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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인권 전문지

화학섬유연맹, 22년 만에 해산하고 화섬식품노조로 산별노조 시대 개막

“민주노총 산별노조 운동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 됐으면 좋겠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약칭 화학섬유연맹, 이하 연맹)이 2월 16일 지역 거점-온라인으로 치러진 대의원대회에서 연맹 해산을 결정했다. 재적 대의원 389명 중 352명이 참석한(출석율 90.5%) 이날 대의원대회에서 연맹 해산 건은 306명의 찬성(찬성율 86.9%)으로 가결됐다. 연맹 해산 결정은 “재적 대의원 2/3 이상 출석과 출석 대의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결의”하게 되어있는 연맹 규약을 충족시킨 결과였다.

이로써 기업별노조 연합체 성격의 연맹은 22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화섬식품노조(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가 본격적인 산별노조 시대를 열어가게 됐다.

연맹은 2000년 2월 22일 구)민주화학노조연맹과 구)민주섬유노조연맹이 통합하여 만들어진 조직이다. 연맹은 통합 직후인 2001년 산별노조 건설 방침을 결정하고, 단위 조직별로 산별노조 전환 결의를 추진해왔다. 그 결과 2004년 10월 29일, 그때까지 산별노조 전환을 결의한 사업장 중심으로 지금의 화섬식품노조를 창립하게 됐다. 그러나, 산별노조 결의를 하지 못한 단위 조직들이 남아 있었기에, 연맹은 지금까지 산별노조와 기업별노조가 공존하는 이원화된 조직 상태를 유지해왔다. 이날 연맹 해산 결의로 조직은 화섬식품노조로 일원화된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2월 16일 현재 산별노조인 화섬식품노조로 조직되거나 전환한 조직은 210개 지회 33,000여 명으로 연맹 전체 조합원의 약 88%이며, 미전환 노조는 10개 조직 4,500여 명으로 12% 정도이다.

노조는 연맹 해산 이후에도 미전환 조직이 산별전환 결의를 통해 결합할 수 있도록, 교육과 선전홍보 등의 지원을 계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맹 대대에서 해산을 결정한 후 진행된 화섬식품노조 정기 대의원대회에서는 본격적인 산별노조 시대를 열어갈 사업계획들이 논의됐다. 노조는 산별노조에 걸맞는 조직활동 체계를 구축하고, 산별교섭 실현 방안을 준비하기로 했다.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 제도가, 도리어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는 노조 탄압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 점을 지적하고, 관련 법·제도의 개선과 노동기본권 쟁취 투쟁을 적극 전개하기로 했다.

노조는 일터의 안전과 건강권을 위한 노동안전보건 사업을 특별히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산업단지 노후설비가 화학공장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에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노후설비 안전관리특별법 제정을 위한 추진단을 구성하고, 국민청원 운동도 펼쳐나갈 계획이다. 또한 직장 내 괴롭힘을 포함한 정신건강 대응에 주력할 방침이며, 탄소감축과 미세먼지 등 발암물질 배출량 저감을 위한 ‘노사공동선언’을 전조직적으로 제안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노조는 사회연대기금을 설치하고 지역사회 연대활동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사회연대기금은 기업복지 사각지대 노동자와 플랫폼 비정규직, 취약계층 등에 대한 지원과 연대활동을 위한 목적기금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사회연대기금은 조합비의 1%를 적립하기로 작년(2021) 12.2.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정하였으며, 올해 1월부터 기금 적립이 시작됐다. 노조는 기금의 사용 계획 수립과 지역사회 연대활동 활성화를 위해 조직 내에 사회연대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련 규정도 만들 계획이다.

노조의 명칭 개정을 위한 TF 논의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현재 화섬식품노조는 화학산업을 비롯해 섬유, 식음료, 제약, 유리세라믹, IT, 제지, 산업폐기물, 문화예술 등 다양한 업종들로 구성되어 있다. 노조는 이렇듯 다양한 산업·업종을 모두 나열하는 식의 명칭이 아니라, 화섬식품노조의 가치와 서사를 담아내는 이름으로 준비 중이며, 조직 내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신환섭 화섬식품노조 위원장은 “화학섬유연맹 해산으로 한동안 침체됐던 민주노총 내 산별노조 운동이 다시 활성화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며 “전태일 정신을 잇는 산별노조로서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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