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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복지국가를 위한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의 필요성

<칼럼 – 유종성 가천대학교 사회정책대학원 교수, 한국불평등연구랩 소장>

복지국가를 이루는 데 있어 행정 빅데이터 구축과 조세정보 공개가 왜 필요할까? 더구나 개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사생활 보호라는 정보인권의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 아닐까?

우리나라가 복지 선진국으로 발전하려면 증거기반 정책(evidence-based policy)의 수립에 필요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이 긴요하다. 구체적으로 전 국민의 소득, 재산, 세금, 복지급여 관련 정보 등 각종 행정정보를 통합한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 및 서베이 데이터와의 연계 활용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를 실현하고자 하면 국민 개개인이 자신과 타인들의 소득과 세금을 비교해보고 조세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조세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하지 않고 모든 개인과 기업의 소득과 세금 관련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조세정보를 공개할 뿐 아니라 이를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하는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 또한 전 국민에 대하여 소득, 재산, 세금은 물론 교육, 고용, 주거, 의료, 복지 등 각종 행정정보들을 통합하여 이러한 행정 빅데이터가 사회과학 및 정책 연구의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소득과 세금의 투명한 공개가 정부에 대한 신뢰는 물론 부자들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일반적 신뢰, 또는 사회적 신뢰(generalized interpersonal trust, or social trust)를 향상시키고, GDP의 50%에 가까운 높은 조세부담을 복지국가 유지를 위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들 나라들이 인권이나 사생활 보호에 대한 관념이 낮아서는 결코 아니다. 북유럽 국가들은 투명성 또는 부패인식지수는 물론 자유민주주의와 인권을 측정하는 각종 지표에서도 항상 최상위권에 오른다. 이들 나라에서도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이 국가에 의해 남용될 위험과 사생활 보호에 미칠 영향에 대해 한때 상당한 논쟁을 거쳤다. 그러나 개인정보 중 사생활로 보호해야 할 민감정보(sensitive information)를 분류함에 있어 이들 국가의 국민들은 떳떳하게 벌고 세금을 내는 이상 이를 감출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 같다. 모든 국민이 공문서에 자유롭게 접근할 권리를 가진다는 정보의 자유 차원에서 납세의 의무와 관련된 행정정보(소득공제액, 세액공제액, 총수입금액, 결정세액 등)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아닌 공적인 정보로 간주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개인의 소득과 세금 정보를 공개하지는 않지만 미국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들이 익명화한 행정 빅데이터를 사회과학과 정책연구에 활용하도록 하고 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으로서 전자정부에 있어서도 상당히 앞서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막상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통합 활용에는 뒤처지고 있다. 이에 따라 증거기반 정책을 강조하는 세계적 흐름에서도 뒤처지고 있다.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

2017년 가을 스탠포드대학교의 데이비드 그러스키(David Grusky) 교수가 불평등연구회의 초청으로 방한해 연세대학교에서 2회의 연속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때 그러스키 교수는 미국의 “절대적 소득이동성”(absolute income mobility)이 감퇴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Chetty et al. 2017). 1940년대 출생 세대가 30세에 부모의 소득을 넘어설 확률이 90%가량이었는데, 1980년대 출생 세대가 그럴 확률은 50%로 줄어들었다는 흥미로운 결과였다. 더 흥미로운 것은 어떤 자료를 가지고 그러한 분석을 해 낼 수 있었는지 하는 것이었다. 그 연구에 사용한 자료는 미국의 인구총조사(Census) 및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자료와 함께 개별 납세자들이 국세청에 제출한 소득세 신고서(tax return)였다. 미국에서는 소득이 있는 개인들은 대부분 (아주 적은 규모의 소득자 등은 제외하고) 소득세 신고(한국의 종합소득세 신고에 해당)를 하는데, 자녀가 있는 경우 세액공제를 받기 위해 자녀들의 사회보장번호를 기록하게 된다. 따라서 개인들의 소득세 신고서에 기록된 정보를 토대로 이 자녀들이 자라서 30세에 낸 소득세 신고서를 추적할 수가 있다. 소득세 신고서의 정보를 토대로 1천만이 넘는 부모-자녀 간의 소득 결합분포를 직접 추정하였는데, 미국의 국세청이 이러한 작업이 가능하도록 협력해주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그러스키 교수는 증거기반 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위해서는 행정 빅데이터의 활용이 긴요함을 역설하였다. 청중 가운데 여러 명이 개인정보 보호의 문제를 제기하면서 조세 자료 등 행정 빅데이터 활용의 위험성에 대한 질문을 하였다. 그러나 그러스키 교수는 개인정보의 보호와 행정 빅데이터를 이용한 증거기반 정책연구는 상충되는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스키 교수는 실리콘 밸리의 창업기획사인 와이 콤비네이터가 진행하는 기본소득 실험의 설계에도 관여하였는데, 실험 참가자들에게 자신들의 조세정보 등 행정 데이터 사용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등록 빅데이터와 서베이 데이터를 연계해 분석하는 것은 핀란드 기본소득 실험에서 중단되긴 했지만 캐나다 온테리오 기본소득 실험 설계에 있어서도 공통적이다. 이렇게 행정 데이터를 서베이 데이터와 연계해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서베이의 비용(연구자 측)과 부담(응답자 측)을 줄일 뿐 아니라 응답자의 기억과 진술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

