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청소년 선거운동에 정당 간부 벌금 100만원 선고 논란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현행법에서 금지된 선거운동을 했는데, 법원은 정작 해당 청소년이 속한 정당의 간부를 수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와 진보정당이 최근 법원이 노동당 배성민 부산시당 위원장에게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선고한 벌금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7일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청소년의 정치적 자유를 억압하는 사법부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시민단체 등은 “청소년을 비청소년의 지시나 강요 없이는 어떠한 정치적 행동도 할 수 없는 비정치적이고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보는 사법부의 인식 자체가 청소년에 대한 폭력이다”며 배 위원장을 처벌하려고 하는 사법부를 규탄했다.
2019년 4월 총선 기간 중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인 김찬(16)군은 부산 사하구 당리동에서 노동당 비례대표 후보 지지 내용이 담긴 피켓을 들고 선거운동을 펼쳤다.
그러나 경찰 등 수사기관은 공직선거법 225조 1항 2호, 60조 1항 1호를 적용해 김군의 활동을 문제 삼았다.
현행법이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다는 이유였다.
그런데 정작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김군이 아닌 배성민 시당위원장이 김군에게 선거운동을 지시한 혐의(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1심 재판부는 “정치적 판단 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선거 운동을 시켰다”며 “누구든지 18세 미만의 미성년자로 하여금 선거운동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노동당 등은 “이미 선거법은 18세 청소년에게 투표권을 허용했음에도 부산지방법원은 청소년을 판단 능력도 없는 미성숙인으로 취급했다”며 “대한민국 청소년들을 선거법도 모른 채 타인의 꾐에 쉽게 넘어가는 미숙한 사람으로 취급한 게 이 판결의 핵심이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부산지방법원의 1심 선고는 정치적 살인 행위다. 여타 이유를 감안하더라도 법원의 판단은 유망한 청년 정치인을 아예 매장한 판결이다. 벌금 100만원은 정치인에게는 정치를 포기하라는 판결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정치인은 공직선거법을 위반해 벌금 100만원이 확정되면 향후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청소년 재판 당사자 김찬 군은 “정치적인 의사를 표하는 것은 선거권과 별개로, 가장 기초적인 표현의 자유로서 보장돼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에게는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노동당 청소년 당원을 비롯한 청소년 활동가들이 처벌을 감수해가며 ‘불법’ 선거운동을 감행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김 군은 “저로 인해 재판을 받게된 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에게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며 “그저 노동당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피켓을 들고 시민들에게 노동당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을 뿐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다음 보궐선거, 다음 지방선거, 다음 대선에서는 부디 청소년도 시민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행동할 수 있길 바란다”며 “청소년의 선거운동을 말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야 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배 위원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청소년이 자발적으로 선거운동을 한 것이지 선거운동을 강요하거나 시킨 적이 없다”며 “공소사실 자체가 잘못됐고 선고된 형량도 받아들일 수 없어 항소를 제기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