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삼공사, 기능성 알 수 없는 홍삼음료로 소비자 오인 유발
한국인삼공사가 판매하는 홍삼음료가 기능성 성분에 대한 정보 없이도 87만원에 달하는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어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는 과거 전매제 홍삼 독점으로 형성된 소비자 인식과 신뢰를 이용한 결과로 보인다.
5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조사대상 제품군 중 “에브리타임”과 “홍삼진” 제품군이 각각 10종의 액상형 홍삼 제품을 보유하여 가장 많은 종류를 갖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54종의 제품을 “식품의 유형”별로 분류한 결과, 건강기능식품이 25종, 일반식품이 29종으로 확인되었다. 특히 “홍삼정”과 “홍삼톤”은 모든 제품이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반면, “홍삼뿌리/달임액”과 “홍삼원”은 일반식품으로 분류되었다. 이로 인해 다른 제품군은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이 혼합되어 있어 소비자 주의가 필요하다.
각 제품군별 평균 가격 현황을 살펴보면, ml당 가격이 가장 높은 제품군은 “에브리타임”으로 324.8원이었고, 가장 낮은 제품군은 “홍삼원”으로 21.0원으로 나타났다. 또한, 1일 섭취량 당 가격 평균이 가장 높은 제품군은 “홍삼뿌리/달임액”으로 9,075.2원이었으며, 가장 낮은 제품군은 “홍삼원”으로 1,206.3원이었다.
이와 관련하여, 건강기능식품의 경우 법령에 따라 하루 섭취량이 표시되어야 하지만, 일반식품은 이러한 의무가 없기 때문에 1일 1회 섭취를 가정하여 가격을 산출하였다. 따라서 일반식품인 “홍삼뿌리/달임액”과 “홍삼원” 제품군은 1일 1회 이상 섭취할 경우 1일 섭취량 당 가격이 더 높아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인정한 홍삼의 6대 기능성을 기대하며 제품을 구매하지만,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홍삼음료를 선택한 경우 그러한 기대를 보장받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한국인삼공사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건강기능식품보다 몇 배 높은 가격을 지불하며 홍삼음료를 구매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를 들어, “6년근 홍삼 중 상위 0.5% 수준의 천삼만을 달인 제품”인 <홍삼달임액 천삼(30포)>는 건강기능식품이 아닌 홍삼음료임에도 불구하고, 1ml 기준 322원, 1회 섭취량 90ml 기준 29,000원으로 30회분 1박스가 870,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제품 광고나 성분 정보에서 기능성 원료의 함유량은 확인할 수 없었다.
반면, 조사대상 중 기능성 유효 성분인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가장 높은 <홍삼톤 리미티드(30포)>는 1ml 기준 157원, 1일 섭취량 50ml 기준 7,833원으로 30일분 1박스가 235,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은 1일 섭취량 기준으로 기능성 원료인 진세노사이드 성분 13.0mg을 포함하고 있으며, <홍삼달임액 천삼>보다 1ml 기준 166원 저렴하고, 1일 섭취량 기준으로는 21,167원 더 저렴하다.
한국인삼공사는 자사 홍삼달임액 제품군의 가격을 엄선된 최고 등급의 홍삼인 “천삼(天蔘)”, “지삼(地蔘)”, “양삼(良蔘)”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높게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관장 브랜드 홈페이지에서는 <홍삼달임액 천삼(30포)>를 “하늘이 허락한 궁극의 한 뿌리”인 “천삼”만을 달인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홍삼정 에브리타임 리미티드(30포)>도 “상위 2% 수준의 고급홍삼인 지삼이 20% 함유된 홍삼농축액”을 주원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리미티드(30포)>는 홍삼농축액 사용 비율(30%)과 진세노사이드 함량(1일 섭취량 11.6mg)이 동일한데도, 같은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30포)>보다 1ml당 96원 정도 더 비싼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있으며, 가격의 정당성을 의문하게 만든다.
