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보장률 1.1%포인트 상승한 문재인 케어, 진짜 이유는?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일명 ‘문재인 케어’다. 이 대책의 핵심 내용은 당시 63% 수준인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을 2022년까지 70%로 높이겠다는 것이었고,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문재인 케어의 정책 기조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취약 인구와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그런데 요즘, 문재인 케어가 과연 이 목표를 제대로 달성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이하의 글에서는 이 쟁점과 관련 내용을 다루어볼 것이다.
문재인 케어, 어떤 것들이 얼마나 이루어졌나?
문재인 케어의 핵심 정책은 ‘의학적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이다. 의학적 측면에서 치료에 필요한 모든 의료서비스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미용·성형·건강검진을 제외하고 치료에 관계된 필수 비급여 항목들은 모두 건강보험을 적용하겠다는 방침이 그것이다. 정부는 비급여의 급여화를 최대한 빨리 단계적으로 실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위해 ‘비용 대비 효과’와 ‘사회적 요구’ 등을 감안해 비용의 10~70% 수준에서 건강보험에 우선 적용되도록 하는데, 이것을 예비급여라고 하다. 이들 예비급여 항목은 주기적(3~5년)으로 건강보험 적용 여부를 재평가하여 적정 수준으로 관리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루어진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확충 내역을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①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들’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먼저, 2018년 2월부터 폐기종을 동반한 중증 만성폐쇄성폐질환의 비급여 검사와 처치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2018년 4월부터 횟수·개수·적응증 등에서 제한적으로 건강보험이 적용되던 36개 항목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2018년 7월부터 정신 및 행동장애와 수면장애 등에 대한 「인지행동치료」가 건강보험에 적용됐다. 2018년 10월부터 신생아 선천성 대사이상 및 난청 선별검사 등의 각종 신생아 질환과 임신·출산 등 20여개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에 적용됐다. 2019년 1월부터 고도비만 환자에게 치료 목적으로 시행하는 각종 수술, 인슐린 투여가 반드시 필요한 제1형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측정용 전극, 그리고 응급실 및 중환자실의 기준 비급여 등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2019년 7월부터 응급·중환자의 응급검사, 모니터링, 수술·처치, 초음파 비급여 항목이 건강보험에 적용됐고, 8월부터 뇌혈관질환 관련 14개 항목의 건강보험 기준이 확대됐다. 그리고 2019년 12월부터 인지장애·암, 여성건강 및 난임 치료 등 중증질환분야 의료행위 및 치료재료 64개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뿐만 아니라 치과와 한방에도 건강보험이 확대됐다. 2019년 1월부터 만 12세 이하 아동의 영구치에 대한 광중합형 복합레진 충전 치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2019년 3월부터 구순구개열(입, 입술, 입천장의 비정상적 갈라짐) 환자들에 대한 교정술 및 치아교정에 대해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또 2019년 4월부터 근골격계 질환자에 대한 추나요법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② 초음파와 MRI의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2018년부터 2021년까지 모든 MRI 검사에 대해, 그리고 치료에 필요한 초음파 검사에 대해 건강보험 적용이 단계적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급여화의 성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MRI부터 살펴보자. 2018년 1월부터 치매 의심 환자(경도인지장애)에 대한 MRI 검사가 건강보험에 적용됐다. 2018년 10월부터 뇌·뇌혈관·특수검사 MRI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2019년 5월부터 두경부(눈, 귀, 코, 안면 등)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리고 2019년 11월부터 복부·흉부(간, 담췌관, 심장 등)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다음으로 초음파를 살펴보자. 2018년 4월부터 상복부(간, 담도, 담낭, 비장, 췌장) 초음파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어 2019년 2월부터 하복부(소장, 대장 등) 및 비뇨기(콩팥, 방광 등) 초음파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리고 2019년 9월부터 남성생식기(전립선, 정낭, 음낭, 음경) 초음파 검사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③ 가족 부담이 큰 ‘3대 비급여’를 건강보험의 보장 범위에 포함시켰다. 첫째, 2018년 1월부터 선택 진료(특진) 제도가 완전히 폐지됐다. 기존에는 선택 진료 의사에게 진료 받는 경우 항목에 따라 15~50%의 추가비용을 환자가 부담했는데, 이에 따른 추가 본인부담이 사라진 것이다. 둘째, 병실료 차액 문제가 문재인 케어의 보장성 확대 조치로 상당부분 해결됐다. 2018년 7월부터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의 2·3인실에 건강보험이 적용됐고, 2019년 7월부터 동네병원(병원·한방병원) 2·3인실에 대해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이 조치로 입원료 환자 부담이 기존의 1/3 수준으로 줄었다. 셋째, 간병비 부담이 줄었다. 가족의 간병 부담을 덜어주는 간호·간병통합서비스가 단계적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보호자나 간병인 없이 전문 간호 인력이 입원 환자를 직접 돌보는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상을 2022년까지 10만 병상으로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2019년 10월 말 기준으로 523개 병원에서 44,612병상을 확보했다.
