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살자이 이후 또…DL이앤씨, 철근 누락에 어린이보호구역 침해까지

DL이앤씨가 인근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린이 보호구역에 위치한 LH 유보지에 400면 규모의 임시주차장 설치를 강행한 배경이 무량판 구조의 철근 누락으로 인한 주차장 부실 시공으로 확인됐다.

이런 사실은 지난해 4월 LH 무량판 보강철근 누락으로 인한 붕괴사고 이후, 국토부의 ‘무량판 민간건설사 전수 조사’와 관련해 밝혀졌다.

다만, 이른바 순살자이 지하주차장 붕괴의 결정적 원인이었던 전단 보강근 누락이 아닌 주차장 상부 슬라브 철근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중을 버티는 보가 없는 무량판 구조의 경우 슬라브 철근이 부족하면 충격에 취약하다.

7일 국토교통부와 관련 지자체, DL이앤씨 등의 취재를 종합하면,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순살자이) 이후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부터 2개월간 무량판 구조 민간 아파트를 대상으로 전수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A 아파트( 2022년 10월 준공)’는 ‘적정’ 판정을 받았지만, 이 단지 입주민들은 ‘입주민이 선정한 안전진단 전문기관’에 지하주차장 2000여 개 기둥에 대해 전면 재조사를 요청했고, 올해 6월 지하주차장 기둥 일부가 설계도면과 다르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조사는 콘크리트학회가 안전성 평가 용역을 수행했고, 그 결과를 건축구조기술사회가 검증했다. 당초 국토교통부가 민간 아파트 조사에서는 ‘부실시공’이 없다고 발표한 내용과는 다른 결과였다.

이 단지 설계에 따르면 철근은 165㎜ 간격으로 배치되어야 하지만, 실제 시공 간격은 320㎜로, 철근이 절반가량 누락됐다는 지적이다. 부실시공은 설계도면, 시방서 등의 기준에 따라 공사를 진행하지 않고 임의적으로 시공한 상태를 말한다.

문제는 이러한 부실시공의 여파가 다른 인근 단지 주민과 학생들에게 번졌다.

DL이앤씨는 보수 비용을 부담하기로 하고 학교용지로 사용할 계획인 LH 유보지를 2개월간(10월 8일~12월 7일) LH로부터 임차하여 임시주차장 조성에 나섰다.

임시주차장 주변은 어린이집, 초등학교, 중학교가 위치해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있고, 공사 차량 진출입로 정문은 타 단지 정문과 맞닿아 있어 공사 인근 주민들은 아이들 안전과 소음, 비산먼지 등의 피해를 호소했다.

이 임시주차장은 2천여 세대의 아파트 단지와 학교로 둘러싸인 반면, ‘A 아파트’는 임시주차장 현장 사이에 하천 지류가 흐르고 있어 상대적으로 공사 소음과 먼지 피해가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공사 주민 동의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철근 누락이 아닌 ‘누수’와 ‘바닥천장 균열 보수’로 들었기 때문에, 공사 인근 주민들은 다양한 피해가 예상되는데 임시로 사용할 주차장 공사를 시공사가 이렇게 까지 강행하는지 이유를 몰랐다.

한 주민은 “아파트 지하주차장 하자보수공사라면 분할 공사로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400대 임시주차장을 강제적으로 설치하려는 의도를 모르겠다”며 “밤, 낮으로 공사하고 있어 주민들의 피해가 극심하다”고 전했다.

특히, 오전 8시 등교 시간대에 덤프차량이 빈번하게 왕래하고 있어 학생들의 안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민들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 대형 임시주차장이 생기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사 진행 과정에서 공사휀스나 공사 개요도 비치되지 않고 공사시간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어린이 보호구역 내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동의하지 않는다”며 LH, 구청, 시청 등에 주차장 반대 서명 연명부까지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DL이앤씨가 시유지인 진출입로 도로점용 허가를 받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수일간 공사중지 명령을 받았지만, 허가 신청을 거쳐 7일 공사가 재개됐다. A 아파트 주민들의 해당 임시주차장 이용은 11일부터 가능할 것으로 전해졌다.

인근 주민들은 민원을 제기했으나, 구청 측에서는 “유보지가 LH 소유인 만큼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없다”며 답변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은 비산먼지 신고와 중장비 신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지만, 구청에서는 “임시주차장 조성은 땅에 자갈을 포설하는 것으로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는 의견을 전달받았다.

DL이앤씨 측은 철근 누락과 관련해 “지하주차장 전수조사 결과 구조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는 공신력 있는 답변을 받았다. 일부 구간에 철근 오시공이 있는 것이 확인되어 건설사에서 하자보수를 할 계획이다”며, “임시주차장 출입로에 안전 요원을 배치하고 덤프트럭 운행 시간을 조정해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불만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