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수서역세권 개발사업에 내쫓기는 ‘농막’ 거주자들
“쫓겨나면 조금 살게 해주겠지. 헐린다고 해서 감자도 못심고 있다”
올해 81세 지ㅇㅇ씨는 4명의 자녀가 있지만 홀로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내 논밭에 지어진 농막에 거주하고 있다.
40년 전 이곳에서 함께 살던 남편과 사별한 후 농사를 지으면서 기초연금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인정돼 생계급여를 5개월간 지급받았지만, 이유도 모른 채 탈락돼 기초연금에만 의지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의 농막 거주자의 바람과는 달리,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공사가 본격적으로 착공되면서, ‘농막’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사실상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공공사업에서는 사업지내 무허가 가옥이라도 철거민 대상으로 보고 임대주택 특별공급 대상으로 지정해줘 임대주택으로 입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하지만 논밭에 지어진 ‘농막’은 사실상 어떤 규정에도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무허가 가옥 철거민과 같이 경제상황에 어려운 대상이지만 특별공급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무허가 가옥은 관련 규정에 따라 1989년 1월24일 이전에 지어진 무허가 주택은 관할 지자체에서 관리되고 있지만, 농막은 예외다.
이 때문에 농막에 거주하던 주민들은 오랫동안 살던 농막이 철거되면 새롭게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는 게 현실이다.
보상비도 5평 남짓한 농막에 거주하고 있지만 평당 50만원을 지급받기로 했다. 세곡 등 주변 공공주택지구 사업지내에서 앞서 지급된 보상비 평당 150만원에도 크게 못미친다.
수서역세권 공공주택지구 개발사업은 강남구 자곡동 197번지 일대(38만6390㎡)에 주거생활구역, 환승센터구역, 상업구역 3개구역으로 구분 개발된다.
이 일대 농막 거주자는 110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실제 주거용 농막 거주자는 절반 가량될 것이라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같은 공공사업지에 보상비를 받기 위해 농막을 불법으로 설치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발생하지만, 주거용 농막 거주민들은 개발사업이 추진되면 내몰리게 되는 게 사실이다.
LH는 지난 2018년 4월 토지보상절차를 밟고 2019년 3월부터 착공에 들어가 2022년 2월 완공 예정이다.
농막 거주지 주변은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LH는 지구내 농작물 경작을 전면금지하고 있으며, 농작물 경작(파종) 및 시설물 설치시 고발조치하겠다고 고지한 상태다.
상황이 이런한 가운데 LH는 농막 거주자에 대한 생활대책에 대해 “농막 거주민은 특별공급 대상자가 아니다”면서도 “특별공급은 아니지만 저소득층 대상 임대주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여부를 조사해 알선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씨와 같이 사실상 기초연금에 의지한 채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수급자는 아닌 무주택자는 임대주택 가점 대상자인 수급자 가점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임대주택 1순위 배정을 받을 수 있을지도 확실치 않다.