④ 사회적 약자 또는 취약 인구에 해당하는 아동, 노인, 여성, 장애인에 대한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확충됐다. 먼저, 아동부터 살펴보자. 2017년 10월부터 만 15세 이하의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이 10~20%에서 5%로 낮아졌고, 아동의 치아홈메우기 진료비 본인부담률도 30~60%에서 10%로 인하됐다. 다음으로 노인인데, 2017년 11월부터 만 65세 이상 어르신의 틀니 본인부담률이 50%에서 30%로 낮아졌고, 2018년 7월부터 임플란트 본인부담률도 50%에서 30%로 낮아졌다. 또 2018년 1월부터 의원급 외래 진료(혹은 약국 이용) 시 총 진료비가 일정 수준 이하인 경우에는 정액(1,500원)을 부담하고, 해당 구간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점진적으로 늘어나는 정률(총액의 10~30%)로 부담하도록 개선됐다. 다음으로 여성인데, 2017년 10월부터 난임 시술(체외수정 및 인공수정)이 건강보험으로 적용됐고, 2019년 7월부터 급여 적용의 연령과 횟수 기준이 확대됐다. 마지막으로 장애인인데, 2018년 7월부터 다양한 이동용 휠체어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욕창예방방석과 이동식 전동리프트의 급여 대상을 지체장애 또는 뇌병변장애로 확대했다.
⑤ 건강보험의 치매 의료비 보장성이 확대됐다. 2017년 10월부터 치매가 의심되는 환자의 심층평가 및 감별진단을 위해 시행되는 신경인지검사도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그리고 이때부터 중증치매 환자의 외래·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이 20~60%에서 10%로 낮아졌다. 2018년 1월부터 치매 의심 환자(경도인지장애: 동일 연령대에 비해 인지기능, 특히 기억력이 떨어져 있으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 능력은 보존된 상태로 향후 치매로의 이행이 의심되는 정상노화와 치매의 중간 상태)에 대한 MRI 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만 60세 이상이면서 신경인지기능검사를 통해 치매 전단계로 확인된 경우에 진단 시 1회, 급격한 인지기능의 변화 등으로 진료 과정에서 추가 촬영이 필요한 경우에도 건강보험이 적용되도록 했다.
⑥ 문재인 케어는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의료비에 대해 연간 본인부담상한제를 강화했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연간 본인부담금의 총액이 개인별로 정해진 상한금액을 초과하는경우,그초과금액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본인부담상한제는 가구의 소득 수준을 10%씩 10단계로 나누고, 이것을 7개의 구간으로 구분했다. 2019년 현재, 1구간의 상한금액은 81만 원이고, 2구간 101만 원, 3구간(4~5분위) 152만 원, 그리고 4구간은 280만 원, 5구간 350만 원, 6구간 430만 원, 7구간은 580만 원이다. 그러니까 소득하위 50%에 속하는 서민들은 연간 본인부담상한액이 최대 152만 원 이하이므로 서민 가계의 파탄은 일어나지 않게 된다.
⑦ 문재인 케어는 취약 계층의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추가적인 장치를 강화했다. 앞서 설명한 본인부담상한제는 제도의 한계가 있는데, 비급여 진료비가 연간 본인부담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급여 진료비는 현행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이 없다. 또 하나, 국민건강보험의 급여 항목이지만 전액을 환자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서비스, 선별급여 의료서비스, 그리고 임플란트 본인부담금은 본인부담상한제의 본인부담 진료비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저소득층 가구의 경우, 연간 본인부담상한제만으로는 의료비 불안을 완전히 없애지 못한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필요한 것이 바로 ‘재난적 의료비 지원 제도’이다. 재난적 의료비는 가계의 지출에서 의료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를 의미하는데, 세계보건기구에서는 40% 이상이면 재난적 의료비 상황이라고 규정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가구의 연소득 대비 본인부담 의료비 총액이 20% 이상인 경우를 재난적 의료비 지원 대상으로 정하고 있다. 2018년 1월 공포된 ‘재난적 의료비 지원에 관한 법률’을 근거로 이 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지원 대상자는 기준 중위소득의 100% 이하인 가구의 구성원들이다. 이들에겐 1인당 매년 최대 2천만 원까지 지원된다.
