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스타항공 보잉 737-8 이륙 직전 베트남 공항서 엔진 결함 발생
이스타항공의 보잉 737-맥스8 항공기가 베트남 깜란(나트랑) 공항에서 엔진 결함으로 인해 이륙 직전 램프리턴(Return to Ramp)한 사실이 확인됐다.
‘램프리턴’은 항공기 운항 중 기술적 결함이나 기타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항공편이 이륙을 중단하고 탑승구 또는 정비 구역으로 돌아가야 하는 긴급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해당 항공기(등록번호 HL8544·189석)는 2023년 3월 24일에 제작된 것으로 도입된 지 1년밖에 되지 않은 최신 기종임에도 불구하고 엔진 결함이 발생됐다.
이번 결함은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 사고 기종(B737-800) 대상 만으로 특별안전점검을 진행 중이던 시기에 발생한 것이어서 추가 논란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보잉 737-맥스8 등 전기종을 대상으로 종합점검에 들어갔다.
승객 “기내 방송 ‘Ready for Takeoff’ 후 엔진 결함 발생”
14일 제보자 A씨와 이스타항공,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이스타항공 ZE564편(깜란→인천)은 1월 9일 23시 30분 출발 예정이었고, 1월 10일 01시 48분에 출발했다. 이 보잉 737은 도어 클로즈된 후 약 40미터 이동 중이었다.
제보자 A씨는 “이륙 준비가 완료된 상태에서 기내 방송으로 ‘Ready for Take off’라는 안내를 들었으나, 베트남 공항 측 엔진 점검 요청이 왔다. 점검 소요 시간은 알 수 없으며, (기장이)상황이 확인되는 대로 안내하겠다”며, 베트남 공항 측 요청으로 엔진 점검을 진행하겠다는 세부 사항까지 방송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트남 공항 측 인력이 엔진 뚜껑을 열고 조명을 비추며 오랜 시간 점검하는 모습이 계속 눈에 띄었다”며, “사람들이 계속 왔다 갔다 하며 점검에 상당히 신중을 기하는 듯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해당 항공기 우측 엔진 결함이 확인됐다.
그는 “만약 베트남 공항 측의 요청이 없었다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며 아찔했던 상황을 전했다.
A씨는 또한 “이스타항공 측이 대체 항공편을 안내했으나, 호텔 숙박과 단 한 끼 식사만 제공하는 등 부실한 대처로 승객들의 불만이 폭주했다”고 덧붙였다.
이스타항공, “자사 정비사가 결함 발견… 램프리턴은 정비 판단”
이에 대해 이스타항공은 “해당 항공기는 도어 클로즈 후 푸쉬백 과정에서 정비사가 엔진 점검 필요성을 발견해 램프리턴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회사는 “자사 정비사가 재시동 과정에서 이상을 발견했으며, 이는 정비 절차에 따른 조치”라며 “활주로에서 이륙 직전 결함이 발생했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활주로 진입 전 택시 웨이(유도로에서 활주로로 연결된 길)로 이동하는 상황에 발생됐다는 것이다.
또한, “기내 방송에서는 ‘지상 정비사의 요청으로 안전 점검이 필요하다’고 안내했으며, ‘베트남 공항 요청’이라는 내용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스타항공 B737 맥스8 엔진 결함, 제주항공은 B737-800 참사
이번에 엔진 결함이 발생한 이스타항공의 항공기는 보잉 737-8(B737 맥스8) 기종으로, 189석 규모다. 앞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기종은 보잉 737-800이다. 국내 LCC들은 대부분 중단거리 비행에 주로 투입되는 B737-800과 737-8(B737 맥스8)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 특별안전점검 중 발생… 엔진 결함 보잉 737-맥스8 제외
국토교통부는 2024년 12월 29일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와 관련해 사고 기종 B737-800을 보유한 6개 항공사(제주항공·티웨이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에어인천·대한항공)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24년 12월30일부터 25년 1월 10일까지 진행했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에서 일부 항공사에서 비행 전·후 점검 주기 초과, 결함 해소 절차 미준수, 승객 탑승 절차 위반 등의 사례를 적발했으며, 이에 대해 법령 위반 사항으로 엄정 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스타항공 엔진 결함 보잉 737-8기는 이번 점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으며, 국토부는 1월 13일부터 전기종으로 확대해 종합 안전 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보잉 737 맥스 8, 초기 추락 사고로 운항 중단… 이스타항공 5대 재운용 돌입
보잉 737 맥스 8은 출시 초기의 잇따른 추락 사고로 전 세계적인 운항 중단 사태를 겪으며 항공 역사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2018년 10월, 라이온 에어 610편이 이륙 직후 추락하여 189명의 희생자를 냈고, 불과 몇 달 뒤인 2019년 3월에는 에티오피아 항공 302편 역시 같은 기종으로 이륙 직후 추락, 157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갔다. 사고는 MCAS 시스템의 결함과 조종사 훈련 부족이 원인으로 지목되며 안전성에 대한 심각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국내 최초로 맥스 8을 도입했던 이스타항공은 큰 영향을 받았다. 안전 문제로 인해 해당 기종의 운항을 중단해야 했고, 이는 경영난과 코로나19 팬데믹과 겹쳐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한때 운항 포기까지 고려했었다.
올해 3월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국제공항에서 유나이티드항공의 B737 맥스8 기종이 착륙 후 활주로를 주행하던 중 포장된 도로를 이탈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스타항공은 맥스 8 기종을 다시 운용하기 시작했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보잉 737 맥스 8 기종 5대와 제주참사 기종과 같은 모델인 보잉 737-800 기종 10대 등 15대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비 체계와 점검 절차의 강화 필요성을 다시금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