사실 행정 빅데이터의 구축과 활용에 있어 미국은 북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후발 국가이다.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에서는 일찍이 행정등록 자료를 이용한 사회과학 연구가 서베이 자료를 이용한 연구보다 더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다(신광영 2017; 강신욱 외 2018). 이들은 국세청자료를 포함한 총인구등록자료, 사업체 등록자료, 부동산 등록자료를 비롯하여 각 행정부처의 자료를 통합하여 통계적 분석이 가능한 전 국민 등록기반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또한 행정 데이터와 서베이 데이터를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정한 기준을 충족하는 연구자, 기업, 일반 시민에게 폭넓게 이러한 자료가 제공되고 있다. 이들 국가에서도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하여 상당한 갈등과 논쟁이 있었지만, 개인정보 보호와 공익적 목적의 정보 활용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조화롭게 추구하는 방안을 도출해 내었다. 가령 스웨덴의 1998년 개인 데이터법은 민감한 개인정보의 활용에는 상당히 엄격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데 인종과 민족, 정치적 견해, 종교와 철학적 신념, 노조가입 여부, 건강과 성생활 관련 정보 등을 민감한 개인정보에 포함시키고 있지만, 소득과 세금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

미국에서는 과세 정보를 개인정보로 엄격히 보호하고 있지만, 비식별화된 개인별 과세자료의 이용은 허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세청의 세금 행정 자료와 센서스국의 서베이 자료인 현재인구조사(Current Population Survey), 또 다른 서베이 자료인 소득과 프로그램 참여조사(Survey of Income and Program Participation), 미국공동체조사(American Community Survey) 자료 등을 통합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최근 미국 국세청에서는 과거의 국세청 소득통계자료(traditional SOI files)가 세금신고를 하지 않는 저소득층을 누락한 문제를 극복하여 미국인 전인구에 대하여 자세한 과세자료 패널 데이터(SOI Databank)를 자녀 및 고용주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구축하였다. 즉, 1996년 이전에 사망하지 않은 모든 미국인에 대하여 1996년부터 2015년까지 20열씩, 총 90억 열에다 100개가 넘는 행에 소득과 세금 관련 변수들과 가족 및 고용주 등과의 링크 등을 담고 있는 빅데이터이다(Chetty et al. 2018). 미국 국세청의 과세 정보를 비롯한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은 이미 많은 사회과학과 정책 연구에 이용되고 있거니와, 앞으로 보다 나은 데이터의 생산과 이를 기반으로 한 연구의 질적 향상이 급속히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정부는 증거기반 정책 수립을 위한 행정 빅데이터의 연계, 통합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결코 개인정보 보호를 소홀히 하지 않고 있다. 2016년 미 의회가 초당적 입법으로 설립한 증거기반 정책수립 위원회(Commission on Evidence-Based Policymaking)는 2017년 10월에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행정정보에 대한 접근의 확대와 사생활 보호가 양립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행정 데이터 연계 통합을 촉진시키기 위해 여러 가지 구체적인 지침을 제시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2018년에는 증거기반 정책수립 기본법(Foundations for Evidence-Based Policymaking Act)이 제정되어 그동안 분산적으로 더디게 이루어져온 작업을 체계화하고 연도별 실행계획을 세워 가속도를 내고 있다.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은 사회과학과 정책 연구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고 있다. 최근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사회과학 학술지에 실리는 논문들의 연구대상 국가에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핀란드 등 북구국가들이 과다대표되는 데에는 이들의 발전된 복지국가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행정 빅데이터 활용이 중요한 한 요인이다. 예를 들어 스웨덴의 행정등록 데이터를 이용한 한 연구는 3세대 내지 4세대 간에 걸쳐 증조부 내지 고조부의 사회경제적 배경이 자손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이 2000년에 구축한 다세대 행정등록 자료 덕분에 이러한 연구가 가능했다 (Hällsten 2014).