문재인 케어,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의 핵심 내용
문재인 케어가 선언된 시점은 2017년 여름이지만, 실제로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 조치가 단계적으로 집행되기 시작한 것은 2017년 10월부터였다. 그러니까 보장성 확충 프로그램 차원의 문재인 케어 시행은 2년 2개월쯤 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일부 비판자들이 문재인 케어의 실패를 거론하고 있다. 보수적 논리에 기반을 둔 기존의 비판이나 정치적 비난 수준과 괘를 좀 달리하는 비판이 최근에 쏟아졌는데, 이는 2018년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에 비해 별로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문재인 케어는 2016년 건강보험 보장률 62.6%를 임기 내에 70%로 높이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비급여의 전면적 급여화를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아동·여성·노인 등 취약 인구의 건강보험 보장률을 높이고, 서민과 저소득층의 의료비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적 약자들이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필요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책 기획이다. 다수의 국민은 문재인 케어가 예정된 목표를 향해 순항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고 믿는다. 실제로 의료기관을 이용했던 국민들이 피부로 정책 효과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 케어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정책 만족도 조사에서 늘 최상위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최근 문재인 케어가 목표 달성에 실패할 것이라는 비판적 보도가 나온 것은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전년 대비 1.1%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는 발표 때문이다.
건강보험 보장률은 우리 국민들이 의료기관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때 발생하는 전체 의료비 중에서 국민건강보험이 부담하는 의료비의 비율을 말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조사 결과 발표에 의하면,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62.7%에서 2018년엔 63.8%로 1.1%포인트 상승했다. 이에 대해 “그 많은 돈을 투입하고 겨우 이 정도의 상승이냐?” “쥐꼬리만큼 상승”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외형상으로 얼핏 살펴보면, 그렇게 판단할 수도 있을 것이고, 또 이 부분에 대한 책임을 누군가가 져야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외형만을 얼핏 봐선 안 된다. 실체의 전모를 제대로 보고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
우리가 유의해서 봐야할 부분은 문재인 케어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정책 수단들이 무엇이었는지, 바로 이것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문재인 케어는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중증 질환 중심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단행했다. 이는 당연히 중증 질환을 주로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 개선으로 이어질 것이다. 우리는 이 부분을 점검해서 문재인 케어의 성과를 판단해야 한다. 이게 옳은 접근법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의 정책 수단들이 가장 많이 집중된 상급종합병원은 건강보험 보장률이 2017년 65.1%에서 2018년 68.7%로 3.6%포인트 증가했다(표 1 참조). 게다가 정책 수단의 일부만 투입된 문재인 케어 첫 1년 만에 이 정도의 성과가 나타났다면, 이는 충분히 인정할 만한 것이다.
[표 1] 의료기관 종별 건강보험 보장률 (2017년, 2018년)
※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자료, 2019년 12월 12일.
그리고 고액의 진료비가 발생하는 중증 질환 중심으로 비급여의 급여화를 우선적으로 단행했기 때문에 ‘1인당 중증·고액진료비’ 상위 30위 이내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2017년 79.7%에서 2018년 81.2%로 전년 대비 1.5%포인트 증가했다(그림 1 참조). 우리나라도 30대 중증·고액 질환에 대한 건강보험 보장률이 이미 80%를 넘어선 것이다. 건강보험의 가장 중요한 취지가 의료비 부담으로 인해 필요한 의료이용을 하지 못하거나 고액의 진료비로 인해 가계가 파탄하는 것을 방지하는 일인 만큼 문재인 케어의 고액·중증 진료비 접근 전략은 상당한 효과를 낸 것으로 봐야 한다.
[그림 1] 연도별 전체 및 중증·고액 상위 30(50)위 질환의 건강보험 보장률
※참조: 국민건강보험공단 보도자료, 2019년 12월 12일.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이 1.1%포인트만 상승한 이유, 그리고 우리 시대의 과제
국민건강보험은 문재인 케어를 위해 2018년 동안 2조4천억 원을 추가로 투입했다. 그런데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1.1%포인트만 상승했다.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씩 살펴보자.
