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호 경찰청장, 딥페이크 범죄 수사 확대 필요성 강조
조지호 경찰청장은 2일 딥페이크 성범죄와 관련하여 “보안 메신저에 대해 직접적으로 방조 혐의를 적용해 수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의 질문에 답변하며 조 청장은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메신저”라며 “보안 메신저를 통해 수사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진 않지만, 우회경로를 활용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이 유통되는 주요 경로인 텔레그램을 통해 성범죄 방조 혐의를 적용해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 중이다. 국수본은 국제기구나 해외 수사당국과의 협조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는 여야 모두 경찰이 디지털 성범죄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은 작년 인터넷 지식백과 ‘나무위키’ 계열 웹사이트인 아카라이브를 통해 딥페이크 불법 합성물이 생성됐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으나,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수사가 종료되었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서울대 졸업생들이 여성 동문 사진으로 불법 합성물을 제작·유포한 ‘서울대 딥페이크’ 사건과 관련하여 “일반인이 직접 텔레그램에 위장 잠입한 것이 결정적이었으며 경찰은 보조적 역할에 그쳤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조 청장은 “시간이 걸릴 뿐이고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뿐이지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은 있다”며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에 대해서만 인정되는 위장 수사를 성인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어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디지털 성범죄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며 “확실히 근절할 수 있도록 지난달 말부터 집중단속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 3월 개발된 딥페이크 탐지 소프트웨어를 필요로 하는 기관이 있을 경우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경찰은 이 소프트웨어로 지난 6월까지 불법 합성물 105건을 찾아냈다.
조 청장은 또한 2001년 유럽평의회 주도로 디지털 범죄에 대한 신속한 형사사법 공조를 위해 만들어진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부다페스트 협약 가입 절차를 마무리했다면 성범죄 피해를 줄일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질문에 “동의한다. (협약 가입은) 저희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사안”이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법체계가 달라 협약 가입을 위해서는 입법 과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은 지난달 28일 딥페이크 성범죄 특별 집중 단속 이후 일주일 만에 88건의 신고를 접수했으며, 피해자는 51명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24명의 피의자를 특정해 본격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청사에서 열린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앞서 교육부는 학생·교원 딥페이크 피해 건수를 총 196건으로 파악하고 179건을 수사당국에 수사 의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같은 신고 건수 차이에 대해 우 본부장은 “교육부가 일괄적으로 피해 신고를 받아서 통으로 국수본에 수사 의뢰하는 게 아니다”라며 “(88건은) 개별 피해자가 각 시도청별 수사기관에 신고를 한 것으로, 저희에게 접수된 사건과 교육부 신고가 겹치는지를 파악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현재 22만명, 42만명이 참여한 딥페이크 봇 채널에 대해서도 입건 전 조사(내사)에 착수했다. 또한 서울경찰청은 허위영상물 반포 등에 대한 방조 혐의로 텔레그램 본사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텔레그램 법인에 대한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며, 경찰은 이를 위해 텔레그램 측에 이메일로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프랑스에서 텔레그램 창업자가 체포된 것처럼 향후 수사를 위한 명분을 쌓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현재 아동·청소년으로 한정된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위장 수사를 성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우 본부장은 “디지털 성범죄 위장 수사 확대 필요성은 경찰도 느끼고 있으며, 사회에서도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이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며 “대상을 성인까지 확대하고, 신분 비노출 위장 수사가 현재는 사전 승인이 필수적인데 필요시 사후 승인도 가능하도록 이번 일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