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 보유 빌딩 공시지가 시세반영률 30%대 그쳐
공시지가 현실화를 통해 재벌·대기업 등이 소유한 고가부동산에 대한 세금을 제대로 징수한다면 서민주거안정 등 공익을 위한 예산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시된 가격은 취득세와 종합부동산세·재산세 등 보유세 과세 기준이 되고, 조세 부과 및 건강보험료 산정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된다.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60%대라고 발표했지만, 조사결과 절반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산가들이 소유하고 있는 빌딩의 공시가격은 시세의 46%에 불과했고, 아파트는 68%였다.
또 아파트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유세율의 최고 세율은 2.7%이다. 그러나 재벌 등 법인에 부과되는 보유세율은 0.7%로 개인에 비해 4배나 높았다.
시민단체는 지금의 40%대에 불과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을 당장 80% 수준으로 2배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9일 경실련과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1,000억원 이상 빌딩의 과표 및 세액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한 거래 건수는 102건, 거래가격은 29.3조원(건당 2,900억)이었다.
분석결과 공시가격(땅값+건물값)은 13.7조원으로 실거래가 대비 46%에 불과했다.
공시지가는 시세의 37%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이 평균 64.8%이고, 상업·업무용 토지의 시세반영률이 2018년에는 62.8%, 2019년에는 66.5%라고 발표했다.
2020년에는 공시지가를 시세대비 67%까지 현실화시키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경실련은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 현실화율이 경실련 조사결과와 크게 차이나는 상황에서 지금의 공시지가 조작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현실화율을 70%까지 올리겠다는 정부 계획도 실현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턱없이 낮은 공시지가로 인해 재벌 대기업 등 건물주는 세금 특혜를 누려온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세 부과 기준은 땅값(공시지가)과 건물값(시가표준액)을 합친 공시가격이다. 재벌 대기업이 소유한 빌딩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경실련 조사결과 46%이다.
공시지가의 시세반영률은 37%로 정부 발표치의 절반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019년 거래빌딩 중 시세반영률이 가장 낮은 빌딩은 여의도파이낸스타워이다.
거래금액은 2,322억원으로 건물시가표준액(284억)을 제외한 토지시세는 2,038억원이다.
하지만 공시지가는 445억원으로 시세반영률이 21.8%에 그쳤다.
보유세 특혜액이 가장 큰 빌딩은 2019년 가장 비싸게 거래된 중구 서울스퀘어 빌딩이다.
거래금액은 9,883억원이지만 공시가격은 4,203억원(공시지가는 3,965억원, 건물시가표준액은 658억원)으로 공시가격 시세반영률은 42.5%이다.
거래금액에서 건물시가표준액을 제외한 토지시세와 공시지가를 비교한 공시지가 시세반영률은 38.4%에 불과하다.
보유세를 추정한 결과 토지시세 기준 보유세액은 64억원이다. 하지만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액은 24억원으로 40억원의 세금특혜가 예상되며, 102개 빌딩 중 세금특혜가 가장 많다.
102개 빌딩 전체로는 공시지가 기준 보유세 총액은 584억원 (실효세율 0.21%)이다. 실제 미국과 같이 시세(실거래가)대로 세금을 부과한다면 보유세는 1,682억원(실효세율 0.65%)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다.
보유세 특혜도 1,098억원이나 되며, 2005년 공시가격 도입 이후 15년간 누적된 세금특혜만 1조 5천억원으로 추정된다.
낮은 공시지가 뿐 아니라 낮은 세율도 빌딩 보유세 특혜의 원인이다. 아파트 등 개인에게 부과되는 보유세율의 최고 세율은 2.7%이다. 그러나 재벌 등 법인에 부과되는 보유세율은 0.7%로 개인에 비해 4배나 높다.
여기에 더해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의 68%인데, 빌딩의 공시가격은 46%에 불과하다.
경실련은 “대통령은 신년사에서도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지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 개혁조치 없는 선언적 발언으로는 부동산투기를 근절할 수 없다”며 “검찰은 경실련과 민주평화당이 고발한 공시지가 조작의혹에 대해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 국민을 속이고 공시지가를 조작해온 개발관료, 감정원, 감정평가업자 등에 대해 철저한 수사와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