첫째,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비급여의 급여화)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의 추계 상, 2018년 문재인 케어로 추가 소요될 건강보험 재정은 약 3조7천억 원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실제로 문재인 케어의 건강보험 보장성 확대를 위해 추가로 투입된 재정은 2조4천억 원에 그쳤다. 계획된 재정의 65%만 투입됐던 것이다. 왜 그렇게 됐을까? 정부가 애초 보장성 확충 계획을 너무 조급하게 세웠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의료계의 협조를 얻고 동의를 받는 데 시간이 많이 소요됐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의학적으로 필요한 비급여 항목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하는 과정이 다소 지체되면서 ‘계획 대비 실제 건강보험 재정 투입’이 적었던 것인데, 이 부분은 의료계의 협조가 더디게 진행됐기 때문이다.
둘째, 비급여의 크기가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케어의 정책적 핵심은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인데, 문제는 새로운 비급여 항목이 생겨나거나 기존의 비급여 서비스 이용이 급여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확장되면 건강보험의 보장성은 높아지기 어렵게 된다. 거칠게 계산하자면, 비급여 지출이 변하지 않는다고 가정했을 때 산술적으로 1조 원의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할 경우 건강보험의 보장률이 1% 포인트 정도 개선된다. 그런데 2018년 MRI와 초음파 건강보험 적용 등 문재인 케어로 인해 건강보험이 지출한 재정은 2조4천억 원 정도이므로 보장률은 2.4% 정도 높아져야 한다. 그런데 보장성은 1.1%포인트만 늘어났다. 이는 비급여 진료의 크기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쯤에서 [표 1]을 자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대학병원을 의미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68.7%인데, 이는 전년 대비 3.6%포인트 증가한 것이다. 이 증가의 구체적인 내역을 살펴보면, 법정본인부담률은 전년 대비 1.3%포인트 줄었고, 비급여본인부담률은 무려 2.3%포인트나 감소했다. 그렇다. 중증·고액 질환을 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상급종합병원에서는 비급여의 급여화가 상당부분 성과를 냈던 것이다. 문제는 병원과 의원이다. 병원은 보장률이 전년 대비 0.9%포인트 상승한 48%에 그쳤다. 그런데 의원은 문재인 케어에도 불구하고 모든 의료기관 종별 중 유일하게 보장률이 감소했다. 의원의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은 57.9%로 전년 대비 2.4%포인트 감소했다. 의원의 법정본인부담률이 0.8%포인트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비급여본인부담률이 3.2%포인트나 늘었기 때문이다. 의원의 2018년 비급여본인부담률은 22.8%인데, 이는 대학병원의 11.7%에 비해 크게 높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문재인 케어의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성과는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중증·고액 질환을 중심으로 종합병원 이상의 의료기관에서 건강보험 보장률이 의미 있게 개선됐기 때문인데, 이는 문재인 케어의 정책적 목적과 취지에 잘 부합하는 결과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이에 더해, 앞에서도 살펴봤듯이 문재인 케어의 본격적인 추진은 2018년 동안 연중 이루어졌을 뿐만 아니라 2019년에도 지속됐기 때문에 2019년과 2020년에는 정책 효과가 건강보험의 보장률 향상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2018년 성적만으로 문재인 케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은 실체적 진실과 거리가 멀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8년 건강보험 보장률 성적은 우리에게 많은 정책적 시사점을 던져준다. 무엇보다 ‘비급여의 급여화’가 쉽지 않은 도전과제라는 점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비급여 의료를 중심으로 자원의 낭비가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이는 우리나라 의료보장 체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험요인이다. 제거해야 한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거대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못하게 금지하기도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 해법을 알고 있다. 결국, 이해당사자들 간의 정치사회적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하다. 비용을 부담하고 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국민,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과 의료인, 공적 지불자로 국민의 대리인인 국민건강보험, 그리고 의료비 본인부담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함으로써 도덕적 해이와 의료자원 낭비에 중요한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실손의료보험, 이 모든 주체들에게 공적·제도적 영향을 미치는 정부, 지금 이들 간의 사회적 대화와 공론의 형성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입법부인 국회의 정치적 역할도 중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