「인삼산업법」은 홍삼 등 인삼을 판매 및 수출 목적으로 제조하거나 수입하는 자에게 농림축산식품부령인 「인삼산업법 시행규칙」에 따라 “인삼류검사기관”에서 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검사기관은 홍삼의 체형, 수분, 조직, 색택, 표피 등을 기준으로 “1등(천삼)”, “2등(지삼)”, “3등(양삼)”으로 등급을 분류한다. 하지만 이러한 등급 판별은 홍삼이나 인삼의 형태적‧물리적 특성을 기준으로 하므로, 등급이 높은 홍삼이 반드시 인체에 더 유익한 영향을 미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정관장 액상형 홍삼 관련 제품의 현황을 살펴보면, 제품별 1ml당 가격에서 건강기능식품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리미티드(50포)>가 426원으로 가장 비쌌고, 이어서 홍삼음료인 <홍삼정 에브리타임 롱기스트(20포)>가 425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홍삼원D(100ml)>와 <홍삼원D 골드(100ml)>는 각각 12원, 13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로 인해 같은 홍삼음료라도 <홍삼정 에브리타임 롱기스트(20포)>는 <홍삼원D>보다 1ml당 35배 이상 비쌌다.
조사에 따르면, 10개 제품 중 건강기능식품 4개, 일반식품 6개로 구성되었으며, 일반식품 6개 중 5개는 홍삼음료였다. 특히, 가격이 높은 <홍삼정 에브리타임 롱기스트(20포)>와 <홍삼정 에브리타임 밸런스핏(14포)>는 건강기능식품과 디자인이 유사해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일반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고, 규칙적으로 제품을 섭취하는 경향이 있다. 이에 따라 1일 섭취량 기준으로 가격을 비교한 결과, <홍삼달임액 천삼(30포)>가 1회 섭취량 기준으로 29,000원에 달했다. 이 제품은 1일 1~3회 섭취가 권장되어, 최대 87,000원의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다음으로 <홍삼달임액 지삼30지(48포)>와 <홍삼달임액 지삼(30포)>의 가격은 각각 11,000원과 10,833원으로 나타났다.
가장 저렴한 제품은 <홍삼활력 플러스(30포)>로, 1일 섭취량 기준 가격이 991.6원이었다. 이는 <홍삼원 세트(50ml, 60포)>보다 저렴하였다. 소비자는 기능성 원료인 진세노사이드를 포함하지 않는 제품에 대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상황이다.
또한, 건강기능식품 관련 법률에 따라, 기능성 원료인 진세노사이드의 함량을 명시해야 하며, 조사 결과 <홍삼톤 리미티드(30포)>가 1일 섭취 시 13.0mg의 진세노사이드를 제공하는 등 높은 함량을 보여주었다. 반면, 제품 가격이 높더라도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낮은 제품도 존재해,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기능성 성분을 주의 깊게 비교해야 한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삼공사는 역사적으로 확보한 소비자 인식과 신뢰를 바탕으로, 소비자 오인 가능성을 이용한 영업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 등의 생산실적”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매출액이 연평균 8.5% 증가한 반면, 한국인삼공사의 매출액은 연평균 2.8% 감소했으며, 내수 매출은 4.1%까지 감소했다. 이는 소비자들이 전통적인 홍삼의 유명세보다 과학적 효과를 중시하는 건강기능식품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한국인삼공사는 소비자의 오인 가능성을 제거하고, 변화한 소비자 경향에 맞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우선, 건강기능식품과 일반식품을 명확히 구분하여 소비자가 혼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히, “에브리타임” 제품군과 같이 유사한 포장 형태로 판매되는 제품은 즉각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또한, 홍삼의 품질 특성을 기준으로 한 등급 체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기능성 원료의 함량에 대한 과학적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고가에 판매되는 “홍삼달임액” 제품은 기능성 성분이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소비자에게 명확한 정보 제공이 필요하다. 만약 높은 가격이 정당화된다면, 건강기능식품법에 따라 기능성 성분의 기준을 만족하도록 제조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일한 기능성을 가진 건강기능식품을 부재료나 포장 형태의 차이로 인해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행태를 중단해야 한다. 소비자들은 홍삼의 효과를 중시하며, 이러한 가격 다양화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을 방해할 뿐이다.
한국인삼공사는 이러한 개선방안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하고, 건강기능식품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