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노동자 “이상직 의원과 주변 관계자 자산 철저히 조사해야”
“체불임금부터 내놓도록 해야 할 것” 목소리를 높여
지난 9월 7일 이스타항공 사측이 노동자 605명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했고, 10월 14일에 해고할 예정이다.
추가로 115명은 육아휴직이 끝나거나, 항공기를 반납한 뒤 정리해고 할 예정이다.
2020년 상반기에 제주항공으로 매각을 추진하며 500명을 계약해지, 권고사직 등으로 쫓아냈는데 그 보다 더 큰 규모로 해고를 진행하는 것이다.
해고만 문제인 것이 아니다.
2019년도 내내 사측은 퇴직충당금을 납부하지 않아, 쫓겨난 노동자들 대다수가 퇴직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2020년도에 들어서서 4대 보험료 횡령 혐의로 검찰 고소 사건이 벌어졌고, 노동자들은 생활비를 위한 은행대출이 막혀 있다.
이들은 8개월째 임금을 한 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측은 경영정상화시 우선고용 약속은 구체적이고 명시적인 합의서조차 거부했다.
정리해고 대상에는 이스타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등 집행부-대의원 15명 중 14명을 포함시켰다.
노조가 정리해고에 따른 인건비 절감에 상응하는 무급 순환휴직방안을 제시했지만, 검토도 하지 않았다.
2018년도 까지만 해도 이스타항공은 매년 6~31%의 매출이 증가했고, 2013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며 부채를 줄여왔다.
2019년 하반기에도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올해 2월에도 22명을 신규 채용하는 등 사업을 확장해왔다.
그런데 1월 24일에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뒤 불과 한 달 만에 전격적인 구조조정,인력감축에 들어갔다.
3월 2일에 제주항공과 매각 본계약을 체결했고, 고용유지지원금은 신청하지 않았다.
정부의 유동성 미지원에도 크게 개의치 않았다.
제주항공과 책임공방을 벌이며 6개월째 매출 없이 부채가 눈덩이처럼 쌓이는 동안 파국을 피하기 위한 노력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수의 친인척들과 페이퍼컴퍼니들이 관계돼 있는 불투명한 지배 구조와 편법 증여, 세금 탈루, 일가 경영 등 수많은 경영상의 부정 의혹이 쏟아졌다.
이에 시민단체와 노동계는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 해결에 창업주인 이상직 의원과 정부·여당이 나서라고 거듭 촉구했다.[편집자 주]
공공운수노조와 참여연대 등은 22일 오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상직 의원을 당에서 제명하는 것으로 그칠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정부가 고용 유지를 위한 실질적인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8개월째 임금을 못 받고 있고 이스타 항공 측의 고용보험료 미납 때문에 은행에서 생활비 대출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앞서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연 대한민국 조종사 노동조합도 직원 해고는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돼야 한다며 이스타 항공 경영진이 정리해고를 철회하고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하라고 요구했다.
국회 앞 기자회견에서 박이삼 공공운수노조 이스타항공조종사지부장은 “이스타항공 사태를 키워온 전주 출신 국토교통부 고위 관료, 여당 눈치 보며 책임자 처벌을 묵인해 온 사정기관, 노동부, 면담 요청에도 묵묵부답인 민주당. 이 모두가 하나로 뭉쳐 1500여 명의 이스타항공, 이스타에어포트 노동자를 길거리로 몰았다”며 민주당이 대책을 내놓지 않을 시 전 국민적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재하 민주노총 비대위원장은 “700여 명의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거리로 내몰리고 있다”며 “이상직 의원은 민주당에서 제명될지라도, 그의 자산은 온전할 것”이라며 “정부와 정치권은 이상직 의원을 비롯한 주변 관계자의 자산을 철저히 조사해 체불임금부터 내놓도록 해야 할 것”고 목소리를 높였다.
단체들은 이상직 의원의 탈세 등 불법 행위 의혹에 대한 정부·여당의 철저한 조사 역시 이스타항공 대량 해고 사태를 책임지는 방법이라고도 입을 모았다.
이상직 의원은 △주식 저가 매도를 통한 시세차익 증여 △선수금 명목의 92억여 원의 주식매수차입 변제금을 통한 증여 행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이지우 참여연대 간사는 기자회견에서 “천억 원대의 체불임금과 탈세 의혹이 제기되자 이 의원은 지분 헌납을 약속했지만, 2대 주주는 여전히 그의 형인 디디인터네셔널 대표”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워지자, 제주항공 인수 협상 이후 운항을 중단했고, 심지어 고용보험료 미납으로 고용유지지원금 또한 이용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또한 “만약 올해 상반기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했다면, 겨우 10대, 20대에 불과한 이 의원의 두 자녀는 410억 원의 이익을 실현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 의원이 회사를 사유화해 이득을 취하려 했다고 비판했다.
지난 7월 참여연대는 국세청에 이상직 의원에 대한 탈세 조사요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권영국 정의당 노동본부장은 이스타항공의 이상직 의원이 자본잠식 상태를 자초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스타항공의 매출은 2018년에서 2019년 사이 150억 정도 감소한다. 그런데 적자가 800억 가까이 나타난다”며 “사고가 없으면 영업이익 적자가 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적자를 포함한 1174억 원을 미처리결손금으로 이월하면서 자본잠식 상태가 된 것”이라며 “이상직 의원은 이스타항공을 껍데기로 만들고 매각해 손을 털려고 한다. 여기에 사기 회계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지난 17일 입장문에서 “재매각을 통해 새로운 경영 주체를 맞이하는 일은 현재 이스타항공이 정상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며 현시점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법원이 파산 결정을 내릴 것이라며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무산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은 본격적인 소송전도 예고하고 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의 요구로 운항을 중단하면서 경영난이 심화했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할 예정이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을 상대로 225억원 규모의 계약금 등 반환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