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윤재승 전 회장 일가 일감몰아주기 의혹… “공정위, 집중 감시해야”
임직원에 욕설, 폭언 등 갑질 논란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대웅제약 오너 2세 윤재승 전 회장 일가가 소유한 회사의 내부거래 규모가 최근 5년간 2.8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윤씨 일가가 소유한 디엔홀딩스, 엠서클, 시지바이오, 이지메디컴 등 4개 회사의 내부거래액은 2018년 548억원에서 2022년 1556억원으로 증가했다.
내부거래 비율은 2018년 9.3%에서 2022년 16.9%로 늘었다.
특히 시지바이오는 내부거래 비율이 40.1%에 달해, 대웅제약의 주요 계열사인 이지메디컴(11.0%), 엠서클(34.0%), 디엔홀딩스(34.4%)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시지바이오는 줄기세포·조직은행 사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대웅제약의 신약 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4개 회사의 지분율을 살펴보면, 모두 윤씨일가가 지배하고 있었다. 디엔홀딩스의 경우 윤재승 전 회장이 34.6%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엠서클과 시지바이오의 경우에도 윤씨일가의 지분율이 각각 65.3%, 55.9%에 달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러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중견기업의 부당내부거래 근절을 위해 다음과 같은 개선의견을 제시했다.
오너일가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 필요
오너일가 회사는 내부거래를 통해 사업활동 과정에서의 비용을 절감하고, 신규 사업에 진출하거나 기존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달성하게 된다. 그러나 오너일가 회사 내에서 내부거래를 통해 지원을 받는 계열회사는 스스로의 노력 없이도 비계열 독립기업보다 경쟁상 우위를 차지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저해한다. 또한 일감몰아주기나 사익편취 논란에서 볼 수 있듯이 지배주주인 오너일가로의 편법적인 부의 이전이 경영권 승계의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오너일가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해 보다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윤씨일가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위 조사 필요
윤씨일가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한 공정위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디엔홀딩스, 엠서클, 시지바이오 등 3개사의 최근 5년간 내부거래 비율이 모두 30%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내부거래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공정위는 이들 회사의 내부거래에 대한 조사를 통해 부당내부거래 여부를 엄중히 판단하고, 필요시 제재를 통해 중견기업의 부당내부거래를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견기업도 부당내부거래 감시대상에 포함시켜야
현재 공정위는 부당 내부거래 행위에 대해 조사 및 제재를 할 때 주로 자산 5조원 이상의 대규모기업집단(대기업)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중견기업의 경우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내·외부 감시가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처럼 대기업에 비해 견제와 감시가 취약하며 가족간의 경영권 승계가 주로 이루어지고 있는 중견기업의 경우 2018년 이후 부당 내부거래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 이상의 제재를 받은 것은 총 5건에 그치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이러한 중견기업의 부당 내부거래는 기업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함은 물론 이들 기업이 국민과 소비자들의 실생활에 밀접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이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며 “향후 공정위는 부당내부거래를 통해 오너일가의 승계지원이 있을 가능성이 있는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대기업과 같이 내부거래 감시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윤 전 회장은 1962년생으로 대웅그룹 창업주 윤영환 전 회장의 3남이다. 그는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6년간 검사로 생활하다, 1995년 대웅제약 부사장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지난 2018년 윤재승 전 회장은 직원들에게 정신병자라는 폭언과 함께 미친X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윤 회장의 폭언과 욕설은 일상이었다는 게 대웅제약 전·현직 직원들의 전언이다.
실제로 윤 회장의 폭언과 욕설 논란은 지속적으로 문제가 됐었다. 이전에도 직장인 익명 애플리케이션에 윤 회장이 회의 도중 ‘창밖에서 뛰어내리라’는 등의 폭언을 일삼았다는 내용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윤 전 회장은 ‘오너 갑질’ 논란이 불거지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웅그룹은 윤재춘, 전승호 사장 이끄는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