또한 미국의 사회과학 최고 학술지들에 실리는 논문들 중 서베이 조사 자료만을 활용한 논문의 비중은 줄고 있고 행정 자료 또는 서베이 자료와 행정자료를 통합, 활용한 논문의 비중이 급격히 늘고 있다. 가령 학교 행정데이터와 사회보장청(Social Security Administration)이 보유한 상세한 근로소득 데이터 등을 통합하여 고등학교 이후의 각종 교육과정이 장기간의 근로소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Kim and Tamborini 2019), 교육행정데이터와 국세청 데이터를 연계한 빅데이터를 토대로 한 우수한 교사들(high-quality teachers)이 향후 학생들의 장기간 소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Chetty et al. 2014) 등이 있다.

한국에서도 최근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빅데이터의 사업적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빅데이터 3법의 입법을 추진하는 한편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 활용에 대해서도 부분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강신욱 외 2018; 정해식 외 2019). 그러나, 미국의 경험에서도 말해주듯이 행정 데이터의 통합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은 개인정보의 비식별화와 보안에 따르는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법적, 행정적인 문제와 일반 국민들의 인식의 문제인 것 같다. 국내외에서 벌어지는 온라인 데이터의 해킹 사건들로 인해 개인정보의 보안에 대해 일반인들이 걱정을 하게 되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행정 데이터나 민간 데이터나 빅데이터를 다루는 내부자들에 의한 남용이나 외부자에 의한 해킹의 위험은 항상 있는 것이며,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고 통제하기 위한 기술과 데이터 가버넌스를 보다 발전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그러나 사회과학과 정책연구에 행정 빅데이터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정보 보호에 추가적 위험을 더하는 것은 거의 없을 것이다 (Penner and Dodge 2019).

한국은 전 국민에게 출생 시부터 주민등록번호가 주어지기 때문에 행정 빅데이터의 통합이 정책적 의지만 있으면 상당히 용이하다. 북구 국가들처럼 과세 정보를 완전히 공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미국처럼 전 국민의 소득, 재산과 과세자료 등에 대한 행정자료 통합을 하고, 이를 각종 서베이 자료와도 연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하겠다. 특히 조세와 복지 급여의 소득재분배 효과 등을 정확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조세-급여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작업이 시급히 요구된다. 또한, 광역 및 기초 지자체 수준에서 소득 불평등과 빈곤에 대한 지표들이 측정될 수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이러한 지표가 없기 때문에 지자체별 지역사회보장계획을 보면 소득 불평등이나 빈곤의 축소와 같은 정책목표 설정이나 성과 평가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가령 재정패널, 노동패널, 복지패널 등 수많은 종류의 가계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들 데이터가 인구주택총조사와 연계가 되지 않고, 국세청 등의 행정 데이터와도 연계가 되지 않고 있다(재정패널에서 근로소득 연말정산 자료를 연결하는 등의 극히 부분적 예외를 제외하고는). 이에 따라 조세와 복지정책의 소득재분배 효과를 조세-급여 미시모의실험 모형을 이용, 분석하는 데 있어 주로 재정패널 자료를 사용하고 있지만, 재정패널의 샘플이 전인구와 가구에 대한 대표성이 매우 취약하여 정확한 분석과 추정을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 또한 패널조사마다 조사대상자의 행정등록 자료를 이용할 수 있으면 묻지 않아도 될 여러 질문들을 포함해 비용은 물론 조사대상자의 부담을 늘리고 있다.

