명도소송을 제기해 승소 후, 구 노량진시장부지(2만157평)에 대한 강제철거가 진행 중이다.
870개에 달하는 소매상 중 절반은 신시장으로 이동했고, 나머지 절반중 270여명은 이전을 거부해오다 이들 대부분은 시장을 떠났다.
도소매 상인들은 옛 시장을 전통시장으로 리모델링 하길 원했다.
구 시장은 유동인구가 많은 1호선 노량진역에서 육교를 통해 바로 접근이 가능하면서 상권이 발달 할 수 밖에 없는 이점을 갖고 있었던 반면, 신시장은 1호선 노량진역에서 상당한 거리를 지나가야 하며, 9호선 환승 통로가 생기긴 했지만 전보다 불편해진 것은 사실이다.
“신시장은 좁은 대지면적(1만2236평)에 건물이 높이 올라갔고, 노량진 역과의 거리도 멀어져 물류시스템과 도매시장 기능이 상실됐다”며, 일부 상인들은 노량진역 육교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시장 현대화사업’에는 1540억원의 국고가 수협에게 지원됐다. 총 사업비 1912억원 가운데 국비 70%, 수협 30% 비율로 사업비가 부담됐다.
현재 구 시장상인 80여명은 노량진 육교에서 “국민 혈세 1540억원이 잘못 투입돼 현대화사업과 수협 전반 경영에 대한 국정감사가 실시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업의 발주처는 수협,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지난 2009년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로 공사를 수주했고, 설계는 공간그룹이 맡았다. 그런데 수협은 이들을 내몬 시장부지에 강제철거를 진행하면서도, “어떤 개발계획도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 때문에 상인들이 원하지 않는 방식의 수협의 이 현대화사업 추진 결과로 눈에 띄는 것은 기존 구 노량진수산시장의 2만평 금싸라기 부지다.
뉴스필드 취재 결과 수협은 구 시장 부지 현재 제3종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 또는 일반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 중심지에 위치한 구시장 부지는 한강과도 직선거리 400여미터에 위치해 있어 1970년대부터 ‘황금알을 낳는 거위’, 또는 ‘황금방석’이라고 불렸다.
이런 이유로 이 사업은 ‘시장 현대화사업’이 아닌 ‘부동산개발’ 사업이라고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한진중공업도 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을 위해 상인들에 대한 명도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데, 이런 대규모 재개발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은 보상비와 이사비 문제가 빠질 수 없다.
그런데 수협 주도의 2만평 부지 개발을 위한 기존 임차 상인 이전에 정부가 국민 혈세를 지원해준 셈이 돼 버렸다.
수협이 주도한 중앙도매시장 일대 개발과 관련해 살펴보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에 따라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 운영권은 서울시에 있고 시장의 대지와 건물 소유는 수협에 있다.
농안법 제20조(도매시장 개설자의 의무)에 따라 시장 개설자인 서울시는 노량진수산시장의 관리와 운영의 최종 책임자다.
그런데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은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경우처럼 시장 관리운영 책임자인 서울시 주도하에 추진된 것과 달리, 전적으로 수협이 주도해 나갔다.
2004년 4월 수협중앙회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사업계획 용역’ 보고에 따르면, 이 사업은 ▲1단계 수산시장 기능 ▲2단계 업무와 상업 및 공공기능 ▲3단계 업무와 주거 기능을 확보하는 것으로 이 일대 부동산 개발 마스터플랜이 작성돼 있었다.
2단계 사업에는 기존 상인들을 내몬 2만평 부지에 수산테마파크 설립 계획을 거쳐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 사업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됐다.
이 사업이 시장 현대화사업 초점이 아닌 전체 일대 부동산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노량진 수산물도매시장 현대화 사업 2005년도 예비타당성조사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특정민간단체의 사업 확장에 재정을 투입해 무상으로 지원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국고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방식은 대단히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인 2008년 9월, 기재부는 총사업비가 다소 증액된 2024억원(국비 70%, 수협자부담 30%) 규모의 국고 보조금 투입을 확정했고, 2015년 10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건물이 완공됐다.
이런 가운데 노량진수산시장을 둘러싼 갈등은 현재까지 5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시민대책위(시민대책위)는 “수협은 공공성 기능이 기본인 중앙도매시장을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현대화사업을 진행했고 혈세 1540억이 투입됐다”며 “현대화 된 수산시장의 수산물 유통량은 현저히 줄었고 상인들의 임대료만 높아졌다. 서울 시민은 신시장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민대책위는 “20여만 어민들의 조합이라 하는 수협은 부정선거, 채용비리, 성접대 관광연수 등 수많은 문제로 인해 국민들의 지탄 대상이다”며 “최근 정부로 빌린 약 1조1500억원의 공적자금을 상환하는 명목으로 법인세 전액 감면을 고집하고도 있다. 공적자금은 갚지 못하며 임원진에게 성과급 잔치하고 성매매관광으로 여론도마에 오른 수협에 대해 철저한 국정감사를 통한 부실경영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2018년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노량진수산시장 현대화산업과 관련해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김태흠 의원은 “구 시장 상인들과 무관한 단체들이 정당한 법 집행을 무력화하면서 떼법으로 버티고 있다”고 지적한대 그쳤다.
