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파업 지지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 열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노동자들이 11일 의료 공공성 강화와 병원 인력 충원, 직무성과급제 저지, 노동 개악 중단 요구를 걸고 파업 투쟁에 돌입한 지 3일이 지났다.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이 중심이 된 의료연대본부의 파업 투쟁 요구는 의료민영화 추진 중단과 제대로 된 공공병원이 되기 위한 부족한 인력 충원과 공공병상 확대 및 병상 총량제로 지역별 의료 불평등 해결, 환자를 돈벌이로 취급하는 성과급제 도입 저지 등을 목표로 내걸고 있다.
시민사회단체와 환자단체들은 파업에 돌입한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요구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 소아과 폐원, 응급실 뺑뺑이 등의 사태로 한국 의료가 노골적인 돈벌이 의료로 변질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공공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은 그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투쟁, 공공의료를 지키려는 투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파업은 서울대병원 임상의사 400여 명에 대한 성과급 706억 원의 명목과 내용을 공개 질의하는 자리로도 갖는다. 진료 기여 수당 명목은 실질적인 의사 성과급에 해당하며, 과잉 검사와 수술을 자행하게 하는 조치다. 서울대병원 8600여 명 노동자들 전체 임금의 10배에 가까운 돈이 구성원의 10분의 1에게 돌아간다는 것은 명백한 차별이자, 불평등한 임금가이드라인의 현주소이기도 하다.
의료연대본부는 “윤석열 정부의 임금가이드라인의 차별적이고 불평등한 본질을 보여주는 서울대병원의 행태를 고발하고,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요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또한 서울대병원은 중병으로 서울대 소아병동을 찾는 아이들의 고통을 무시한 채, 노동조합과 약속했던 ‘어린이 무상의료’ 입법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으며, 교수 휴게실을 늘린다는 핑계로 어린이병동 축소까지 시도하고 있다. 이런 행태는 공공병원으로서, 국립대병원으로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작태라고 의료연대본부는 비판했다.
의료연대본부는 13일 서울대병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의료민영화 정책과 서울대병원의 노동자 탄압을 규탄하고, 파업 투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날 서울대병원 시계탑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는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보건의료단체연합,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너머서울 등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여해 의료연대본부를 지지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최규진 사무처장은 “서울대병원은 의료의 무게중심을 잡아야 할 곳인데, 오히려 의료 공공성을 파괴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건의료단체연합 전진한 정책국장은 “정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중단하고, 공공병원 인력 확충과 노동자 처우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좋은공공병원만들기운동본부 이서영 상임활동가는 “서울대병원은 어린이 환자들을 위한 병원이 아니라, 돈벌이를 위한 병원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너머서울 김진억 공동대표는 “의료민영화는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책”이라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한 투쟁에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생명안전 시민넷 김혜진 대표는 “의료 공공성 강화는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라며 “의료연대본부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 홍소희 교섭단장은 “병원이 파업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될 것으로 우려된다”며 “시민사회단체의 연대를 바탕으로 파업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의료연대본부는 “의료 공공성 강화와 노동 개악 중단을 위한 투쟁은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투쟁”이라며 “이번 파업을 통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공공의료의 미래를 열겠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대병원과 경북대병원은 의료연대본부의 파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인력 충원과 의료비 절감을 위해 직무성과급제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고, 경북대병원은 “공공병원의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