행정자료 통합 활용과 관련, 그동안의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에 국세청의 소득자료를 연계하여 보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가계조사에서 자신의 소득을 과소 보고하는 경향이 있는 고소득층에 대해 보다 정확한 소득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2016년도 귀속 소득의 경우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국세청 자료로 보완한 결과 가구 평균소득이 5,019만원에서 5,3475만원으로, 중위소득은 4,036만원에서 4,300만원으로 각각 증가하였고, 빈곤율은 16.1%에서 17.9%로 증가하였다(김서영 2019).

그러나 가계조사의 샘플에 최고 소득층과 최저 소득층이 과소대표되는 문제 자체는 이와 같은 보완작업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전 국민 등록자료를 기반으로 한 관련 행정자료의 통합이 필요하다. 최소한 미국의 국세청이 최근 전 국민에 대하여 각종 소득세 신고자료를 기반으로 구축한 빅데이터(SOI Databank)와 같은 것을 만들어야 한다. 또는 영국의 경우 전 국민의 0.1%에 해당하는 샘플에 대한 가계조사 자료를 인구총조사 자료와 연계하여 대표성 있는 조세-급여모델을 벌써부터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에게도 이러한 작업이 시급하게 요구된다.

이와 관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보험료 부과를 위해 소득과 재산 관련 자료들을 통합해 구축한 빅데이터가 거의 전 인구를 포괄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아직은 일반 연구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지만 최근 보건사회연구원 팀이 이 데이터를 사용하여 시군구별 빈곤지표를 탐색적으로 개발하기도 했다(정해식 외 2019).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여러 복지정책을 경쟁적으로 실시하고 있는데, 그 효과를 제대로 추정하는 것은 증거기반 정책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우선 건보 데이터라도 지자체 소속 연구원 및 일반 연구자들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행정자료 통합 논의에 관여해온 분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행정부처 중에서 국세청이 가장 소극적이라고 한다. 그러나 연구자에게 데이터를 제공할 때 비식별화 조치를 하는 기술적 방법은 충분히 발전되어 있으므로 소득과 조세 관련 개인정보를 철저히 보호하면서도 행정 빅데이터 통합 구축과 활용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통계법과 국세기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의 관련 조항들을 개정하여 행정 빅데이터 구축 활용을 촉진하는 작업을 정부와 민간 합동으로 하는 것이 좋겠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북유럽 국가들처럼 소득과 조세정보를 민감한 개인정보로 간주하지 않고 전면적으로 공개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정보 공개1)

조세 정보를 개인 정보로 엄격히 보호하는 대부분의 국가들과 달리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아이슬란드 등 북유럽 국가들은 이미 19세기 중반부터 개인과 기업의 조세 정보를 공개해 왔다. 즉, 누구나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방문해서 다른 사람들의 조세 정보를 볼 수 있는 것이 당연시되어 왔다. 특히 노르웨이에서는 2001년부터 인터넷상에서 타인의 소득과 납세액을 쉽게 검색할 수 있게 되었다.

스웨덴에서는 각 지역별로 매년 조세달력(tax calendar)을 발간하여 과거 우리나라 전화번호부와 비슷한 형식으로 알파벳순으로 이름, 주소와 함께 근로소득(earned income), 불로소득(unearned income), 결정세액을 기록하고 있으며 기업에 대해서도 소득과 세액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웨덴과 핀란드에서는 전화로도 타인의 조세정보를 물어볼 수 있다.

