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경남제약지회 “사측 노조단일화 과정 중 부당하게 개입… 교섭대표노조 바꼈다”
충남 아산의 60년 향토기업으로 비타민C 레모나를 생산하는 ‘경남제약’의 노조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서 사측이 일명 어용노조인 기업노조 가입 인원수를 늘리기 위해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때문에 교섭대표노조가 금속노조에서 기업노조로 사실상 교체됐다. 금속노조 충남지부는 20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경남제약 사무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경남제약은 금속노조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이하 금속노조)와 기업노조 등 복수노조 체제이며, 올 초 교섭창구단일화 과정에 있었다.
노동조합법상 전체 조합원 중 과반수 노조가 교섭 대표 노조가 되며, 사용자와 단체협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진다.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에 따라 교섭대표 노동조합은 교섭대표 노동조합으로 결정된 후 사용자와 체결한 첫 번째 단체협약의 효력발생일을 기준으로 2년간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
금속노조는 2020년 1월 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 2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의해 회사와의 단체교섭 대표노조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 “이에 회사는 일부 직원을 상대로 생산직에서 인사노무 관련 관리직 사원으로 부서를 변경시키고, 기업노조 가입을 강요하는 등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는 불법행위’가 포착됐다”고 금속노조는 주장했다. 그동안 교섭대표노조는 금속노조였다.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가 시작될 시점, 충남 아산공장 조합원 99명 가운데 금속노조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에는 34명, 기업노조(어용노조)에는 8명의 노조원이 가입돼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금속노조에 부당노동행위가 진행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2020년 1월14일, 기업노조는 40명의 조합원을 확보했다며 교섭요구 확정공고문을 게시했다. 교섭창구단일화 과정 절차상 2주 후 기업노조가 교섭대표 노조로 확정될 전망이다.
금속노조는 “기업노조원 수는 8명으로 인원이 줄어든 다음, 이 8명으로 2년간 유지해왔다. 최근 교섭창구단일화 과정 중 일주일 사이에 인원이 32명 늘어서 40명이 된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 드러난 것은 사측이 ‘금속노조 조합원에서 탈퇴하라. 탈퇴 후 작업시 회사가 알아서 금속 노조원이랑 안붙여 주겠다. 탈퇴 종용을 카톡으로 보내거나 전화하고 카풀하면서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속노조는 “인사노무관리부장 A씨의 지시를 조직적으로 수행해 금속노조 조합원에게 카톡과 전화로 탈퇴회유 한 B씨와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한 C, D, E씨를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하고 통화내역과 문자 수발신, SNS 수발신 등 증거를 확보하고 책임자 처벌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충남지부 경남제약지회가 교섭대표 노조 지위를 잃는 것을 가장 원하는 것은 경남제약 현재 경영자인 하관호, 안주훈 대표이사일 것이다”며 “더이상 경남제약 사용자에 의해 노조의 존속 및 교섭권이 좌지우지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며, 교섭대표 노조지위를 원상회복하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사측 관계자는 “50대 후반 생산직 직원 B씨 1명을 인사관리부서로 지원 요청한 적이있다. 최근 몇년간 경영 이슈와 단체협상 문제 등으로 서울 등지에서 노조 활동이 많았는데, B씨가 지인들에게 노조활동이 어려우니 그만두는 게 어떻냐고 개인적으로 말한 것이다. 팀장 등 회사 관리자들이 노조 탈퇴를 종용한 것이 없다. 또 기업 노조 인원이 갑자기 늘어난 사실도 지난 14일 공문을 통해서야 알았고 노조 모집을 했다고 확정되고 있는 C, D, E씨는 기업노조원은 맞지만 사용자 관련자들은 아니다. 기업노조 자체적으로 노조원 모집을 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경남제약은 충남 아산의 60년 향토기업으로 비타민C 레모나를 생산하고 있으며, 부채가 전혀 없었을 정도로 건실한 기업이었다. 2003년 창업주 양준호 회장 이후, M&A전문기업 녹십자에 매각됐고, 녹십자는 2007년 다시 HS바이오팜에 재매각했다.
HS바이오팜은 경남제약을 인수하자마자 직장폐쇄를 하고 50여 명의 용역직원을 동원해 단체협약 강제해지, 부당해고, 고소고발, 가압류 등을 진행했다. 2007년 HS바이오팜으로 매각되면서 17년간 맺어온 단체협약은 해지됐고, 금속노조 조합원을 제외한 사원들은 강압적인 분위기 속에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에 동의해 상여금삭감, 연차, 생휴, 월차 등 모든 복지가 축소됐고, 13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상화가 되지 않고 있다.
이러던 와중 경남제약은 존폐위기까지 오게 됐다. 이희철 전 대표이사는 주가조작, 허위매출 조작혐의로 현재 구속 중이고, 최근 약 21개월 동안 경남제약 주식에 대한 거래가 중지되고 상장폐지 위험까지 겪게 됐다.
여러 기업을 거치며 최근 바이오제네틱스가 최대주주가 되면서 경영정상화의 꿈과 희망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2019년 5월 말 경남제약의 최대주주인 바이오제네틱스의 대표이사로 하관호, 안주훈이 취임했다.
“하관호 대표이사는 경남제약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2018년 특별단체협약 합의서 때문에 시행이 용이하지 않다는 발언을 했고, 지난해 6월 임시주총 자리에서 이용 사내이사는 ‘바이오제네틱스가 경남제약인수 직전에 다른 회사도 구조조정을 했었는데 근로자들이 버텨서 매우힘들었다’는 막말을 했다”고 노조는 전했다.
이런 가운데 금속노조는 2020년 1월 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9조 2 교섭창구단일화 절차에 의해 회사와의 단체교섭 대표노조 선정 절차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