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장갑차 추돌 민간인 4명 사망사건… ‘효순·미선이 사건’ 후속대책 미이행 드러나
최근 SUV 차량(맥스크루즈)이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를 들이받아 SUV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사고와 관련해, 2002년 효순이-미선이 사망 사고 이후 한-미가 합의한 장갑차 운행 관련 안전 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진보당은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 장갑차 추돌 사고에서 드러난 미군의 안전규정 위반에 대해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경기 포천 미8군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 왕복 2차선 영로대교 위를 달리던 SUV차량이 앞서가던 미군 장갑차를 들이받아 차량 탑승자 4명 전원이 사망하는 참변이 발생했다.
사고 당시 미군 장갑차는 운행 관련 안전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관련 규정을 보면 미군은 장갑차를 운행할 경우 조명을 부착한 호위차량을 앞뒤로 동행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사고 당시 미군은 호위차량 없이 장갑차만 이동했다.
심지어 후미등 조차 없이 한밤중에 이동했다.
또한 미군은 지난 2002년 6월 ‘효순이·미선이 여중생 사망 사건’ 뒤 체결한 ‘훈련안전조치 합의서’에 담긴 장갑차 이동시 ‘72시간 전 한국군에 통보하고 주민들에게 전달되도록 한 규정’도 지키지 않았다.
신건수 진보당 경기도당 위원장은 “미군이 합의서를 만들고도 지키지 않는 것은 한국민을 무시하는 것이자, 합의서를 지키지 않고 사고가 난다고 하더라도 본인들이 처벌받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며 “진상규명을 철저히 해야 하고, 그에 따라서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엄격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신 위원장은 한국 당국에도 “주한미군이 한미합의사항을 지키지 않을 경우에 처벌조항을 반드시 신설해야 한다”며“그래야 무고한 한국 시민들이 미군 장갑차에 의해서 억울한 죽음을 당하는 일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명원 경기북부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전 국민들이 장사도 자제하고 대면활동도 자제하고 있던 마당에 미군은 훈련을 강행했다”며 “지역주민들은 ‘미군의 무리한 훈련이 발생시킨 필연적인 사건일 수밖에 없지 않았느냐’라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동대표는 “지역주민들과 전체 나라가 코로나19 때문에 조심하고 있던 상황에서 미군들은 이런 기간만이라도 훈련을 자제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사건 직후 주한미군사령부와 해리 해리스 미국 대사, 국방부는 경기 포천시에서 발생한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미군 장갑차 추돌사고와 관련해 희생자 및 유가족에게 조의를 표했다.
주한미군은 8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주한미군은 로드리게스 사격장 인근에서 한국 민간차량 1대와 한미연합사단 제2보병사단 장갑차 간에 발생한 사망사고를 인지하고 있다”면서 “이 비극적 사고로 고인을 잃은 유가족 등에게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경찰 조사에 적극 협력하고 있다”면서 “미군은 희생자를 애도하면서 일시적으로 해당 지역의 훈련을 중단한다”고 전했다.
해리스 대사도 31일 SNS에 “어제(8월 30일) 저녁 포천 인근에서 일어난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사망한 희생자들 그리고 유족들께 주한미군과 더불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국방부도 “포천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불의의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분과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면서 “사고 조사와 결과에 따른 후속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주한미군을 비롯한 관련 기관과 협조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