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의료노조, 전남대병원 용역회사 인력 착취·부정비리 실태 공개
전남대병원이 청소, 주차, 시설관리 업무를 위탁한 용역회사가 인력착취 등 부정·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실제 근무하지도 않은 ‘유령 노동자’까지 두고 인건비를 착복하고 있다고도 했다. 노조는 용역업체 뿐 아니라 전남대병원 측도 ‘(투쟁)조끼를 벗어라’며 노조 탈퇴 공작에 가담했다고 밝혔다.
보건의료노조는 30일 오전 11시 전남대병원 행정동 앞에서 광주노동시민사회단체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전남대병원 용역회사의 인력 착취와 부정비리 실태를 공개하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조속한 직접고용 전환을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전남대병원과 청소, 주차, 시설관리업무를 용역계약한 ㈜대중종합관리시스템은 용역계약서를 위반한 인력 채용, 인건비 착취, 재료비 착복, 물품 미지급, 최저임금 위반, 조합원에 대한 차별 대우, 노조탈퇴 공작, 인권침해 등 온갖 갑질과 부정비리를 저질러왔다”고 주장했다.
노조에 따르면 먼저 심각한 인건비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청소업무 용역 계약서상 정원보다 적은 인원을 채용하고, 수습기간 만료 전 해고도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업무범위가 늘어도 추가 채용을 하지 않고, 근무표에는 존재하지만 실제 근무하지 않은 “유령 노동자”까지 두고 인건비를 착복하고 있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재료비 착복의 심각성도 제기됐다.
업무에 필수적인 용품마저 제대로 구입하지 않거나, 질 낮은 제품을 사용해 자재비를 착복하고 있으며, 심지어 청결 유지와 감염 예방에 필수적인 장갑과 마스크조차 지급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위생장갑, 귀마개, 마스크, 방수신발, 안전화, 주사바늘찔림을 방지하기 위한 앞치마 등 안전비를 용역회사에 수차례 요구했지만 지급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갑질과 횡포, 조합원에 대한 차별대우도 지적됐다.
근무 중 다친 조합원에게 금품을 따로 주며 산재처리하지 않도록 회유하기도 하고, 조합원에게는 특근을 주지 않아 월 최대 100만원의 임금 차액이 발생하게 해 노조 탈퇴를 종용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게다가 ㈜대중종합관리시스템은 입사원서를 쓸 때부터 노조 가입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고, 팀장 자리를 주면서 노조탈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노조탈퇴하면 특근주겠다”고 말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취직 소개해준 사람을 통해 노조탈퇴를 종용하는가 하면 퇴직한 직원을 소장 자리에 앉혀 인간관계를 이용해 노조탈퇴를 진두지휘하게 하는 수법도 동원했다”고 주장했다.
용역업체 뿐 아니라 전남대병원 측도 노조 탈퇴 공작에 가담해, 청소용역업체 노동자들에게 “(투쟁)조끼 벗어라. (탈퇴하면) 잘 해 줄게” “조끼 입으면 잘 될 일 없어”라고 직접 회유·협박하며 노조탈퇴를 강요했다.
특근 배제, 폭언, 모욕, 차별대우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한 악랄한 노조탈퇴공작을 벌인 끝에 2017년 66명이던 조합원이 2019년 12월 현재 25명으로 줄어들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검찰에 ▲㈜대중종합관리시스템의 인건비 착취와 부정비리행위 ▲공개입찰 없이 5년 연속 청소용역을 맡아온 ㈜대중종합관리시스템과 전남대병원 사이의 유착관계 ▲㈜대중종합관리시스템이 ㈜대중종합관리시스템 사장의 부친이 운영하는 회사로부터 청소용품을 납품받고 있는 것과 관련해 유착과 비리를 조사하라고 요구했으며, 노동부에 인건비 착취, 부정비리, 부당노동행위, 노동관계법 위반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정규직 전환 지도·감독을 요구했다.
이와 더불어 참가자들은 교육부에게 전남대병원의 비리에 대해 감사하고, 책임 있는 직접고용 전환 지휘를 요청했으며, 전남대병원에 ㈜대중종합관리시스템과 유착고리를 끊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조속한 직접고용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전남대학교병원 관계자는 “의혹을 제기한 사안들 중 해결된 부분들도 여럿 있다. 노사 간 이견을 좁히기 위해 전날까지도 대화를 시도했지만, 잘 풀리지 않았다”며 “구체적인 협의안이 나올 수 있도록 앞으로도 노사 협상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