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한국인 차별, ‘여기선 그래도 되니까’
애플이 구형 아이폰의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린 의혹으로 인해 한국과 미국, 칠레 등에서 소비자들의 소송이 이어졌다. 최근 한국 법원은 2심에서 애플의 성능 저하 미고지에 대한 책임을 인정했지만, 손해배상액은 7만 원에 불과했다. 반면, 미국 법원은 소비자 전체에 대해 6억 1300만 달러(약 7,969억 원), 칠레 법원은 또한 25억 페소(약 37억 원)를 인정했다.
이에 대해 27일 한범석 변호사(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통신비분과 실행위원)는 소송 제도상의 차이를 지적한다. 한국은 민사소송법상 원고가 주장하는 사실에 대한 증명 책임을 지는데, 기업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효율적 방법이 거의 없다. 반면 미국은 ‘증거개시제도’를 통해 소송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증거자료를 제출하도록 요구할 수 있고, 제출을 거부하면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또한, 한국에는 ‘집단소송제’가 없어 소비자들이 개별적으로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단, 소액주주권익보호를 위해 증권관련소송에서만 집단소송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집단소송제를 통해 동일한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이 한 사람을 대표로 하여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 변호사는 “이러한 차이로 인해 애플은 한국 법원의 증거 개시 요구에 불응하고, 집단소송제의 부재를 이용하여 소송을 지연시키는 등 한국 소비자들을 차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증거개시제도와 집단소송제의 도입을 통해 소비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더 쉬워지고, 기업의 위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도 증거개시제도와 집단소송제가 도입된다면, 애플과 같은 대기업을 상대로 한 소비자 소송의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