오늘날 미국을 포함한 많은 나라에서 조세정보는 개인정보로서 엄격히 보호를 받고 있지만, 사실 미국에서도 과거 개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1861년 연방 소득세법이 제정되었을 때 이는 개인정보 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1924년에는 개인과 법인의 조세정보를 공개하는 입법이 이루어지기도 했으나 곧 무산되었다. 당시 공화당 소속 상원의원 로버트 하월은 “비밀이아말로 부패의 가장 큰 조력자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1976년 닉슨 행정부가 세금 신고 정보를 정치적 반대자에 대해 부적절하게 사용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이후 조세정보의 공개가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그러나 법인의 조세정보에 대해서는 매사추세츠, 서 버지니아, 캔자스 주 등에서 1990년 이래로 공개가 허용되고 있다. 그리고 지방정부들은 부동산 소유자의 이름, 가치 및 납부 및 미납 재산세액을 공개하고 있다. 또한 조세정보와는 별개로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2010년부터 공무원들의 봉급을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있다. 캘리포니아대학교는 2008년부터 교직원들의 연봉을 인터넷상에 공개하고 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과 달리 자신의 세금 신고서 공개를 거부한 데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뉴욕타임즈의 편집위원인 빈야민 애플바움은 북유럽 국가들처럼 “모든 개인의 소득세 정보가 공개되어야 한다”라는 논설을 싣기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한때 개인의 조세 정보를 공개한 적이 있다. 여러 나라에서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과 금액을 공개한다. 한국도 과거 최상위 소득세 납부자 명단을 공개한 적이 있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에서는 고액·상습 체납자나 해외금융계좌 미신고자에 대해 일부 공개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과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개인의 소득이나 조세정보의 공개가 상당히 많은 곳에서 전면적으로 또는 부분적으로 이루어져 왔으며, 정치적인 찬반 논쟁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조세 정보의 투명한 공개는 조세 행정에 대한 신뢰는 물론 이웃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며, 과세의 형평성을 제고하는 촉진제가 되며, 과세당국은 물론 정부와 정치권의 책임성을 제고한다. 북유럽 국가들의 총 세수가 국민총소득의 40-50%에 달하는데도 국민들이 별 불평 없이 세금을 내는 것은 이러한 투명성과 정치적 책임성, 그리고 공평과세의 확립에 따른 공정성에 대한 인식이 사회적 신뢰와 정부에 대한 신뢰를 동시에 높이기 때문이다. 소득과 조세 정보의 공개가 소득의 격차를 줄이고 소득 신고와 납부세액을 올리는 데 실제 효과를 보았다는 경험적 증거들이 있다.

노르웨이에서는 전통적으로 성실 세금납부가 확립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지만, 자영업자의 사업소득 신고는 피고용자들의 근로소득처럼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공개 이전에는 조세 정보가 공개되어도 사람들이 지방 세무서나 시청을 찾아가서 정보를 열람하는 일은 흔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2001년부터 온라인 검색이 가능해지자 매년 10월 전년도 조세 정보가 인터넷에 공개되면 노르웨이 사람들은 날씨 검색보다 소득과 세금 검색을 더 많이 했다고 한다. 일단의 학자들이 온라인 공개의 효과를 측정한 결과 근로소득의 경우에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자영업자 사업소득의 경우 평균적으로 약 3% 정도 신고 소득액이 증가하였다고 한다 (Bo et al. 2014.).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들의 조세정보 공개는 탈세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임금 격차를 줄이는 효과도 크다. 피고용자들은 자신의 직장동료는 물론 동종 업종 종사들의 소득수준과 비교하여 봉급 인상을 요구하기도 하며, 고용주들은 구인광고 단계에서부터 봉급액을 특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조세정보 공개는 동일노동 동일임금 등 보다 평등한 임금 구조를 가져올 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소득불평등이 커지는 것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 핀란드에서는 조세 정보가 공개되는 11월 1일을 “국민 질투의 날”(National Jealousy Day)이라고 하는데, 핀란드 국민들은 이 정보로 소득불평등이 너무 커지는지를 판단한다고 한다.

봉급의 공개가 봉급 격차의 축소를 가져온다는 것은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사례에 대한 실증적 분석을 통해 입증되었다. 한 연구에 의하면 시 공무원들의 봉급이 온라인 공개된 후 최고위직들의 봉급이 평균 7% 줄었다고 한다 (Mas 2016.).

조세정보의 공개에 대해 북구에서도 반대론이 없는 것은 아니다. 노르웨이에서 온라인 공개가 이루어진 후 아이들이 부모 소득을 비교하여 저소득 가정의 아이들이 놀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사례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이러한 부작용에 대해 노르웨이 정부는 정보공개를 금지하기보다는 더 많은 정보 공개로 대응했다. 즉, 누구나 다른 사람의 조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가 자신의 조세 정보를 들여다봤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것이다. 이처럼 적극적인 조세정보 공개가 낳은 가장 큰 효과는 이웃과 국가에 대한 높은 신뢰, 그리고 아직까지 중요한 정치인들 중에 부패 스캔들이 없었다는 것이 아닌가 한다.

북유럽 국가들처럼 투명한 사회, 사회적 신뢰가 높은 사회, 높은 수준의 세금을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복지국가를 이루고자 한다면, 우리도 조세 정보의 공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전 국민의 조세정보 공개가 어렵다면, 우선적으로 공직자를 포함, 김영란법 적용 대상자부터 공개하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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