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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언론의 ‘보수-진보’ 프레임, 사회 양극화 심화시키나: 새로운 언어와 시각의 필요성

뉴스필드 발행인 겸 대표 기자.
뉴스필드 발행인 겸 대표 기자.

우리 사회는 언론이 만들어낸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 갇혀 끊임없이 갈등하고 분열하고 있다. 두 개의 거대한 진영이 서로를 향해 극단으로 치닫는 대립과 반목은 건강한 사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언론은 이러한 프레임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한 사회 현상을 단순화하고, 사람들을 특정 진영에 속하도록 강요하며, 결국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는 그 자체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언론이 이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획일적으로 사용하면서, 개인의 다양한 가치관과 정치적 스펙트럼을 무시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모든 사람이 ‘보수’ 또는 ‘진보’라는 두 가지 범주에 완벽하게 들어맞을 수는 없다. 개인의 정치적 성향은 복잡하고 다층적이며, 때로는 ‘보수’적인 면모와 ‘진보’적인 면모를 동시에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언론은 이러한 다양성을 외면하고 사람들을 획일화된 틀 안에 가두려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프레임은 사람들에게 소속감을 부여하고 진영 논리를 강화한다. 이는 자신의 진영을 옹호하고 상대 진영을 비판하는 경향을 부추겨 건설적인 토론과 합의를 어렵게 만든다. 더욱이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화하며, 절대적인 기준이 없다. 특정 정책이나 인물을 ‘보수’ 또는 ‘진보’로 규정하는 것은 주관적이며, 논쟁의 여지가 있다.

실제로 ‘진정한 보수’의 개념으로 현재 민주당의 행동을 분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통적인 보수주의의 가치인 안정과 질서, 점진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민주당의 일부 정책은 오히려 보수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보수’라고 불리는 국민의힘 역시 모든 정책이 전통적인 보수주의 이념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현실 정치의 복잡성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보수-진보’라는 낡은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은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언론은 어떤 식으로 보도해야 할까?

첫째, 정책 중심의 보도를 지향해야 한다. 인물이나 진영보다는 정책의 내용과 효과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책의 장단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해야 한다. 정책의 실질적인 영향과 결과를 분석하여 독자들이 정책의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둘째, 다양한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다양한 정치적 관점을 제시해야 한다. 각 정책에 대한 찬반 의견뿐만 아니라, 다양한 대안과 해결책을 제시하여 독자들의 비판적 사고를 유도해야 한다. 다양한 전문가와 시민들의 의견을 균형 있게 제시하여 독자들이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맥락적 이해를 강조해야 한다. 정치적 사안을 맥락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사건의 원인과 결과를 분석하고, 관련 법규와 제도 등을 설명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높여야 한다. 국제적인 맥락과 비교하여 국내 정치 상황을 분석하고,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고려하여 보도해야 한다.

넷째, 정치적 다양성을 존중해야 한다. 언론은 정치적 다양성을 존중하고 다양한 의견을 균형 있게 보도해야 한다. 소수 의견과 비주류 의견에도 귀 기울이고,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혐오 표현이나 편견에 기반한 보도를 지양하고,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를 우선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수-진보’라는 낡은 용어 대신 정책의 성격이나 방향을 나타내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장 중심 정책’, ‘복지 확대 정책’, ‘환경 보호 정책’ 등 정책의 지향점을 명확하게 드러내는 용어를 사용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 논쟁의 초점을 명확히 해야 한다.

언론의 ‘보수-진보’ 프레임은 우리 사회를 양분화하고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언론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다양한 관점 제시, 정책 중심 보도, 맥락적 이해 강조, 정치적 다양성 존중 등 대안적 접근 방식을 통해 사회적 갈등을 완화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새로운 언어와 시각으로 무장한 언론만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이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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