구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잘못된 현대화사업을 바로잡기 위해 노량진역 육교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데, 최근 동작구청은 행정대집행으로 상인들의 농성장을 철거하고, 그 비용 6천여만 원과 과태료 1천여만 원을 상인들에게 청구하기도 했다.
상인들이 원하지 않는 ‘시장 현대화사업’이라는 이름의 이 민간 사업에 대규모 국고까지 투입되게 된 배경은 여러가지 의문을 자아냈다.
또한 수협이 대규모 국비를 보조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수산업협동조합법 제9조에 따라 국가와 공공단체는 조합 등과 중앙회의 사업에 필요한 경비를 보조하거나 융자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단, 수협 관련 사업이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수협은 2005년 구시장 노후화와 위생 문제를 이유로 현대화 사업을 시작해 2015년 10월 신시장 건물을 완공했다.
그런데 건물 완공 직전인 같은해 6월 수협은 문화체육관광부 카지노 사업 신규 허가 때 상인들을 내몬 자리인 구 노량진 수산시장 2만평 부지에 58층(지하 6층 포함) 규모의 카지노를 포함한 복합리조트를 설립하겠다고 신청한 사실이 알려졌다.
수산업협동조합법에 따라 수협은 카지노 사업을 할 수 없게 돼 있다.
동법 138조(사업)에 따르면 수협중앙회 가능 사업은 교육·지원 사업과 회원과 조합원을 위한 구매·보관·판매·제조 등 경제 사업, 회원 예금 관련 상호금융사업, 공제사업, 의료지원 사업, 어업통신사업 등이다.
숙박 관광 사업 등은 명시돼 있지 않는데, 이 법은 그 밖의 중앙회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업이 있을 경우 해양수산부장관이 승인을 해줘야 가능하게끔 제도화 해놨다.
또 수협이 자회사를 통하거나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더라도 해당 사업 범위 적용을 받는다는 게 해양수산부의 해석이다. 그밖에는 부지 매각 방법이 있다.
수협이 신청한 복합리조트 개발 사업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 사업이라 불릴만큼 최소 1조원 규모의 투자로 고용창출 1만명, 생산유발 2조원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로 전국 9개 시·도의 34개 사업자가 사업콘셉트제안서(RFC)를 제출하며 카지노 복합리조트 유치를 위해 적극 나섰다.
하지만 2015년 8월 수협은 신규 복합리조트 사업자 선정에 탈락했다.
이후 2016년 11월 최영수 서울시의원이 구 시장부지 2만평에 “박근혜 비선실세 차은택이 노량진수산시장 카지노개발에 관여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해 파장이 일었다.
당시 최영수 시의원은 “2015년 노량진 수협·복합리조트 공모사업과 관련해 서울시 관련부서가 동작구청, 이성한(전 미르재단 사무총장), 차은택의 노량진수산시장 카지노 개발 계획을 위해 지속적으로 실무협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기 김상철 노동당 서울시당 위원장도 “차은택 씨가 노량진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 태스크 포스(TF)의 자문위원으로 일했고,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TF 위원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수협이 기존 상인들에 대해 명도소송, 동작구청의 행정대집행까지 진행하며 임대료가 높은 건물안으로 이전시켜 구 노량진시장 상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는데, 수협은 강제철거 중인 부지에 대한 개발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지 않고 있다.
시장 상인과 이용 고객들을 위한 사업이라고 시작해 국민 혈세까지 지원됐지만, 정작 상인들은 상권에 비해 비싼 임대료로 시장을 떠나고 있다. 이에 수협이 당초 원하던 개발 계획 중 부지 개발을 위한 명도는 성공했지만, 다음 단계의 부동산 개발이 어떻게 진행 될 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게다가 수협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사업이 해당 2만평 부지내 개발이 진행된다면, 정부는 수협의 부동산 개발을 위해 국고를 투입하면서 기존 상인들을 강제 이전시킨 꼴이 된다. 이 때문에 구시장 상인들이 수협에 대한 국정감사를 또 다시 요구하는 것이다.
수협중앙회 관계자는 “구 시장부지 개발계획은 없다. 비대위 측 주장과 관련해서는 취재에 응하지 않겠다”고 대답했다.
해당 부지는 서울시와의 사전협상 대상 부지다. 민간사업자가 5000㎡ 이상 단일필지를 개발할 때 용도지역 상향 같은 도시계획 변경을 서울시와 사전에 협상하도록 한 제도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3종, 준주거도 있는 지역이다. 준주거나 상업지역으로 (종상향을)생각하는 것으로 안다. 수협으로부터 개발계획은 정확히 들어오지는 않았다”며 “과거 어떤 개발계획을 했는지 파악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